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끝내 올해도 택배・물류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로 도입된 '택배 없는 날'에 불참했다. 쿠팡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는 “사람잡는 로켓배송, 쿠팡이 안 멈추면 우리가 멈춘다”면서 함께 힘을 모아 하루 불매 운동으로 “로켓배송 없는 날”을 만들었다. 15일에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2차 하루파업이 이어진다.
'쿠팡 로켓배송 없는 날' 기자회견 현장.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이하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쿠팡 잠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결과, 시민은 기꺼이 8월 14일 '쿠팡 없는 삶'을 선택”했다면서 “연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로켓배송 없는 날을 실현하고 쿠팡의 노동 현실을 바꿀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이날 회견문을 통해 “14일 오늘, 전국에서 쿠팡 하루 불매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실천 행동이 이어졌다”면서 “오늘 조간신문 1면에 게재된 ‘로켓배송 없는 날’ 신문광고에는 300여 명의 시민과 7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였고, 전국 30여 곳에서는 쿠팡 하루 불매 동참을 요구하는 동시다발 출근길 선전전이 진행되었으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파업 지지, 로켓배송 없는 날 동참 인증샷에도 지금까지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켓배송 없는 날에 시민들이 호응하는 이유는, 쿠팡이 쏘아올린 로켓배송으로 인해 쿠팡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택배‧유통업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쿠팡의 로켓배송은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그리고 주 7일 배송을 넘어 급기야는 1시간 이내 배송이라고 불리는 퀵커머스 배송 시장을 열어젖혔고,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끝모르는 속도 경쟁 속에서 노동자들은 더 긴 시간, 더 높은 강도의 노동을 견디며 소진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쿠팡이 전례없는 노동 탄압으로 노조할 권리를 부정할뿐만 아니라 각종 꼼수로 노동법 질서를 유린하고 무력화시키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이에 시민들은 8월 14일 택배없는 날에 쿠팡의 로켓배송을 콕찝어 오늘이 로켓배송 없는 날이 되어야 한다 말한다”고 환기했다.
이들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내일 2차 파업을 진행한다”면서 “오늘 로켓배송 없는 날에 대한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내일 한층 더 강도 높은 파업으로 이어갈 예정”으로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앞으로도 연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로켓배송 없는 날을 실현하고 쿠팡의 노동 현실을 바꿀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 강조했다.
“노동자・시민 손잡고, 사람잡는 로켓배송 멈출 것”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쿠팡이 자신들의 혁신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역대급 실적과 쿠팡이 쌓아올린 이윤은, 찜통같은 물류센터 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 밤새 과로와 배송경쟁에 시달리며 일했던 택배노동자, 길거리에서 폭염에 노출되어 매일 목숨을 걸고 배달해야 했던 라이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라며 “쿠팡이 혁신이라 자랑하는 사람잡는 로켓배송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지회장은 “그래서 오늘, 사람 잡아먹는 로켓배송을 8월 14일 하루만이라도 멈추겠다고, 쿠팡 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함께 나섰다”면서 “찜통 같은 열악한 현장 개선 않고, 어떻게든 휴게시간 안 주려고 꼼수만 부리는 쿠팡, 4년째 노동조합과 단협체결 않고, 노조 할 권리 보장하지 않는 쿠팡을 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힘 모아 바꿔 보았으면 한다”고 힘 주어 말했다.
또한 “쿠팡물류센터지회가 8월 1일 하루파업 이후 이곳 쿠팡 잠실본사에서 천막농성을 한지 2주가 다 되어 가는데, 많은 분들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8월 15일 2차 하루파업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끝까지 노력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손잡고 하루를 일해도 존중받는 일터,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쿠팡 불매, 노동자의 죽음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것”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쿠팡이 재벌을 넘어 제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쿠팡멤버십 가입자들은 쿠팡 제국의 시민으로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받지만, 쿠팡을 만든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달 5일 쿠팡이츠 배달을 하다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은 고 김용진 배달노동자의 죽음을 환기하면서, “산업안전의 책임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쿠팡을 규탄했다. 또한 “33도 이상이 넘으면 20분 휴식을 주지 않기 위해 온도계에 에어컨 바람을 보내는 게 쿠팡”이라며 쿠팡이 “산업안전보건법을 무시”하고 있다고도 짚었다.
그러면서 박 부위원장은 쿠팡 불매 제안은 “쿠팡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고, 노동자의 위험과 죽음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쿠팡 제국의 시민권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연대하자는 제안”이라며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쿠팡 로켓배송 없는 날' 기자회견 현장.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노동자들의 이 절박한 호소에 시민사회 각계의 연대가 너르게 모아졌다.
“쿠팡 역대 최대 매출, 노동자 건강과 바꿀 수 있나”
이번 “로켓 배송없는 날”에 참여해 쿠팡 불매에 나선 연대 시민 진다 씨는 자신을 “쿠팡을 굉장히 많이 사용해왔던 소비자이자, 특수고용노동직이라고 불리는 프리랜서 노동자, 그리고 지금은 스튜디오알이라는 미디어 활동을 시작한 지 3개월을 갓 넘긴 활동가”라 소개하면서 “쿠팡 노동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생계가 어려운 순간 빠르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달콤한 노동으로 여겨져왔으나, 이내 그 생각은 쿠팡을 뛰러 갔다가 골병을 앓아온 지인들을 보며 지워졌다”고 말했다.
진다 활동가는 “쿠팡의 2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였다고 하는데, 그 매출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며 “더운 여름, 죽지 않을 만큼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데 쓰이지 않는 최대 매출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아스라이 사라졌던 사람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가”, “산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쿠팡에서 노동하다 그렇게 됐다고 말하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직업병과는 바꿀 수 있는가” 물었다.
그는 또한 “쿠팡의 노동 환경은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쿠팡의 최대 매출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면, 다른 기업들 역시 이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것”으로 “에어컨이 꺼진 현장, 시작은 쿠팡이었을 뿐,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터의 에어컨은 그런 방식으로 꺼지기 시작할 것”이라 짚었다. 그러면서 “그러니 저는 14일, 오늘 로켓배송 없는 날에 기꺼이 동참한다”며 “쿠팡이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 때까지, ‘택배없는 날’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동참할 때까지 함께 목소리 내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로켓배송없는 날, 노동자・시민 모두를 위한 날”
김혜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누군가는 로켓배송은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기에 하루 멈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면서 “그런데 '로켓배송'이 필요한 사회 속에서 그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연료가 되어 소모되고, 물류센터와 쿠팡캠프 노동자들, 그리고 택배노동자들은 로켓배송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덥고 습도 높은 공간에서 달리고 또 달리다 쓰러지고 죽는다”면서 “로켓배송이 누군가의 땀과 눈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하루쯤은 그 로켓배송을 멈춰, 노동자들의 삶을 돌아보고 권리를 보장하라고 함께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또한 “그런데 '로켓배송 없는 날'은 쿠팡 노동자들만을 위한 날이 아니다”라며 “부모가 자녀를 돌볼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노동자는 과로노동을 하느라 장 볼 시간조차 없고, 청년은 무언가를 찬찬히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허겁지겁 대응해야 하는 사회, 로켓배송을 요청하는 사회, 정말 이대로 두어도 되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해, 그리고 시간빈곤층으로 살며 삶의 여유를 갖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오늘 하루, 우리 모두 쿠팡을 멈춰보는 것은 어떨까”라며 “시민 여러분의 (로켓배송 없는 날) 동참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쿠팡 불매,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선언하는 정치 행동”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쿠팡의 성장과 속도 뒤에는 노동자들의 피로, 불안, 절망, 그리고 죽음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위해 또 표적 탄압과 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쿠팡의 폭주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한 “쿠팡의 악행은 행정부의 안일한 태도, 사실상 묵인과 방관, 협조로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노동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사업장 전수조사”와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못 하게 하는 사측의 행위를 뿌리뽑는 조치” 등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 이행을 촉구 했다.
덧붙여 “불매운동은 연대의 첫걸음”으로, “남양유업 불매(2013년), 파리바게뜨(2022년) 사례처럼, 시민 불매운동은 부당한 자본과 맞선 연대의 역사”라면서 “이번 쿠팡 불매는 단순한 소비 거부를 넘어 노동이 존중받고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선언하는 정치 행동”이라고 강조하고, “8월 14일의 시민들의 선택이 한국 사회의 존엄을 지켜내는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힘 모으자”고 힘 주어 말했다.
'쿠팡 로켓배송 없는 날' 기자회견 현장.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은 지난 1일, 전체 조합원 200명을 포함해 물류센터 노동자 1,000 여명이 참여하는 1차 하루 파업을 진행하고, 쿠팡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회는 “쿠팡이 8.14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고 노동조합 요구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교섭에서 제출하지 않으면 8월 14일 쿠팡 하루 불매, ‘로켓배송 없는 날’과 8월 15일 2차 하루 파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미리 사측에 경고”하였으나, “8월 7일에 열린 본교섭에서 쿠팡 사측은 어떤 전향적 입장도 준비하지 않아 교섭은 종료”되었고,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계획된 하루 불매 운동과 2차 하루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는 △2시간 이내 20분 휴게시간 보장 △현장 에어컨 및 휴게공간 확충 △국회청문회 약속 이행 △임단협 체결,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