석탄을 넘어서는 발전노동자, 공공에너지로 삶을 잇다

[연속기획]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 대행진①

[편집자주] 충남, 경남, 인천 등 전국의 석탄발전소 연쇄 폐쇄가 올해 12월부터 시작됩니다. 정부 계획에 따라 59개의 석탄발전소 중 28개가 2036년까지 폐쇄될 예정입니다. 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면 발전소에 일하는 노동자의 대규모 실업 문제와 더불어 지역 상인과 주민의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발전노동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석탄발전소 폐쇄에 동의하지만, 아무 대안 없이 일터를 잃고 삶의 터전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총고용 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일자리 전환을 위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 전환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대부분이 민영화되고 있습니다. 풍력발전소 사업 허가의 93%가 민간사업자 소유이고 그 중 외국자본은 66%입니다. 민영화된 해상풍력 발전소는 공공 운영과 비교해 1GW당 연간 1,920억 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50년 100GW의 해상풍력 발전소가 운영되면 연간 약 20조 원에 이르는 차이가 납니다. 그 비용만큼 전기요금이 오르고 국가 재정이 새어 나가고 민간이 사유화하는 이익은 우리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석탄발전소가 폐쇄되는 지역에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면 지역경제 붕괴와 고용 위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국가와 시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공재생에너지가 우리의 대안입니다. 공공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5.31 대행진 선포 기자회견에 참여한 발전 노동자들. 참세상

전기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권이고 그 가치는 국가 경제, 산업, 국민의 삶을 지킨다. 기후위기 속 석탄발전 비중은 현재 31.4%에서 2038년까지 10.3%로 대량 감소하며, 총 61기 중 39기가 사라진다. 21대 대선에서도 석탄발전소는 중요한 이슈다. 석탄발전소 안에서 일하는 2만 명의 노동자 이야기를 하려 한다. 

나와 발전노동자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우리의 일터이기도 한 석탄발전소 폐쇄를 외친다. 몇 분은 '어떻게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면서 폐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보자.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마저 폐쇄를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라지는 봄과 가을,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가뭄과 폭우, 40도가 넘는 노동현장에서 일하다가 죽는 노동자, 기후재난에 삶터가 파괴되는 뭇 생명들…. 화석연료를 태워 생긴 부작용은 정말 열거할 수 없이 많다. 그 중심에 기후악당 석탄발전소가 있기에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매일 기후재앙을 목도한다. 발전소는 우리에게 단순히 생계 수단의 의미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고된 노동 속에서 투영된 가치들이 녹아든, 땀과 눈물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탄소중립에 직면한 지금, 단순히 발전소를 지키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석탄발전은 멈춰도 노동자-시민의 삶까지 멈출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발전소 폐쇄에 따라 75조 원의 지역경제 위축, 고용위기, 인구소멸, 10만 명의 위기 등이 예측된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국가는 상식과 정의, 공정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폭력적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끼워 맞추듯 여기 있는 노동자들을 저기로 옮기면 된다는 식이다. 전기를 만드는 노동자에게 아이스크림 공장으로 취업 알선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필요할 땐 산업역군이었지만 지금은 소모품처럼 버려지고 있다.

윤석열 탄핵광장에서 우리는 기후정의를 이야기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 불평등을 극복하고 깨끗한 햇빛·바람 전기를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이다. 어떻게? 바로 공공재생에너지로! 지금 발전노동자에겐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5.31 정의로운 전환 충남 태안과 경남 창원 노동자·시민 대행진은 일터와 일상을 멈추고 우리의 삶을 지키는 행동이다. 전국의 시민과 함께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버스가 서울·인천·강원·대전·부산·대구·울산·광주·천안아산·청주에서 출발한다. 여느 기후정의 투쟁과는 사뭇 다르다. 함께 살기 위해서 나의 주말을 잠시 멈추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모두의 삶을 위한 공공재생에너지를 외치며, 민간과 자본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닌 우리의 힘으로 함께 맞서서 승리하자. 

이제 더 이상 절망하지 않는다. 김용균의 동료인 나와 발전노동자는 우리 손으로 석탄발전소를 멈출 것이다. 더 큰 실천으로 기후 정의에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5월 31일 당신의 하루를 멈추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을 5.31 정의로운 전환 충남 태안-경남 창원으로 초대한다.

[531행진 전국지역버스 신청] bit.ly/531together

덧붙이는 말

이태성은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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