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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재일 경우 특히 그렇지만, 투기가 어떤 재화의 기본적인 부족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기본적인 부족이 없는데도 완전히 인위적인 부족을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1943년 벵골 대기근 당시, 인도 동부 전선에서의 적자 재정 전쟁 지출로 인해 식량 수요가 초과했고, 이에 따라 300만 명이 사망했는데, 이때 곡물의 비축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그것은 노동자 민중의 생계비를 단지 상품 시장의 투기적 행동뿐만 아니라, 환율 시장에서의 투기적 행동에도 직접적으로 의존하게 만든다.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자본 흐름, 특히 금융 흐름에 대한 통제가 해제되었고,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이때 투기자들이 미국 달러와 같은 외화를 보유하고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면 환율이 하락(통화가치 하락)하고, 이는 수입품의 자국 통화 가격을 상승시킨다. 이 수입품에 석유 같은 필수적인 투입재가 포함되어 있을 때, 이는 전체 경제에 비용 인상 효과(cost-push effect)를 일으켜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그 결과 실질 임금, 더 일반적으로는 노동자 민중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이처럼 수익 마진이 고정된 세계에서는 비용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이 오직 노동자 민중의 실질 소득을 압축하는 방식으로만 종결된다. 이는 그들의 명목 소득이 물가에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체제의 핵심은 수천만 노동자 민중의 실제 생활 조건이 소수의 국제 투기자의 변덕에 따라 좌우된다는 데에 있다.
자본 유출이 환율 하락을 통해 노동자 민중의 생활 조건을 압박한다면, 자본 유입은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와 환율을 상승시키고 생계비를 낮춰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금융 유입의 효과와 금융 유출의 효과 사이에는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자본이 유입되었을 때, 환율을 상승하도록 내버려 두면 수입품에 비해 국내 생산이 경쟁력을 잃게 되고, 생산은 위축되며 수입은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이 증가한 수입은 중앙은행의 개입이 없다면 유입된 자금을 전부 흡수할 만큼 충분해야 한다. 이런 경우 국가는 자국의 ‘탈산업화’를 자금 차입으로 뒷받침하게 되는데, 이는 명백히 터무니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모순을 피하고자, 제3세계 국가의 중앙은행은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고 형태로 자본 유입을 보유하게 된다. 인도 준비은행(Reserve Bank of India)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따라서 금융 유입과 유출의 비대칭성은 이렇게 드러난다. 자본 유출은 환율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을 통해 노동자 민중의 실질 소득을 압박한다. 반면 자본 유입은 단순히 보유고로 축적될 뿐, 환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외환보유고는 미래의 자본 유출에 대비한 완충 장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출이 발생하면 보유고를 감축함으로써 환율 하락을 방지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유고 감소는 또다시 환율 하락에 대한 기대를 강화해 추가적인 자본 유출을 초래하므로, 중앙은행은 보유고가 고갈되는 상황을 꺼리게 된다. 결국 환율은 어느 정도 하락하고 보유고는 일부 소진되며, 전체적으로는 노동자 민중의 실질 소득이 압박받게 된다. 최근 몇 달 동안 인도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결국 하나의 근본적인 명제를 지지한다. 자본 유출은 환율 하락을 일으켜 노동자 민중의 실질 소득을 압박하는 반면, 자본 유입은 단지 외환보유고로 유지될 뿐 반대 효과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비대칭성은 시간이 지나며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인도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겪고 있는 현실이다. 예를 들어, 1990년 11월 10일 찬드라세카르(Chandrasekhar) 정부가 경제 자유화 직전에 출범했을 당시, 환율은 1달러당 17.50루피였다. 그러나 2025년 11월 15일 현재, 환율은 1달러당 88.50루피에 달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 루피화가 무려 400% 이상 평가절하되었음을 의미한다. 독립 이후 1947년부터 1990년까지의 전체 기간 동안 평가절하가 겨우 33.3%였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극명하다.
이 모든 것은 제3세계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의 내재적 경향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제3세계 경제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수입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에 취약해지는 또 하나의 경로가 있다. 그것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트럼프는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일방적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도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 도입으로 인도의 자립 달성은 무너졌고, 모디(Modi)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되돌릴 의지도 없으며, 미국에 맞서 조처할 의지도 부족하다. 결국 이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완전히 굴복하여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인도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분명히 발표했으며, 이를 의심할 이유는 없다.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면 국내 석유 가격이 두 가지 이유로 상승하게 된다. 첫째, 러시아산 석유는 대체 석유보다 저렴하므로, 러시아산을 구매하지 않으면 현재의 국제 유가 수준에서도 인도의 석유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둘째, 러시아가 공급에서 제외되면 세계 경제 전체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줄어들어 국제 유가 자체가 상승하게 된다. 이는 인도 내 석유 가격을 더 끌어올리게 된다.
국내 석유 가격 상승은 경제 전반에 비용 인상 효과를 유발하고, 이는 결국 노동자 민중의 실질 소득을 압축하는 방식으로만 종결된다. 따라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한 인도의 결정은 환율 하락과 동일한 효과를 유발하게 되고, 그 결과 노동자 민중의 소득이 유사한 방식으로 압박받게 된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는 단지 정치·전략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더 비싼 미국산 석유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 유럽은 이미 여기에 동조해, 더 비싼 미국산 에너지로 러시아산의 대체를 선택함으로써 경제적 자해 행위를 감행했다. 독일은 이러한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탈산업화 길로 접어들었고, 독일 노동자들은 이미 혹독한 겨울을 경험했다. 이제 인도와 같은 제3세계 국가의 노동자 민중도 미국의 에너지 시장 확대를 위해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전 세계 노동자 민중에게 희생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모습은 그 제국주의적 오만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동시에 미국 제국주의의 압박 앞에서 전혀 무기력한 현재 인도 정부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 정부는 미국 행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국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기꺼이 희생하고 있다.
[출처] Speculation, Tariff Threat and the Working People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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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