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활동가(팔레스타인긴급행동, 플랫폼C). 필자 제공
이스라엘은 2년 동안 공식적으로만 팔레스타인인 6만 9천 명을 집단학살해 왔으며, 휴전 중인 지금도 하루 10명 이상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죄 없는 사람들’의 감옥인 가자지구에서 230만 명의 주민들은 봉쇄로 기아학살을 당해왔다. 사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2년간 이어진 이 비극은 두 국가 간의 ‘대등한’ 전쟁이 아니다. 80년 가까이 식민지배와 집단학살을 이어온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만행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반격이 그 배경이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한 팔레스타인 기자는 귀갓길에 자신의 가족들이 같이 폭격을 당할까 봐 한동안 집 밖에 머물다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폭격을 당한다면 자신만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와 언제든 가족과 친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일방적으로 집단학살하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재정 지원에도 기여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앞바다의 자원수탈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지상군을 투입한 바로 다음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 앞바다의 석유, 가스 탐사권 12개를 여러 에너지 기업에 팔아 1500만 달러 (약 204억 원)를 벌어들였다. 그 중 하나가 한국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가진 다나 페트롤리엄이다. 다나 페트롤리엄이 지불한 돈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식민점령하고, 집단학살하는 것을 돕는 데 쓰인다.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으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최고의 기후 악당 국가인 미국은 2023년부터 전년보다 훨씬 많은 석유/가스 탐사권을 발행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 인근 해역의 리바이어던 가스전 사업에는 이스라엘 기업 뉴 메드(New Med)가 지분 45%를, 미국 2위 석유기업 쉐브론(Chevron)이 40%를 보유하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정보는 넘치지만 기후 파괴와 집단학살이 석유 자본과 무기 자본의 ‘돈벌이’라는 하나의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석유공사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정 매장량이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라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왕 고래 (심해유전개발) 사업은 실패로 판명되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무분별하게 벌인 전 세계 자원외교 사업으로 1조 원 이상 재정적자 상태임에도 영국의 석유 대기업 BP(British Petroleum,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의 투자를 받아 동해 일대의 석유탐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에너지 대기업들에 유리한 투자를 반복해 왔으며 손실에 대한 책임은 결국 시민들의 몫이 되었다. 소음과 진동으로 홍게가 잡히지 않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포항지역 어민들의 해상시위도, 석유 생산 및 개발이 가져올 기후 파괴도, 시추가 가져올 지진 위험도 에너지 대기업들과 한국석유공사의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다.
에너지 대기업들은 유전개발로 한국과 팔레스타인 바다를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이익을 얻고 있다. 그 피해는 한국과 팔레스타인 어민들과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동해에서 심해 유전개발로 생계를 위협받는 어민들의 삶은 팔레스타인 어민의 삶과 닮아있다. 이스라엘 군경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로 구호물품을 싣고 항해에 나선 연대자들의 배를 나포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어민들은 잠시나마 고기를 잡으러 갈 수 있었다.
기후엔 국경이 없고, 전 세계의 바다 역시 모두 연결되어 있다. 바다의 자원으로 누가 이익을 가져가느냐 중요해지면서 누구의 바다냐가 중요해졌을 뿐, 바다 그 자체는 우리 모두의 것이자 누구의 것도 아니다. 집단학살과 봉쇄에 맞서 팔레스타인으로 향한 그레타 툰베리와 해초가 기후 활동가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이들의 기후정의와 생존이, 모두의 해방과 평화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 연대 항해에 이어 수십만,수백만 명의 파업과 시위가 벌어진 유럽이 보여주듯 우리가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행하는 실천들은 분명 팔레스타인의 집단학살 중단과 해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금 당장 집단학살 국가 이스라엘과의 계약을 철회하고, 다나 페트롤리엄이 팔레스타인 해역에서 불법으로 벌이는 사업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310여 개 단체가 함께하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오는 11월 26일 울산 한국석유공사 본사 앞에서 한국석유공사 규탄 집회를 기획 중이다. 끔찍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중단시키는데 함께하자.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지구를 망치는 체제를 중단시키자. 소수의 이익이 아닌 모두를 위한 정의를,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하자.
11.26 한국석유공사 & 다나페트롤리엄 규탄 국제 행동의 날 웹포스터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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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과 플랫폼C에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