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달리, 이스라엘은 이미 핵보유국이며, 그 비밀스러운 프로그램은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11월 11일, 미국 정찰위성 KH-4 코로나(CORONA)가 촬영한 디모나의 네게브 핵연구센터. 출처: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서, 종종 대문자로 강조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 말했다.
그의 입장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와 일치하는데, 네타냐후는 6월 13일 이후 수백 명을 사망하게 한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핵무기를 생산하려 한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자국의 핵 프로그램은 민간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 이 조약은 기존에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가 이를 획득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NPT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비핵국가들이 조약을 준수하는지 감시하고 검증할 권한을 부여한다.
지난주 IAEA는 이란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대해 테헤란은 강하게 반발하며 이 발표가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에 대한 구실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과 달리, 이스라엘은 NPT에 서명하지 않았으며, 1968년 체결된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다섯 개국 중 하나다. 이는 IAEA가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여부나 규모를 감시하거나 검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며,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성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에 공개된 기밀 해제 문서, 탐사 보도, 내부고발자의 증언은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어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가?
이스라엘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과 더불어 핵무기를 보유한 9개국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핵위협구상(Nuclear Threat Initiative, NTI)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약 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200기의 추가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약 750~1,11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론상 187기에서 277기 사이의 핵무기를 제작할 수 있는 양이다.
f-35 라이트닝 ii 전투기. 출처 : Mass Communication Specialist 2nd Class D. Keith Simmons.
이로 인해 추정되는 이스라엘의 핵무기들은 공중, 해상, 지상에서 모두 발사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생산된 F-15, F-16, F-35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는 핵폭탄을 장착하도록 개조할 수 있다. 독일 기업이 제작한 돌핀급(Dolphin-class) 잠수함 6척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잠수함들은 핵 탑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상발사형 제리코(Jericho) 계열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최대 4,000km에 달한다. 연구자들은 이 중 약 24기 정도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수치는 불분명하다.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스라엘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David Ben Gurion)은 1950년대 중후반에 핵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네게브(Negev) 사막의 디모나(Dimona)라는 도시에 대규모 단지가 건설되었으며, 이곳은 단순히 ‘디모나’라고 불린다.
바로 이곳에서 첫 번째 플루토늄이 생산되었고, 프랑스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무기통제비확산센터의 연구 분석가 숀 로스트커(Shawn Rostker)는 <미들이스트 아이>에 이렇게 말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설명은 1950년대 후반 프랑스의 역할을 지목한다. 프랑스는 디모나 원자로 건설을 도왔고, 핵심 원자로 기술을 제공했으며,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지원함으로써 이스라엘의 핵 개발에 기초를 마련했다.”
프랑스 역사가들에 따르면, 파리와 이스라엘 간의 이러한 공조는 당시 이집트 대통령 가말 압델 나세르(Gamal Abdel Nasser)에 대한 공통된 적대감에서 비롯되었다.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협력은 극비리에 이루어졌고, 심지어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조차도 처음에는 이를 알지 못했다.
이스라엘계 미국인 역사학자이자 교수인 아브네르 코헨(Avner Cohen)은 이스라엘 핵무기 역사 연구의 대표적 인물로, ⟪이스라엘과 폭탄⟫(Israel and the Bomb) 등 여러 저서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그는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약 반세기 전 이스라엘은 핵무기 능력을 획득했지만, 그 방식은 이전이나 이후의 다른 어떤 핵무기 보유국과도 달랐다.”
코헨의 연구는 최근 기밀 해제된 미국 문서를 분석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미국 정부가 디모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스라엘에 반복적으로 질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미국의 압박 아래 벤구리온은 1960년 12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디모나 원자로는 “연구용 원자로”이며 “산업, 농업, 보건, 과학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부터 장기간의 정교한 기만이 시작되었다. 1961년부터 1969년 사이 미국 관리들은 현장을 여덟 차례 방문했지만,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에 필수적인 지하 재처리 시설은 감춰져 있었다. 단지의 다른 부분들 역시 복잡한 위장으로 감추어졌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방문 사이에도 핵 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스라엘은 1965년까지 비밀 지하 재처리 시설을 완공한 것으로 보이며, 1966년에는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을 시작했고, 1967년 6월 중동 전쟁 발발 전까지 핵무기를 조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1969년 닉슨-메이르 협정이란 무엇인가?
1960년대 말이 되자, 미국은 마침내 디모나의 진짜 목적을 파악하게 되었다. 코헨에 따르면, 그 시점에 비공식적인 비밀 협정이 체결되었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조용히 행동한다면 더 이상 질문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1969년, 미국은 이스라엘의 예외적인 핵 지위를 받아들였고, 대신 이스라엘은 그 존재를 보이지 않게, 불투명하게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이것이 바로 1969년 닉슨-메이르 핵 협정이다”라고 코헨은 말했다. 여기서 닉슨과 메이르는 당시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과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르를 가리킨다.
1973년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르가 백악관에서 리차드 닉슨 미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백악관
그때 이후 이스라엘은 자국의 입장을 고수하며, 핵무기 보유 여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 의도적 불투명성 전략을 유지해 왔다.
미국 역시 이에 동조해 왔으며, 자국 정부 내 어떤 관계자라도 이스라엘 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인정할 경우 징계를 가할 수 있다는 위협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중동 국가 중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그는 “추측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은 핵실험을 한 적이 있는가?
핵무기 보유 9개국 가운데, 이스라엘만이 공개적인 핵실험을 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핵실험과 관련된 가장 근접한 증거는 1979년 9월 '벨라 사건(Vela Incident)'이다. 당시 이스라엘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정권과 공동으로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실험 장소는 남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섬으로 추정된다.
당시 미국 인공위성이 강한 섬광 두 번을 포착했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핵폭발의 전형적인 징후로 간주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부는 수십 년간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지만, 1989년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핵무기 보유 능력을 갖춘 국가 중 유일하게 이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사례다.
벨라 사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Jimmy Carter)는, 이 사건이 이스라엘의 핵실험이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대통령 재임 중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출간한 ⟪백악관 일기⟫(White House Diary)(2010년)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이 남아프리카 남쪽 해역에서 실제로 핵실험 폭발을 했다는 믿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사실이 언제 널리 알려졌는가?
이스라엘 핵무기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국제 언론의 주목받은 것은 1986년 10월, 전직 핵기술자 모르데하이 바누누(Mordechai Vanunu)가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 디모나 시설 관련 세부 정보를 폭로하면서다.
디모나에서 9년간 근무했던 바누누는, 이 시설이 주당 1.2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연간 약 12기의 핵탄두를 제작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1960년대 미국 관계자들이 시설을 방문했을 당시, 거짓 벽과 은폐된 엘리베이터에 속았으며, 지하에 6개 층이 더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바누누는 디모나 시설에서 60장의 사진을 찍었으며, 그 중 일부는 영국 일간지 <선데이 타임스>에 의해 공개되었다.
정보를 폭로하기 전 수년 동안, 바누누는 이스라엘의 행동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1982년 레바논 침공에 반대했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가기 전, 바누누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되었다. <선데이 타임스> 측 지원으로 런던에 체류하던 그는 여성 모사드(Mossad) 요원의 설득으로 로마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약물에 취해 납치된 뒤 이스라엘로 이송되었다. 그는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18년형을 선고받았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을 독방에 수감된 채 복역했다.
2004년 출소 이후, 그는 해외 여행과 외신 기자 접촉이 금지되었으며, 이러한 제한 조치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사용 전략은 무엇인가?
2011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피어스 모건(Piers Morgan)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그는 “우리는 중동에 핵무기를 처음으로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책이다”라고 답했다. 이 문장은 핵무기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스라엘-미국 국적의 역사학자 아브너 코헨(Avner Cohen)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도입’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핵 활동을 기밀로 간주하며, 이를 국방이나 외교 정책과는 별개로 다뤄왔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핵무기 사용에 대한 공식적인 전략을 공개한 적이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핵무기의 사용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고려된다고 이해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역 내에서 비교적 무해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한, 자국의 능력을 ‘무기’로 보지 않는다는 이해가 널리 퍼져 있다.”
이른바 ‘최후의 수단 시나리오’는 ‘삼손 옵션’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1960년대 중반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처음 사용한 표현으로 추정된다. 이 원칙은 이스라엘이 존재론적 위협에 직면했을 경우 핵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삼손‘은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유대인 영웅으로, 적국인 블레셋 사람들에게 붙잡혀 신전 기둥에 사슬로 묶인 채, 하나님이 부여한 힘으로 기둥을 무너뜨려 적들과 함께 자결했다는 인물이다.
이는, 분석가들에 따르면,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 원칙과 현저히 대조된다. MAD는 한 핵보유국이 다른 핵보유국을 선제공격할 경우, 공격받은 국가도 반드시 보복할 수 있어 결국 모두가 파괴된다는 핵 억제 전략이다.
그러나 ‘삼손 옵션’은 핵보유국이 아닌 국가로부터의 공격일지라도, 이스라엘이 그것을 ‘존재론적 위협’으로 간주한다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MAD와는 다른 방향의 전략이다.
아브너 코헨을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은, 1973년 중동 전쟁 당시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 이스라엘이 실제로 이 ‘삼손 옵션’을 고려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록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도자들은 필요 시 사용 가능성을 암시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016년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우리의 잠수함 전단은 적들에게 억지력을 제공한다. 이스라엘은 자신을 해치려는 자 누구에게든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보다 최근인 2023년 11월, 한 이스라엘 정부 장관이 “가자지구에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라고 공공연히 발언해 논란이 되었다. 아미차이 엘리야후(Amichai Eliyahu) 유산부 장관은 이 발언으로 잠시 각료회의 참석 정지 조치를 받았으며, 이후 SNS를 통해 “비유적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세계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어떻게 말해왔는가?
이스라엘은 1968년 체결된 NPT에 가입하지 않은 다섯 개국 중 하나다. 이 조약은 핵무기 사용을 국제적 통제 하에 두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 조약에 서명한 적이 없고, 북한은 서명했다가 2003년에 탈퇴했다. 남수단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유일한 비서명국이다.
2014년 12월, 유엔 총회는 161 대 5의 압도적 표결로 이스라엘이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고, “더 이상 지체 없이” NPT에 가입하며, 모든 핵시설을 IAEA의 안전조치 하에 둘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해당 결의는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이며, 이스라엘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숀 로스트커(Shawn Rostker)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주권국가이며 자국의 안보와 이익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그렇긴 해도, 보다 개방적인 접근은 핵 억지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신뢰를 구축하고 핵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출처] What do we know about Israel's own nuclear weapon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레이한 우딘(Rayhan Uddin)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들이스트 아이> 기자로, 지정학, 분쟁,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