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Nasa / JPL
외계 생명체에 대한 탐사는 오랫동안 과학적 호기심, 대중의 흥미, 그리고 노골적인 회의론 사이를 오갔다. 최근 과학자들은 태양계 밖 외계행성에서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생명체 존재의 증거”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종종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이러한 뉴스를 보도하지만, 과학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런 신중함은 우주생물학 분야에만 국한된 특징일까? 실제로 주요한 과학적 돌파구는 대부분 빠르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뉴턴의 운동 법칙과 중력 법칙, 베게너의 판 구조론, 인류가 일으킨 기후 변화는 모두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을 거친 후에야 학문적 합의를 얻었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 탐사의 특성상, 이러한 주장은 특히 더 극적인 증거를 요구하는 것일까? 우리는 그간 금성 대기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암시하는 생물지표(biosignature)부터, 화성 암석에서 NASA 탐사로봇이 과거 미생물 활동의 흔적일 수 있는 “표범 무늬”를 발견했다는 주장까지, 주목할 만한 증거들을 봐 왔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가 외계 생명체 발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더 정밀한 분석 결과 비생물학적 과정이나 오탐지 가능성이 더 높은 설명으로 대체되었다.
이번에 관측된 외계행성 K2-18 b의 경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데이터를 분석한 과학자들이 이 행성의 대기에서 메탄, 이산화탄소, 그리고 무엇보다 디메틸설파이드(DMS)와 디메틸디설파이드(DMDS)라는 두 가지 화합물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지구에서 DMS와 DMDS는 모두 생물학적 활동에 의해서만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화합물들이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정확하게 검증된다면, 그것은 미생물 생명체의 존재를 암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화합물들이 우연히 검출되었을 확률이 0.6%에 불과하며, 반복 관측을 통해 과학에서 통계적으로 확실하다고 간주하는 “5 시그마” 기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약 100만 분 1의 확률로 우연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과학계는 이를 외계 생명체 발견이라고 선언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검출(detection)’과 ‘귀속(attribution)’의 차이, 그리고 증거의 본질에 있다.
JWST는 분자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행성 대기를 통과하거나 반사된 빛의 특성을 측정한다. 다양한 분자는 빛을 서로 다르게 흡수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러한 흡수 패턴, 즉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어떤 화학물질이 존재하는지를 유추한다. 이는 매우 정교하고 인상적인 방법이지만, 동시에 완벽하지는 않다.
이 방식은 우리가 120광년 떨어진 행성의 생물학적 반응과 대기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예측된 분자를 제외하고는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DMS/DMDS 존재를 가정할 수 있지만, 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오해된 다른 분자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기후 변화와의 비교
외계 생명체의 결정적 발견이 갖는 중대함을 고려할 때, 많은 과학자들은 신중함을 택한다. 그렇다면 다른 과학 분야에서는 어떨까? 인류가 유발한 기후 변화의 검출 및 귀속 과정을 비교 대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간의 관계는 1927년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이 주장은 기온 상승이 반복적으로 측정된 이후에야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구 대기에는 CO₂를 주고받는 다양한 자연적 과정이 존재한다.
따라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온 간의 관계는 검증되었을 수 있지만, 그 원인을 인간 활동으로 돌리는 귀속 과정이 여전히 필요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을 이용해 K2-18 b를 관측했다. 출처: NASA-GSFC, Adriana M. Gutierrez (CI Lab)
탄소는 세 가지 동위원소, 즉 '플레이버(flavour)'을 가진다. 이 중 하나인 탄소-14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붕괴한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했지만, 탄소-14 함량은 낮다는 사실을 통해, 이 탄소가 매우 오래된 것이며 따라서 탄소-14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는 고대의 탄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탄소-14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인간 활동이 일으킨 기후 변화는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서 증명되었고, 현재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약 97%의 합의에 도달했다. 외계 생명체 탐사도 기후 변화 연구처럼 검출과 귀속 과정을 거치며, 가설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엄격한 분석을 요구한다.
기후 변화의 경우, 다양한 출처에서 직접적인 관측(in situ observation)이 가능했다. 이는 다시 말해, 데이터를 가까이에서 직접 관측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외계 생명체 탐사는 멀리 떨어진 동일한 센서에서 반복 관측만 가능하므로, 체계적인 오류의 영향이 훨씬 더 크다.
게다가 대기 중 기후 변화 화학 및 화석연료 배출은 1927년 이후 실험실 조건에서 대기 테스트로 검증해 왔다. 외계 생명체 존재의 증거로 간주하는 대부분의 데이터는 광년 단위로 떨어진 곳에서 단 하나의 관측 장비를 통해 획득되었으며, 직접적인 시료(in situ sample)는 없다.
외계 생명체 탐사는 더 엄격한 과학적 기준에 의해 제한되기보다는, 여러 독립적인 증거 라인을 직접 검출하고 귀속할 수 없는 관측상의 제약을 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K2-18 b에 관한 주장이 매력적이지만 아직 결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운 관측 하나하나는 우리가 우주와 그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더 다양한 지식을 축적하게 해 준다. 탐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과도하게 조심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신중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출처] Is the bar higher for scientific claims of alien lif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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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스웨인스턴(Oliver Swainston)은 랜드 유럽(RAND Europe) 연구조교(Research Assistant)다. 크리스 카터(Chris Carter)는 랜드 유럽 과학 및 신흥기술팀(Science and Emerging Technology Team) 분석가(Analyst)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