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물론 학술대회 2025 리뷰 1: 제국주의와 전쟁

역사유물론 저널’(Historical Materialism journal)은 매년 런던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이 대회에는 주로 학자들과 학생들이 참석하여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논의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올해 학술대회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지금까지 중 가장 잘 조직한 것으로 평가한다. 경제문화기술제국주의전쟁성별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세션과 전체 회의가 열렸다파시즘기술(AI), 제국주의기후변화그리고 물론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대한 여러 발표도 있었다나는 한 번에 두 곳에 있을 수 없고 모든 발표를 다 볼 수 없었기 때문에내가 다룰 학술대회 내용은 내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편향될 수 있다.

지난 11월 6영국 런던에서 열린 역사유물론 학술대회에는 1,043개의 발표가 있었으며 1,400명이 넘게 참가했다출처역사적 유물론 저널 홈페이지

먼저 내가 한 발표부터 이야기하겠다내가 한 발표는 제국주의 세션에서 진행되었고제목은 따라잡는 중인가뒤처지는 중인가?”(Catching up or falling behind)였다이 발표에서 나는 소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저소득 국가들이 소위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의 부유한 국가들을 따라잡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았다내가 사용한 따라잡기’ 측정 기준은 1) 1인당 소득 수준, 2) 노동 생산성 수준, 3) UN에서 작성한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였다각 지표의 연평균 성장 추세를 G7(또는 소위 고소득 경제’)과 BRICS 국가들과 비교했다그리고 이 추세를 앞으로 투사하여결국 글로벌 사우스 경제가 글로벌 노스 경제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확인했다결과적으로 세 가지 지표 모두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앞으로도 좁히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중국만 예외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을까주요 원인은 제국주의였다글로벌 사우스에서 글로벌 노스로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이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또한 글로벌 사우스에서는 자본의 수익성이 노동 생산성 증가보다 더 빨리 떨어지고 있었고이로 인해 생산적 투자와 경제 성장이 느려졌다중국이 예외였던 이유는 다른 주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달리 투자 성장이 자본 수익성에 덜 의존적이었기 때문이다내가 계산한 결과글로벌 노스 제국주의 경제에 대한 연간 가치 증가분은 GDP의 약 2~3%였고글로벌 사우스의 훨씬 인구가 많은 경제에서는 연간 손실도 비슷한 수준이었다다시 말해제국주의 착취가 없었다면 G7 경제(미국 포함)는 거의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고글로벌 사우스 경제는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며 노스를 따라잡기 시작했을 것이다.

제국주의적 가치 이전(무역을 통한, GDP 대비 비율)
출처: The Economics of modern imperialism, Historical Materialism journal, 4, 2021
출처: IMF

같은 세션에서 프레도 매토(Pedro Matto)는 하위 제국주의(sub-imperialism) 개념에 대해 설득력 있는 비판을 제시했다하위 제국주의 개념은 글로벌 노스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로부터 가치 이전을 얻을 수 있지만브라질러시아남아프리카인도중국과 같은 사우스의 더 큰 자본주의 경제도 자기 지역의 약한 주변 경제로부터 가치 이전을 얻는다고 주장한다이런 의미에서 이러한 국가들은 하위 제국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나는 세 가지 이유로 이 개념에 설득되지 않았다첫째이 개념은 모든 국가가 조금 제국주의적이면서 동시에 조금 착취당하는’ 상태라고 가정한다이는 레닌이 처음 지적한 것처럼 몇몇 성숙하고 발전한 글로벌 노스의 자본주의 경제만이 나머지 세계를 착취한다는 제국주의 개념을 약화시킨다둘째매토가 지적했듯이모든 국가가 조금씩 제국주의적이면 반제국주의 투쟁의 방향성이 약화된다또한 잠비아가 남아프리카로파라과이가 브라질로또는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들이 중국으로 보내는 가치 이전이 실제로 BRICS에서 G7+ 경제로 흐르는 무역과 금융 흐름의 규모와 맞먹는다는 경험적 증거도 없다.

같은 세션에서 크리스티나 레(Cristina Re)와 지안마리아 브루나치(Gianmaria Brunazzi)는 채무 기반 제국주의(debt-driven imperialism)’라는 흥미로운 이론을 발표했다미국은 과거 세계 경제에서 채권국이었고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해외에 대출과 투자를 했다하지만 1970년대 이후미국은 점점 무역 적자를 기록하며 유럽일본중국과 거대한 부채를 쌓았다그러나 달러가 세계의 무역 및 준비 통화였기 때문에이 부채는 불리한 것이 아니라오히려 미국 제국주의가 다른 국가를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적 무기가 되었다.

나는 이 이론이 설득력 있다고 보지 않았다내가 보는 채무 제국주의는 저소득 국가들이 성장하기 위해 제국주의 기관에서 막대한 부채(대출)를 지고경제 위기 때 채무 불이행통화 평가절하혹독한 긴축 조치를 강요받는 경우를 말한다미국은 달러의 특권과 해외 투자로 무역 적자를 쉽게 조달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예외적이다그러나 이것이 미국 부채가 새로운 제국주의 지배 수단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또한 제국주의와 전쟁 재고(Rethinking Imperialism and War)’라는 대규모 세션에 대해 보고하고자 한다마이클 하트(Michael Hardt)는 제국주의(미국과 유럽 모두로 추정됨)가 경제 지배에서 군사주의로 변화하며 글로벌 전쟁 체제(global war regimes)’로 변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다른 발표자 모르테자 사만푸르(Morteza Samanpour)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그는 자본주의적 세계화는 시간을 균질화하지 않고오히려 차이를 심화시킨다물류금융자원 추출 활동을 통해 자본은 공간-시간성을 동시에 통합하고 분열시키며이는 전 세계적 재생산을 위해 능동적 불연속성을 생성한다.”며 국제주의적반제국주의적 정치 전략은 현재의 불균질적 시간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특히 현대 전쟁 상황과 역사적 서구를 넘어선 제국적 형성의 확산과 관련하여 그러하다이는 자본의 불연속적 사회적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합리성을 새롭게 요구하며진정한 해방적 국제주의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나는 단순한 언어가 필요한 사람이다어쨌든 요점은 캠피즘(campism, 진영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보였다단순히 어떤 국가가 미국 제국주의 정책에 저항한다고 해서마르크스주의자가 이란러시아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나는 이 견해에 공감하지만정치경제학자로서 사만푸르가 말한 역사적 서구를 넘어선 제국적 형성의 확산이라는 표현에는 의문이 든다그는 중국이나 러시아심지어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제국주의 국가로 보는 것인가?

이 대규모 세션의 다른 발표자들은 제국주의와 전쟁에 맞서는 방법에 집중했다엘레오노라 카푸치릴리(Eleonora Cappuccilli)와 미켈레 바소(Michele Basso)는 저항 국가가 아니라 그들이 구축하려는 국제적 계급 기반 조직을 통해 제국주의를 물리치고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들은 생산노동(living labour) 운동이라고 언급했는데나는 이것을 노동자 운동이라고 표현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했다발표자들은 이주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precarious labour)’이 제국주의와 싸우는 선봉이 될 것이라고 보았지만개인적으로는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다.

페이지 이스마일(Feyzi Ismail)은 군사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유지가 글로벌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전쟁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군사 활동은 이미 전 세계 총 배출량의 약 6%를 차지한다안보자원 접근기후 난민자연재해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우선시하는 악순환을 멈추려면단순한 기후 운동이 아니라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통한 전쟁과 긴축 반대 운동과 같은 대중 운동을 동원해야 한다.

출처: OECD

전체적으로 나는 이 세션이 혼란스러웠다고 느꼈지만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발표자들의 주장은 제국주의가 이제 더 이상 글로벌 노스의 익숙한 국가들에만 국한되지 않고세계 질서는 다극화되어 있으며 주요 전쟁이 하나는 쇠퇴하는 제국주의 강국 미국과, 하나는 떠오르는 제국주의 강국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나는 이 견해와 다르다나는 미국과 중국을 경제적·군사적 공격성을 가진 동일한 제국주의 국가로 보지 않는다내가 쓴 중국 경제발전 관련 논문을 정기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알겠지만나는 중국을 경제적 의미에서 제국주의 국가로 보지 않는다중국이 저소득 국가들로부터 무역과 금융 흐름을 통해 막대한 가치 이전을 얻는다고 보지 않는다또한 나는 중국을 자본주의 국가라고 보지도 않는다가치법칙과 이윤을 위한 생산·투자가 지배하는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대신중국 경제는 국가 투자와 계획이 자본주의 부문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 정부가 진영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국주의에 맞서는 혁명적 국제 투쟁의 요새라는 의미는 아니다사실중국의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명백히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올해 역사유물론 학술대회 리뷰 2부에서는 기후 위기와 생태기술특히 AI 관련 세션을 살펴보고내가 발표한 두 번째 세션에서 다룬 세계 경제의 주요 흐름에 대해서도 정리할 예정이다.

[출처] Historical Materialism 2025 part one: imperialism and war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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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하린과 레그리하트의 제국주의론의 한계성은 다음과 같다. 예소련,죽국등은 사회주의가 아니고 국가자본주의다. 러시아사회 모순과 함께 차르정권의 붕ㅇ괴, 그리고 10월혁명 그자체를 가능하게 했던 전지구적 갈등에 대한 하나의 설명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은 둘가지(그들이 취한 것과 동일한 입장들, 10월혁명 연속성을 갖지 못한 한계)이다. 따라서 진정한 제국주의이론의 전통성은 마르크스주의 레린과 로자룩셈부크의 견해가 정확하다. 마르크스는 부르주아지가 모든 국가에서 생산과 소비의 세계적 부상 하에서 세계시장을 처러하게 착취한다고 했다. 원로 수입을 해서 완제품을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경쟁자들이 '국내 공업'을 막가트리는 것을 묘사했다. 최근 트럼프정부와 이제명정부의 외교관계람ㄴ, 제국주의와 손잡은 것을 빗댈수 있고 좌파가 비판해야한다. 그러나 위 글에서 문제는 초좌파들이 제국주의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비판할수 있을텐데 그 한계가 여설히 보인다. 따라서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가장 정확한 팩트라고 본다.
    참고: Alex Callinicos(2002)"Marxism and Global Governance," Goveming Globalization, ed. By David Held and Antony McGrew. polity. 249-266.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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