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2026년 7월: AI 붐과 중국의 자본 장벽, 분리되는 두 경제

지금 세계 경제에서는 두 가지 강력한 힘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AI 붐은 미국에서 K자형 성장을 이끌며 그 여파를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AI를 실제로 구현하고 보급하면서 나타날 영향은 막대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래에 속한다. 반면 중국은 공급 주도 성장을 이어가면서 풍부한 공급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디플레이션 압력도 키우고 있다. 2026년 여름을 더욱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이 두 힘이 같은 세계에서 같은 시기에 작동하고 있음에도 어느 정도 서로 분리되고 단절된 채 움직인다는 느낌이다.

미국의 AI 붐과 중국발 디플레이션이 미·중 축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미국 정부를 이끌고 있었다면 상황은 상당히 극적으로 전개됐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AI 붐으로 미국은 반도체와 관련 장비 등을 해외에서 엄청난 속도로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물량은 중국이 아니라 대만과 멕시코에서 들어온다.(sic)

미국의 AI 관련 컴퓨터 수입

한편 미·중 양자 관계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하다. 이른바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중 무역 휴전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크게 줄어들다. 미국의 대중국 교역 규모와 무역수지(10억 달러)

미국이 중국 수출을 이끄는 첨단 제품 상당수를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한 것도 이런 상황에 분명 도움이 됐다. 유럽과 달리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가 대거 유입되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다. 조 바이든은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내세웠지만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데는 주저하지 않았고, 도널드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에너지 전환 보조금을 폐지하고 있다. 그 결과, 이른바 '차이나 쇼크 2.0'을 둘러싼 논쟁은 주로 중국과 유럽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유럽에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세계경제 전체로 보면 폭발적인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한편 중국의 전체 무역흑자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에 따라 달러화로 표시되는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브래드 세처(Brad Setser) 같은 분석가들이 정밀하게 추적해야만 그 수출 수익이 어디에 쌓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AI 붐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 역시 중국식 '분리'라고 할 수 있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AI 경쟁에서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은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상대다. 그러나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주식시장 가치는 월가의 기업들은 물론,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진다.

중국 기술 대기업, 아시아 반도체 기업에 밀리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합산 3,370억 달러 감소. 출처: 블룸버그

중국의 가장 부유한 투자자들은 역사상 가장 가파른 자산 가격 상승 국면 가운데 하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위안화 가치를 저평가된 상태로 유지하는 환율 관리 정책은 이른바 '차이나 쇼크 2.0'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와 맞물려 시행되는 자본 통제는 수십조 달러 규모의 중국 자산을 국내에 묶어두는 역할도 한다. 그 결과 중국의 거대 자산가들은 세계적인 기술주 랠리에 온전히 올라탈 수 없다. 중국 주식시장은 세계 시장의 흐름에 크게 뒤처져 있다.

중국 증시,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글로벌 증시에 뒤처지다. 경기 둔화와 부진한 소비 수요가 중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 MSCI 중국지수 / MSCI 전세계지수(MSCI All Country World Index) 상대 성과(오른쪽 축) 비율

올봄에는 2025년 한 해 동안 8,000~1조 달러가 중국을 빠져나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순자본 유출을 통계적으로 추산한 수치다. 같은 시기 중국 당국이 해외 계좌를 단속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 수치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롱브리지증권과 타이거 브로커스, 그리고 홍콩의 푸투홀딩는 적절한 인허가 없이 중국 본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베이징당국으로부터 총 33,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베이징이 자본 이동에 이처럼 강경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통제 집착을 제외하더라도, 자본수지에서 매우 큰 규모의 자금이 급격하게 움직일 가능성을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자본 통제를 시행하면 댐 뒤에 물이 고이듯 엄청난 압력이 축적될 수 있다. 정치적 요인이나 다른 형태의 '자본 도피동기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자산 배분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중국의 부유층은 달러 자산 비중이 매우 낮다. 분석가 리처드 케이시(Richard Casey)"낮은 위안화 금리에 묶여 있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하며, 주식시장 성과도 부진한 데다 금에 투자하는 50조 달러 규모의 위안화 예금이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넓은 의미의 금융 억압은 중국 정치경제 체제의 핵심 요소다.

이 때문에 기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편에서는 유럽과의 산업 경쟁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다른 한편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중국이 국제수지를 완전히 자유화할 경우 막대한 자본 유출이 발생해 위안화가 절상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급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5~2016년처럼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 이상 감소하고, 결국 베이징이 지금과 같은 더욱 엄격한 자본계정 규제를 도입해야 했던 상황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JP모건의 저명한 분석가 마이클 셈벌레스트(Michael Cembalest)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통화 팽창 가운데 하나를 통해 성장 목표를 달성했다. 현재 중국 국내 은행권 자산은 60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세계 GDP의 약 50%에 해당한다. 중국이 자본계정을 완전히 개방하면 막대한 자본 유출이 위안화를 급락시키고 중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

자본 이동을 제한하는 체제는 기술적으로 브레턴우즈 체제와 닮았을 뿐 아니라, 20세기 중반 정치경제의 분위기도 떠올리게 한다. 베이징은 국가 차원의 부 창출은 용인하고 장려하지만, 특히 그것이 국가의 국제수지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자국 자본가들에게 자신의 자산을 무제한으로 자유롭게 처분할 권리는 허용하지 않는다.

베이징과 중국 부유층의 관계는 유동적이며 불투명하다. 원칙적으로 중국 국민은 연간 5만 달러(43,000유로)까지만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큰 규모의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다만 절차가 훨씬 복잡하다. 거액을 옮기려면 중국 밖에서 주식을 발행하고 복잡한 역외 소유구조를 활용해야 한다. 베이징은 이제 이러한 방식에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번 단속은 중국 부유층이 수년간 활용해 온 다섯 단계의 자산 이전 방식을 겨냥한 것이다. 이 방식은 홍콩에도 큰 이익을 안겨줬다. 이들은 중국에서 성공적인 기업을 키운 뒤 해외 증시에 상장하고, 자신과 다른 주주들에게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한 다음, 해외에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고 외국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러한 방식 덕분에 이들의 자산은 해외 송금 한도 등 시진핑 정부의 각종 규제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았다.

이 모델은 이른바 '레드칩(red-chip)' 기업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레드칩 기업은 중국 밖에 법인을 등록하지만 중국 내 자산과 사업을 보유한 회사다. 창업자들은 해외에 법인을 세운 뒤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해 중국 세무당국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대형 기술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방식을 활용했다. 이러한 전략이 널리 퍼진 결과, 홍콩의 패밀리오피스 수는 2023년 말보다 25% 늘어나 지난해 말 기준 3,384개에 이르렀다.

이제 중국은 레드칩 구조를 활용한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신청을 제한하면서 이러한 방식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 홍콩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그 결과 올해 들어 이 경로를 이용한 중국 본토 기업들의 홍콩 상장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 창업자들은 대신 중국 본토에 법인을 둔 기업만 이용할 수 있는 H(H-share, 중국 본토에 설립된 기업이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주식) 방식의 홍콩 상장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새로운 규제를 피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반드시 본토로 들여와야 하는지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었지만, 41일부터 시행된 중국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의 새 지침은 특별한 승인을 받지 않는 한 해당 자금을 반드시 중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압력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리위안(Li Yuan)에 따르면, 베이징은 단순히 벌금을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중국 본토 고객 비중이 큰 홍콩과 싱가포르 소재 여러 증권사에 2년 안에 해당 계좌를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해외 투자 관련 규정을 처음으로 개인에게까지 명시적으로 적용하면서, 모호하게 규정된 '불법 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랫동안 중국 본토 주민들의 해외 투자 관문 역할을 해온 홍콩에서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계좌 개설 요건을 강화했다. 일부 증권사는 본토 고객에게 미국 주식을 매도는 할 수 있지만 신규 매수는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훙수(小红书, RedNote)도 미국 주식 거래 계좌 개설 방법을 알려주는 게시물을 집중 단속했다고 발표했다.

자본계정 통제와 환율 관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베이징은 위안화 환율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자본 유출을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했을 것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무역흑자로 인해 커지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일부 상쇄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이 허용하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의 대대적인 단속은 기존의 균형을 흔든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중국의 부유층이 자산 상당 부분을 중국 밖으로 옮겨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분명 정치적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지닌 강력한 흡인력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일론 머스크가 조만간 '1조 달러 자산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누구도 그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이 잇달아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하자 중국 투자자들도 이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달 상하이에서 열린 루자쭈이 금융포럼에서는 일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최근 스페이스X 상장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불평했다. 컨설팅업체 테네오(Teneo)의 가브리엘 와일다우(Gabriel Wildau)"베이징은 자본 유출을 공산당의 권위를 훼손하는 비애국적 행위로 의심하는 시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이 자신들의 미래 비전과 경쟁하거나 충돌하는 해외의 '기술 서사에 돈을 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자금이 중국을 떠나려면 반드시 정부가 승인한 통로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새로운 요인은 중국 정부가 재정적으로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부유층에 과세할 유인이 커졌다는 점이다. 실효성 있는 소득세를 제대로 걷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출발이 될 수 있다. 자본 이동 단속을 분석한 <블룸버그>의 뛰어난 보도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모든 것은 세금 고지서에서 시작됐다.“

중국 개인소득세. 중국의 지난해 개인소득세 수입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다

공개적인 단속은 중국 내부에서 이미 진행되던 일련의 비공개 조치 뒤에 이어졌다. 중국 세무당국은 부유층에게서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점점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서는 일부 개인들에게 최소 201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통보가 내려졌다. 조사 대상은 대부분 계좌에 3,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이다. 이들은 대체로 중국계 출신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뒤 다시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일부는 역외 신탁(offshore trust) 구조를 활용해 자산을 관리해 왔다. 이들에게는 투자 수익에 대해 최대 20%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체납에 따른 가산금도 추가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최종 세액은 협상을 통해 조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한 공식 지침은 발표되지 않았으며, 모든 절차는 개인과 지방 세무당국 사이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세무당국이 경찰 개입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이러한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위안화가 무역 측면에서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에 반박하거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강조하려는 것은 '차이나 쇼크 2.0'이라는 무역 중심의 틀 속에서 왜 우리가 자본 이동이라는 더 넓은 문제를 제쳐둔 채 무역수지만 따로 떼어놓고 위안화 절상을 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제 조건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자본을 국내에 묶어두고 자본 이동을 억제하며, 세계 AI 붐에 참여하려는 욕구를 제한하고, 정부가 환율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왜곡된 국제수지 구조다. 다시 말해 중국 공산당이 관리하는 국가자본주의의 불균형하고 긴장된 정치경제 구조가 환율 정책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는 서방에서 제시하는 정책 제안에도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차이나 쇼크 2.0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당연하게도 중국이 자본계정을 완전히 자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제안하는 것은 기존의 자본 통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위안화 가치만 올리라는 것이다. 이 제안이 갖는 정치경제적 의미는 분명하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무엇보다 중국 소비자의 교역조건이 개선된다. 수입은 늘어나고 수출은 줄어들면서 수출 부문의 고용도 감소할 것이다. 수출 중심 기업들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런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강력한 외환 통제가 필수적이다.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자본이 위안화를 끌어내리는 압력을 상쇄하려면 베이징은 중국 부유층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결국 현재의 조건에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금융 억압을 한층 강화하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만약 무역과 자본 이동이 모두 완전히 자유로운 세계라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질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위안화가 급락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어떨까. 시간이 지나면 위안화는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변동환율제와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무역균형이나 제조업 고용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많은 국가처럼 수입 성향이 강한 선진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독일이 주도하는 유로존과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유지해 왔으며, 그 균형은 미국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맞춰졌다. 이 과정에는 어떤 강제적 메커니즘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이전 글에서 이를 '달러 함정이 아니라 '금으로 장식된 새장'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다른 선진국의 자산가들도 미국의 불균형한 K자형 성장, 친기업·친이윤 모델의 수혜를 함께 누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 추정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미국 이외 국가의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에서 무려 13조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중국의 부유층이 이 게임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게 되면 위안화는 절상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하될 것이며, 새로운 정치경제 구조 속에서 기존의 불균형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독일의 만성적인 무역흑자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화 절상을 권고하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환율 정책을 논하려면 중국처럼 강력한 통제 체제나, 이에 준하는 자본 유입 규제, 정교한 무역 규제, 또는 중앙은행 간의 신뢰할 만한 협정이 필요하다. 북대서양 경제권에서는 이러한 제도들이 1990년대에 대부분 사라졌고,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다시 그런 논의를 꺼내는 것은 대체로 시대착오적이고 문제가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차이나 쇼크 2.0 논쟁에서는 산업재 교역을 보다 공정하게 만들고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의 사회적 균형을 회복한다는 목표 아래 위안화 환율을 정책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식 경제 운영 모델의 영향력과 비중이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우회적인 찬사이기도 하다. 다만 내가 이전 글에서 주장했듯이, 이런 논의는 유럽 자본에도 일정한 규율을 적용해 현대 경제성장을 이끌 투자와 혁신을 실제로 촉진하는 방안까지 함께 제시할 때 비로소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금융 억압과 자본 규율에 대한 논의는 외면한 채 환율 정책만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결국 완곡한 표현으로 현실을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출처] Chartbook 455: The AI boom, China's walled-in-wealth and the financial barriers that separate the two. - World Economy July 2026.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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