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고 지정학적 구도가 재편되면서, 시리아 정부는 다양한 소수 집단들과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권의 핵심 기반인 알라위파는 여전히 정부와 긴밀히 결속돼 있으며, 많은 기독교인도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우려로 정부에 협조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남부 수웨이다의 드루즈 공동체는 오랜 중립을 깨고 경제난과 억압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에 나서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동부의 쿠르드족은 자치권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정치 체제를 운영해왔으나, 현재는 정부군 및 이슬람주의 동맹군의 공세에 직면하며 무력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지디, 아르메니아인, 팔레스타인 난민 등 기타 소수 집단들은 생존을 위해 정부, 쿠르드, 반군 사이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 로자바(Rojava)는 북동 시리아 자치행정 지역이다. 쿠르드어로 서쪽을 뜻하며, 각국에 분포한 쿠르드 민족 거주 지역 중, 시리아 서쪽(즉, 시리아 내 쿠르드 지역)을 의미한다. 튀르키예와는 남쪽 국경을 맞대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의 세속적이고 페미니스트적인 쿠르드 세력과의 10년 간의 동맹을 종료하면서, 그들은 또다시 이슬람주의 세력의 공격 앞에 홀로 남겨졌다.
시리아 정부와 연계된 세력의 침공에 맞서, 북동 시리아 자치 지역(North and East Syria) 주민들이 사실상의 수도인 카미실리(Qamishlo)에서 무장을 하고 쿠르디스탄(Kurdistan) 깃발을 들고 있다. 출처: 로자바 정보센터(Rojava Information Center)
시리아 카미실리 — 시리아의 새 이슬람주의 정부가 북동부 쿠르드 자치 지역 로자바에 대해 전격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지난 2주 동안, 바샤르 알아샤라(Ahmad al-Sharaa) 시리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정부군과 연합 민병대가 지역 곳곳으로 밀고 들어와 쿠르드 마을과 도시들을 포위하고, 민족적 보복을 암시하며 위협하고 있다.
1월 11일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다마스쿠스가 세 차례 연속으로 휴전 협정을 위반했고, 정부군은 이탈한 아랍계 병사들의 협조를 받아 쿠르드 통제 하에 있던 아랍 다수 지역을 점령했다. 이에 맞서 쿠르드 민간인들은 대규모 동원 요청에 응답해 최대 도시이자 사실상의 수도인 쿠르드 다수 도시 카미실리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순찰을 조직하고 자신들의 거주지를 방어 진지로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코뮌’—직접민주주의와 연방 자치를 실험하던 기반 조직—에서는 노인과 병약자를 포함한 자원자들에게 AK-47 소총을 나눠주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에빈 후세인(Evin Hussein)이라는 할머니였다. 그는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쿠르드 깃발 물결의 맨 앞에서 AK-47을 들고 있었다. “쿠르드 여성으로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고, 고향을 지키고, 땅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무기를 들었고, 병사들을 지원하며, 마지막 한 방울의 피가 남을 때까지 싸울 거다.”
카미실리 주민들이 동원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로자바 정보센터
워싱턴이 쿠르드 파트너들을 반복해서 저버려 온 전력이 있음에도, 이번 공격과 그에 따른 미국의 철수는 쿠르드 지도부와 민중에게 충격이었다. 2015년, 쿠르드군은 이슬람국가(ISIS)의 진격을 막아낸 주역이 되었고,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대 ISIS 연합군의 지지를 받아냈다. 그 동맹 덕분에 쿠르드군은 전직 ISIS 수도 라카(Raqqa)를 포함한 광범위한 아랍 다수 지역까지 통제권을 확장할 수 있었고, 미국의 훈련을 받은 10만 명 규모의 시리아민주군(SDF)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 군대는 전체 인구와 마찬가지로 아랍인이 다수를 이뤘다. 많은 아랍인들이 강경한 반ISIS 보안정책에 불만을 품었지만, 쿠르드 주도의 자치지역은 여성과 소수자에게 가장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졌다. 하지만 1년 전 알아샤라가 정권을 장악하자, 평범한 아랍인들에게는 아랍 중심의 통일 국가 아래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무장 세력에게는 쿠르드에 대한 복수의 기회가 열렸다. 정부군의 공세가 본격화되자, SDF 내부의 아랍 병력과 부족 민병대들이 집단으로 이탈하며 퇴각 중인 쿠르드 병력을 공격했고, 수천 명의 쿠르드 가족이 쿠르드 중심부로 다시 몰려들었다.
“우리는 [아랍 도시] 타브카(Tabqa)로 피신했고, 거기서 새 삶을 시작했다”고, 이슬람주의 세력에게 쫓겨 10년 동안 네 번째로 집을 잃은 한 쿠르드 노인이 말한다. 그는 지금 폐교된 학교 건물을 피난처로 삼고 있다. “간신히 이불과 담요를 조금씩 모았는데, 이제 또 모든 걸 잃었다. 몸에 걸친 옷 한 벌만 입고 겨우 탈출했다.”
계속되는 정부군 공세로 인해 집을 잃고 카미실리로 피신한 쿠르드 주민들. 출처: 로자바 정보센터
이번 공격은 중동 내 지정학적 변화 덕분에 가능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시리아를 영향권으로 분할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하면서, 미국 정책도 그것을 용인했고 쿠르드에게는 자리가 남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군사 작전은 미국의 전폭적인 묵인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미군 900여 명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지만, 알아샤라의 이슬람주의 세력이 SDF가 관리하던 ISIS 수감소를 점령하고 수천 명의 ISIS 전투원과 수만 명의 가족들을 풀어냈을 때도, 미군은 기지에 그대로 머물렀다. 지금까지 다수의 ISIS 구성원이 탈출했다. 미국은 시급한 공중 대피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ISIS 수감자들을 시리아 정부 통제 지역 밖으로 긴급 이송 중이다. 이는 알아샤라 정부가 ISIS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미국이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미국은 병력을 철수하고 정부군의 학살이 예정된 이 지역에서 손을 떼려는 것으로 보인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해도, 쿠르드인들은 이번 배신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그들을 등졌던 전력이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텔 베이더(Tel Baydar)의 한 미군 기지 외곽에는, 피로 얼룩진 쿠르드 아이들의 시신 사진들로 장식된 천막 아래에 시위대가 모였다. 쿠르드 여성 시뎀 모하메드(Sidem Mohammed)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ISIS와 싸운 국제연합군 아래에서 1만 1천 명의 동료들이 전사했다”고 그는 말한다. “연합군은 우리를 보증하겠다고 책임을 졌다. 우리는 세상에 구걸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빚을 받으러 온 것이다.”
언젠가는 아랍 다수 지역이 다마스쿠스 통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은 항상 존재했다. 그럼에도 시리아 쿠르드 지도자들은 평화적인 전환에 대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랐다. 특히 튀르키예가 점령하고 민족 청소를 자행한 쿠르드 다수 지역의 반환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지난해 3월, 알아샤라 대통령과 시리아 쿠르드 총사령관 마즐룸 압디(Mazloum Abdi)가 서명한 협정은 희망적인 신호였다. 그 협정은 SDF를 정부군에 점진적으로 통합하고, 북동부 지역에 일정한 자치권을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시리아 쿠르드 지역 텔 베이더에 위치한 미군 기지 밖에 단식투쟁 참여자들이 모이고 있다. 출처: 로자바 정보센터
“우리는 여전히 3월 10일 협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시니어 쿠르드 정치인 게립 헤쏘(Gherib Hesso)는 말한다. “이 협정은 민주적 사회를 위한 새로운 청사진이며, 시리아 안에서 자유와 상호 협력, 진정한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초석이다.”
하지만 그 비전은 이제 수포로 돌아갔다. 시리아 정부군은 전력을 끊고, 물을 차단했으며, 휴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을을 점령하고 있다. 밤사이 튀르키예의 공습 두 차례가 카미실리를 타격하면서, 튀르키예-시리아 국경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또 다른 위협도 재확인되었다. 이제 쿠르드인들은 자신들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인 무기 뒤에 다시 결집하고 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수만 명의 쿠르드인들이 마지막 남은 정착지를 지키기 위해 정부군과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만약 그마저도 실패한다면, 이슬람주의 세력이 승리한 지역에서는 대규모 체포와 학살, 수감자들에 대한 학대와 굴욕, 정치적 탄압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학살당하고 있다. 아이들이 피로 물든 환경에서 자란 게 대체 얼마냐?” 단식 중인 시뎀 모하메드는 외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라도 일어서지 않겠는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
[출처] Surrounded and Abandoned, Rojava Faces Slaughter - Truthdi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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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브룸필드(Matt Broomfield)는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평론가로, 로자바(시리아 쿠르드 지역)에 3년 간 거주하며 활동했다. 그는 이 지역 소식을 VICE,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뉴 스테이츠맨(New Statesman), 자코뱅(Jacobin) 등 다양한 매체에 전해왔다. 브룸필드는 로자바의 대표적인 독립 언론 매체인 로자바 정보센터(Rojava Information Center)의 공동 창립자이며, 'brave little sternums' (2022)라는 시집으로 수상 경력을 가진 시인이기도 하다. 이 시집은 로자바 혁명에서의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