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도 군사주의 벗어나지 못해

덴마크 군이 2025년 9월 17일 수요일, 그린란드 칸게를루수악(Kangerlussuaq)에서 여러 유럽 나토 회원국의 수백 명의 병력과 함께 합동 군사훈련에 참여했다. (그래픽: ⟪트루스디그(Truthdig)⟫ / 이미지 출처: AP 통신 사진, 어도비 스톡)

전문가들은 되돌릴 수 없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행동할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이런 논의는 몬트리올이 또 한 번 계절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한 바로 며칠 뒤4회 몬트리올 기후안보 정상회의(Montréal Climate Security Summit)에서 이루어졌다이번 회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산하 기후안보 우수센터’(Centre of Excellence for Climate and Security, CCASCOE)와 캐나다의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국방협회회의연구소’(Conference of Defence Associations Institute, CDA Institute)가 공동 주최·주관했다. 10월 8일부터 9일까지 팔레 데 콩그레(Palais des Congrès)에 280여 명의 참석자가 모여세계 최대 군사동맹인 나토의 기후변화 교리와 전략그리고 군수 조달 우선순위를 모의실험 방식으로 논의했다.

그 영향은 다층적이다지상에서는특히 외딴 지역의 군사기지들이 극단적 기상 현상과 해안 침식에 취약하다대기권에서는기후 혼란이 위성 신호 장애를 유발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과학자들이 수십 년간 경고해 왔음에도 국방 관계자들은 안보 부문의 기후변화 과학 대응을 아직 미성숙한 단계로 묘사했다더구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5%가 군사 활동에서 비롯되고 있어군사 부문의 무대응은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을 심화시키고 있으며과학계에서는 무기 통제와 분쟁 예방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를 테러리즘이나 불균등한 세계 인구 변화와 마찬가지로 초국가적 도전으로 본다고 나폴리에 있는 나토 연합합동사령부의 피터 스콧(Peter Scott) 중장이 말했다그는 재무장이 적절한 전력 확보신속한 조달그리고 지구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기후안보를 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로 두지 않는 신뢰할 만한 안보 위험 예측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그는 나토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과학 프로그램을 통한 민군 협력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토가 북극으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이 극지 지역은 지구 어느 곳보다도 네 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봄철 사이클론(열저기압)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온난화 속도강수량 증가해양 산성화의 진행률은 기존 예측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캐나다 국방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저탄소 연료를 개발하고, 2027년까지 모든 군 장비에 대한 탈탄소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현재 배출량의 80%는 항공기, 19%는 해상 함정, 1%는 지상 차량에서 나온다.

캐나다 국방장관 데이비드 맥긴티(David McGuinty)는 북극을 방어한다는 것이 우리가 보호하려는 바로 그 환경을 희생시키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그는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일종의 억제’ 행위로 묘사하며 결국 방어할 가치가 있는 것은우리가 항상 지켜낼 무언가가 남아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불과 이틀 전캐나다는 미국으로부터 F-35 전투기 구매를 확정했다이 전투기는 단 한 번의 비행에서 일반 자동차가 1년 동안 배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하늘 위의 송유관이라고 불린다.

북극 환경 보호를 위한 결정적 전환점은 2019년 5월에 지나갔다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자 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는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가 급속히 녹는 빙하를 방지하기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했다그 문서에서 기후변화라는 표현을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한 달 뒤캐나다는 국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그 이후 미국 공화당은 사실상 기후 대책의 관뚜껑에 못을 박아왔다’. 그 결과안보 기관들은 점점 더 기후 정보 없이 눈 가리고 비행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을 때미 국방부가 수행하던 사회과학 및 기후 관련 연구 91건이 중단됐다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에 새로 꾸려졌던 국방부의 기후변화 대응팀도 올봄에 해체됐다미국 북극연구위원회와 윌슨센터의 극지 연구도 위기에 처해 있다트럼프는 1기 때 중단했던 나사의 기후 연구 예산 삭감을 부활시켜이번에는 250억 달러 규모의 나사 예산을 4분의 감축하겠다고 위협했다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모니터링을 포함한 위성 프로그램들이 위태로워졌고공공기관의 연구 기능은 더욱 민영화 쪽으로 기울게 됐다.

최근 에너지부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했는데이는 국방부가 이미 미국 내 전체 군사시설의 거의 절반이 기후 변화로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던 결과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몬트리올의 나토 기후안보우수센터(CCASCOE)는 기후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존하고 있다고 밝히며 데이터 접근의 형평성을 강조했지만전문가들은 공화당의 반()과학 정책과 공공 연구 예산 삭감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것을 피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기후안보군사위원회의 국장 에린 시코르스키(Erin Sikorsky)는 지금 우리는 기후 안보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시점에 있다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위협과 우리의 대비 수준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이 위원회는 미국 전략위험위원회와 프랑스네덜란드의 연구기관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설계한 안보 제도는 국가 중심적이다안보를 논의할 때폭염 사망자 수와 전 세계 테러리즘의 피해를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가 안보 투자를 어디에 하고우리의 관심을 어디에 두느냐 — 그것이 실제 위협 수준에 걸맞은가?”라고 덧붙였다.

미국 군대는 세계 최대의 단일 기관 온실가스 배출 주체이며나토 전체 지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이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약화고 있다고 유엔 군축사무국은 경고했다세계경제포럼(WEF)의 최신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연료 연소로 배출되는 블랙 카본(black carbon)과 같은 단기 탄소 오염물질이 증가하고 있으며이는 단기적 전 지구 온난화의 최대 45%를 유발하고 있다.

핵심 나토 회원국인 미국이 기후 관련 연구와 기관을 축소해 국방 역량을 스스로 약화하 가운데과학자들은 군사 행위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이탈리아 정부의 기후 특사 프란체스코 코르바로(Francesco Corvaro)는 군사 관계자들에게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출범한 기후와 평화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의 저명한 기후학자 스비틀라나 크라콥스카(Svitlana Krakowska)는 분쟁 관련 탄소 배출을 측정하고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그는 안보의 관점에서 탄소 예산은 평화로운 사회 기능을 위한 제약 조건에 불과하라고 말하며대규모 국제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평화는 곧 기후 정책이며적대 행위의 종식은 배출량을 줄이고 경제가 저탄소 전환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지킨다이는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도덕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평화야말로 최선의 방위 전략이라는 주장을 정부들이 채택할지는 앞으로의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출처] NATO War-Games Climate Collapse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리탈 하이킨(Lital Khaikin)은 캐나다와 미국의 독립 매체에서 분쟁, 사회정책, 환경문제가 교차하는 인도주의적 이슈를 다루는 글을 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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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토 재무장화 기후위기 탄소배출 트럼프 군비감축 기후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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