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양당 정치”에 균열을 낼 “독자적 녹색·진보정치”의 길을 모색하며 노동당·녹색당·정의당과 사회대전환 연대회의가 함께 꾸린 신호등연대가 6.3 지방선거 10대 공통공약을 발표했다. “공공성 높이고 생활비 낮추고”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들은 주거·의료돌봄·교통이동권·에너지기후·노동·여성·평등인권·농업먹거리·지역·지방자치 등 10개 분야 공약을 통해 “부자들의 성장 대신 모두의 존엄”을 “나중에”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호등연대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2026 지방선거 신호등연대 10대 공통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거대 보수양당의 정치 독점이 심화되는 사이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지방소멸의 위기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독자적 녹색·진보정치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호등연대는 앞서 지난 4월 28일 공동선언에서 “정권교체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광장에서 확인된 시민들의 요구를 지방선거에서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소수자, 여성, 하청노동자와 유가족, 해고노동자, 탈시설 장애인, 송전선로에 맞서는 농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요구가 사회대전환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 10대 공통공약은 이 같은 선언을 지방선거의 정책 과제로 구체화한 것이다.
신호등연대 10대 공통공약 발표 기자회견 현장, 이백윤 노동당 공동대표가 주거·의료·돌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참세상 류민
주거·의료·돌봄을 함께, “삶의 길목에 공공의 초록불을”
먼저 주거 공약은 매입형을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전체 주택의 20%까지 확대하고, 공정임대료제로 임대료를 제한해 주거권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공약 발표에 나선 이백윤 노동당 공동대표는 “집은 사는 물건이 아니라 사는 공간”이라며, 집을 투기와 금융상품이 아니라 모두의 공유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그린리모델링한 뒤 장기·저렴 임대로 공급하고, 지방정부가 지역별 표준임대료와 임대료 상한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돌봄 공약은 공공병원 50% 확대, 주치의제 도입, 읍면동 공공통합돌봄센터 설립을 핵심으로 한다. 신호등연대는 응급실 뺑뺑이와 필수의료 붕괴, 지방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병원과 공공병상 비중을 확대하고, 예방 중심의 1차 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돌봄 역시 가족, 특히 여성에게 전가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책임지는 공공통합돌봄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백윤 대표는 “집이 불안하면 몸이 망가지고, 아프면 돌봄이 필요하고, 돌봄이 무너지면 삶 전체가 무너진다”며 주거·의료·돌봄을 함께 바꾸는 전환으로 “삶의 모든 길목에 공공의 초록불을 켜겠다”고 말했다.
교통·이동권과 에너지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윤수영 녹색당 부대표. 참세상 류민
교통과 에너지는 권리, ‘보편적 공공재’로… “생활비·탄소배출 함께 줄여, 기후정의를”
교통·이동권 분야에서는 대중교통 완전공영제와 단계적 무상화를 내걸었다. 윤수영 녹색당 부대표는 농어촌 주민들이 하루 몇 번 오지 않는 버스를 놓치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장애인의 이동권 역시 여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자본과 사모펀드의 돈벌이 수단이 된 버스 준공영제를 완전공영제로 전환해 지자체가 버스와 노선권을 직접 소유·운영하고, 주민 필요에 따라 노선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농어촌 무상버스 즉각 도입과 월 1만 원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도 제시했다.
에너지·기후 공약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별 에너지 자립 실현이다. 신호등연대는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이 물가와 민생 위기를 키우고 있다며, 지자체가 책임지는 공공 중심 재생에너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부대표는 지역에너지공사를 설립해 태양광 공공개발을 추진하고, 공영주차장 태양광 공공성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발전 수익은 에너지복지기금으로 조성해 에너지 빈곤 가구의 냉난방비를 지원하는 등 “서민들과 저소득층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준의 필수 에너지를 공공이 무상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동, 여성, 평등·인권 공약을 발표하는 이호성 정의당 사무총장. 참세상 류민
노동권·성평등·차별금지… “모든 이의 인권과 평등권을”
노동 공약은 노동기본조례 제정과 지자체장의 원청 책임 의무화다. 이호성 정의당 사무총장은 5인 미만 사업장, 플랫폼·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 수준의 권리가 적용되도록 하고, 지방정부가 직간접 고용하는 일자리에서 쪼개기 계약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역시 산하 공공기관과 위탁·용역업체를 통해 수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이므로, 원청으로서 교섭과 고용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공약으로는 성평등 임금공시제의 민간기업 확대와 여성폭력 예방·피해자 지원 체계 강화를 제시했다. 신호등연대는 50인 이상 민간기업까지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의무화해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고, 교제폭력·스토킹·딥페이크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 지자체가 초기 대응부터 피해 회복까지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평등·인권 분야에서는 차별금지조례 제정과 전담센터 설치를 약속했다. 이호성 사무총장은 정부와 거대 양당이 외면해온 차별금지조례를 지역에서부터 제정해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에 대한 차별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별 전담센터를 통해 차별을 구제하고, 생활동반자조례로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농업·농민·농촌·먹거리, 지역, 지방자치 공약을 발표하는 진기영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참세상 류민
농업·지역·자치까지… “주민이 주인되는 지역정치로”
농업·농민·농촌·먹거리 공약은 친환경 유기농법 전환 지원, 농어촌·농어민 소득 보전, 생태적 로컬푸드 공공급식으로 요약된다. 신호등연대는 건강한 토양이 탄소흡수 능력을 높이는 기후정책의 핵심이라며, 유기농 전환 과정의 소득 불안정을 기후직불금으로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농산물을 공공급식에 공급하는 먹거리 통합지원센터를 공공 직영으로 운영하고, 비건 식단 선택권과 동물복지 축산물 기준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지역 공약은 지자체 책임 일자리 보장제, 지역 내 공공조달 체계 구축,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제정이다. 신호등연대는 성장과 개발의 이익이 기업과 지역 기득권층에게만 돌아가고, 지역 주민에게는 일자리 부족과 생태 파괴, 필수 인프라 부족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에너지·의료·주택·교통·돌봄 등 필수재를 지자체가 책임지고 공급하기 위한 공공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지방자치 공약은 주민의회 구성과 지방재정 확충·투명화다. 신호등연대는 지역 주민이 더 이상 정치의 객체가 아니라 정책과 예산을 직접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읍면동 단위 주민의회와 주민자치회 권한 강화를 제시했다. 예산안과 결산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개발이익 환수와 지방재정 재분배를 통해 주민의 존엄한 삶을 지자체 책임으로 보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모두의 존엄을”
신호등연대는 이번 10대 공통공약이 “경제성장 우선”이 아니라 “사회보장 우선”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약속이라고 밝혔다. 주거, 교통, 의료·돌봄, 에너지, 먹거리 등 삶의 필수 요소를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로 보장해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수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조가 계속되는 한 정치의 다양성은 질식되고 변화의 희망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민과 사회대전환을 바라는 시민들의 결집으로 녹색·진보정치의 독자적 가능성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신호등연대는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존엄한 삶을 도모하기 위해, 개발 지상주의의 폭주와 약자에 대한 차별을 멈추고 시민의 삶을 실제로 나아지게 하는 지방선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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