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탈당한 20대 청년..."진짜 광장 후보는 이재명 아닌 권영국"

대선, 광장의 선택 ①

[편집자 주] '광장'의 힘으로 열린 조기 대선, 참세상은 거듭 미뤄지고 지워지는 '우리' 광장의 이야기를 다시 톺아본다. 함께 어둡고 시린 겨울을 밝혀온 우리 노동자·시민의 고민과 선택은 무엇일까. 

독륜 씨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신청. 엑스(X, 옛 트위터) @dulunsche

지난 19일, 엑스(X)에는 "민주당의 친자본 반노동 보수주의 행보와는 함께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민주당을 탈당하고,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 권영국을 지지하기로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20대 후반 대학원생 노동자인 독륜(활동명, @dulunsche) 씨의 글이었다. 그는 진주 시민으로, 평일에는 울산에 있는 대학원에서 태양 전지와 반도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독륜 씨는 2020년 5월 더불어민주당에 가입했다가 5년 만인 이달 19일 탈당을 신청했다. 

지난 겨울, 진주와 울산에서 서울을 버스로 오가며 광장을 지켰던 독륜 씨는 '윤석열 퇴진'을 넘어, 세종호텔·한화오션 조선 하청·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수기업 등 노동 현장과 지역 곳곳의 사회운동으로도 연대를 넓혀온 '말벌 동지'다. 지난 1월에는 한강진 철야 농성 등 '퇴진 광장'에서 만난 민주노총에 감명을 받고,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에 가입하기도 했다. 

광장을 넓혀온 '말벌 동지' 독륜 씨는 왜 민주당을 떠났을까. '광장 연합 정치'를 내건 이들이 '광장 후보'라 일컫는 이재명 후보가 아닌, 권영국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는 독륜 씨와 기자가 나눈 일문일답이다. 

동료들과 연구 중인 독륜 씨의 모습.

더불어민주당에는 왜 가입했었나

당시에는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들을 법제화할 수 있는 의정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검찰 개혁을 중요한 의제로 봤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권리당원으로서 당내에서 추미애 의원 같은 여성 정치인이나 박주민 의원 등에 힘을 싣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왜 5년 만에 탈당했나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계속 이어졌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한두 가지만 꼽아보자면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서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을 들 수 있겠다. 

근무시간 유연제 등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기존 제도에 대한 비판과 개선이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에 조응하는 입장을 취해온 것에 크게 실망했다. 차별금지법은 이번 광장에서뿐만 아니라, 수년간 사회적인 요구가 있어 왔는데 광장의 힘으로 만들어진 이번 대선 국면에서마저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우리의 광장'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민주당 분들이 퇴진 집회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분들의 관심사는 '정권 교체'에만 있고, 다른 광장의 요구들은 '나중에'로 미루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정말 크게 실망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도 실망했던 일이 여럿이다. 예를 들어 원내 야 5당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기로 하고, 김재연 진보당 후보가 사퇴했을 때,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이재명 후보의 성의도 예의도 없던 태도가 떠오른다.

광장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께서 발언할 때 민주당 대오에서 야유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 "탄핵이 우선"이고 "장애인 권리는 나중에"라는 식이었다. 

이재명 후보도 박경석 대표가 "그런 식으로 하면 더 미움받는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서, 민주당 쪽 사람들의 눈치를 당신이 봐야 한다는 식의 입장을 취했다.

이재명 후보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을 싣는 것이 아니라 강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 기본 스탠스인 것 같다. '압도적 정권 교체'를 내걸고 이번 대선에도 계속 '우클릭'을 하고 있지 않나.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표를 더 받고 싶다는 전략에서 '친기업', '규제 완화', '보수적 경제 성장 정책'들을 강조하면서 사회 주류 세력의 눈치를 보는 쪽을 택한 것이 실망스러웠다. 

퇴진 광장을 계기로 노동 현장에 연대하게 된 독륜 씨. 엑스 @dulunsche

권영국 후보를 왜 지지하나, 왜 이재명이 아닌가 

우리의 광장에 없었고, 광장의 목소리가 아닌 사회 주류 세력의 눈치를 더 많이 보기로 결정한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을 제가 더 이상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과 다르게, 권영국 후보를 비롯한 노녹정(노동당·녹색당·정의당) 진보 3당은 계속 우리와 함께였다. 

조선 하청 노동자 김형수 동지가 고공 농성을 시작하셨을 때도, 한강진 철야 농성 현장에도, 우리의 광장 또 다른 어딘가 곳곳에 늘 권영국 후보와 진보 3당 활동가들이 곁에 있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윤석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지지율 격차도 좁아서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총선에서도 검찰 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조국혁신당에 투표했다. 정의당 등 진보정당이 내건 의제들에 공감하면서도 주요 선거에서 표를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도 있다. 

이번에 권영국 후보가 대선 후보 TV토론회에 나와서 더 이름을 알렸고, 권영국 후보를 통해서 우리 광장의 목소리도 세상에 더 많이 알릴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지난 선거에서 3%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덕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진보정당 후보들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더 너르게 알리려면, 꼭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권영국 후보에게 힘을 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보수 정당과 다름없어진 더불어민주당을 더 진보적으로 견인할 힘도 권영국 후보로 모이는 지지를 통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권영국 후보가 전하는 '우리의 목소리'는 어떤 것들인가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요구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해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한 광장의 요구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조법 2·3조 개정, 노동악법 개선 등 일하는 이들의 현실을 바꾸는 목소리도 중요하다. 지금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분들이 이겨서 땅으로 내려오실 수 있도록 하고,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산재 사망 노동자들이 더는 없도록 하려는 목소리다.

이번 대선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광장에서 우리가 함께 낸 목소리들이 대통령 선거에도 반영이 되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느낀다.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이 대통령 후보들에 정책 요구안 등을 전달하고 있다. 그런 현장의 요구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광장의 목소리들이 잊히거나 지워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사실상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상당히 유력하지 않나. 민주당이 강조하는 '내란 세력 청산'을 비롯해, 광장에서 나왔던 중요한 요구들이 새 정부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권영국 후보와 진보 정치에 더 힘을 싣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탈당하며, 독륜씨가 엑스(@dulunsche)에 남긴 글 전문

광장에서 우리가 외친 사회대개혁의 요구를 더불어민주당이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에 실망하였습니다.

우리는 내란수괴의 탄핵과 처벌만을 외친 것이 아닙니다. 내란 이전에도 이미 계엄을 겪는 것과 같이 탄압 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이웃을 위해 차별이 없는 세상을 외쳤습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내란수괴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탄압의 수괴, 여성 살해의 수괴, 장애인 박해의 수괴, 사학재단 비리의 수괴, 환경 기후 파괴의 수괴를, 우리 안의 윤석열들을 모두 파면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권 교체가 내란 종식의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여기며 보수적인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우리가 있던 광장에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해고 노동자들과 장애인 탈시설 활동가들의 고공 농성장에 오지 않았고, 혐오로 죽은 여성과 트랜스젠더를 추모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에 오지 않으면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민주당원이었던 저는 이 광장에 늦게 온 것을, 우리를 늦게 발견한 것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내란 종식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조합원이 되었고, 노동자의 권리 회복과 신장을 위해 투쟁하려고 합니다. 민주당원으로서 당적을 몇 년 간 유지했고 진주의 민주당 동지들과 광장에서 함께 했던 경험을 소중히 여겼지만, 최근 민주당의 친자본 반노동 보수주의 행보와는 함께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민주당을 탈당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를 통해 선출된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 권영국을 지지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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