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 반독점법 저지 총력 로비

빅테크는 가격 폭리와 반경쟁적 인수·합병 같은 전략을 통해 막대한 성장을 이뤄 왔다. 이러한 관행을 규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새로운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강력한 로비에 직면해 있다.

공개된 재무 공시 자료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은 캘리포니아 주상원에서 발의된 규제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 법안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민주당 상원 원내에서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은 실리콘밸리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Unsplash, Adarsh Chauhan

실리콘밸리와 다른 막강한 산업계는 캘리포니아에서 추진 중인 획기적인 반독점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 법안은 독점에 대한 주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고, 여러 거대 기술기업의 일반적인 사업 관행을 위협할 수 있다. <더 레버>(The Lever)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법안을 상임위원회에서 사실상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의원들은 자금력이 막강한 기업들로부터 수천 달러의 선거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소셜미디어 기업부터 우버 같은 차량공유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빅테크는 반경쟁적 인수·합병, 가격 폭리, 가격 차별 등 반독점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사업을 키워 왔다. 이러한 관행은 최근 들어서야 연방정부와 주 정부 규제당국의 본격적인 감시 대상이 됐으며, 빅테크를 분할하려는 일련의 소송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캘리포니아 규제당국은 최소 두 개 이상의 기업이 공모해 공정경쟁을 제한한 경우에만 반독점법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630일 상원 법사위원회 표결을 앞둔 새 법안은 특정 기업이 한 산업을 지배하거나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부당하게 배제하는 단독 기업의 독점 행위까지 처음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규제당국은 구글과 애플이 그동안 비판받아 온 것처럼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우선 노출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 또한 경쟁사를 인수해 "경쟁 자체를 없애려는" 행위도 규제 대상이 된다. 법안에 대한 입법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규제당국은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해 소규모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기업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우버가 2010년대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사용한 가격 전략이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주요 기술기업들과 관련 업계 단체들은 이 법안을 비롯한 여러 현안을 둘러싸고 600만 달러 이상을 로비에 사용했다. 이들 단체는 캘리포니아 주상원 법사위원회 위원장인 토머스 엄버그(Thomas Umberg)를 비롯해 민주당 소속 벤 앨런(Ben Allen), 앙젤리크 애시비(Angelique Ashby), 헨리 스턴(Henry Stern) 상원의원의 선거자금으로도 총 13만 달러에 가까운 후원금을 제공했다.

이 네 명의 위원은 과거 기술 플랫폼이 경쟁사보다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반독점 법안에 반대한 전력이 있어, 이번 법안의 통과 여부를 결정할 핵심 표를 쥔 인물들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벤 앨런 의원은 <더 레버>의 논평 요청에 "나는 이 법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나머지 세 명의 의원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아메리칸 프로스펙트>(American Prospect)에 따르면 앨런과 헨리 스턴은 함께 거주하는 룸메이트이며, 주요 법안에서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투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로비

COMPETE 법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주 법률의 개정안을 검토·권고하는 독립기구인 캘리포니아 법률개정위원회에 반독점법 연구를 의뢰한 뒤 마련됐다. 위원회는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단독 기업의 독점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캘리포니아의 반독점법을 연방법 수준에 맞춰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입법 분석에 따르면 이 법안은 "하나 이상의 개인 또는 기업이 거래를 제한하거나 시장 독점을 시도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단독 기업의 독점 여부를 판단할 때 법원이 고려해야 할 10가지 기준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이 법안은 컨슈머 워치독, 캘리포니아 소비자연맹 등 소비자 보호단체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지방검사협회, 캘리포니아 직업소방관협회, 여러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독점 운동 단체인 미국 경제자유 프로젝트’(American Economic Liberties Project)는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COMPETE 법안은 캘리포니아가 본래의 반독점 전통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래전부터 필요했던 시도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난 100여 년 동안 캘리포니아의 반독점 집행 체계에서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다.“

반면 상원 법사위원회의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와 수십 개 산업별 협회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고 있다. 이들은 법안이 "불필요하고, 내용이 모호하며, 수십 년간 축적된 판례를 무력화하고, 원고 측 변호사들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법안에 반대하는 기업들과 로비단체들은 20261분기에만 410만 달러 이상을 들여 주의회와 주지사실, 캘리포니아 법률개정위원회를 상대로 이 법안과 반독점 정책 등을 둘러싼 로비를 벌였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친기업 로비단체인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는 올해 들어 이 법안과 다른 현안을 대상으로 160만 달러 이상을 로비에 사용했고, 구글도 284,000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구글은 캘리포니아 법률개정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AI의 발전은 기술 산업이 여전히 매우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원회가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이른바 '큰 기업은 나쁘다'는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소비자 후생이나 혁신 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글은 의견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위원회가 이번 제안이 소비자, 혁신, 그리고 시장 경쟁 환경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하기를 촉구한다."

기술업계 로비단체인 체임버 오브 프로그레스’(Chamber of Progress)도 의견서를 통해 이 법안이 기술업계의 인수·합병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과 투자자, 성장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위험을 감수한 투자의 자금을 회수하고, 신제품을 확대하며, 확보한 자본을 차세대 기업에 다시 투자할 수 있다."

체임버 오브 프로그레스는 올해 들어 반독점 법안과 다른 현안을 대상으로 주의회를 상대로 약 9만 달러의 로비를 벌였다.

이 밖에도 화이자, 애보트 래버러토리스, 앤하이저부시,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 월트 디즈니 등도 올해 들어 이 법안과 다른 현안을 둘러싼 로비에 총 200만 달러를 지출했다. 다만 이들 기업이 이번 반독점 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만 달러의 정치자금

공개된 정치자금 공시 자료에 따르면, 토머스 엄버그는 2025년 이후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기업들과, 법안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주요 기술업계 로비단체 테크넷(TechNet) 회원사들로부터 73,000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받았다. 그는 법안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테크넷 회원사인 메타 플랫폼스로부터 9,800달러,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 산하 정치행동위원회(PAC)로부터 13,000달러, 구글로부터 4,000달러, 테크넷 정치행동위원회로부터 2,500달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앙젤리크 애시비도 2025년 이후 비슷한 기업과 단체들로부터 37,000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는 그에게 2,000달러를 후원했고, 상공회의소와 연계된 소액기부 정치행동위원회는 5,551달러를 지원했다. 구글은 2,900달러, 테크넷 회원사인 아마존은 2,600달러를 기부했다.

622일 엄버그 앞으로 보낸 공동 서한에서 테크넷과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수십 개 단체는 이번 법안이 "그동안 합법적이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으로 여겨져 온 일반적인 기업 관행을 위축시키고, 소송을 늘려 소비자와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에 상당한 비용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이들 기업과 단체는 민주당 소속 스콧 위너 주상원의원이 발의한 또 다른 반독점 법안에도 반대했다. 이 법안은 목표가 이번 COMPETE 법안과 비슷했다. 법안은 4월 법사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러 상원의원이 본회의에서는 찬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법사위원회 심의에서 엄버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캘리포니아가 유럽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반독점 제도 실험이 좀 더 다듬어질 시간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겠다."

앨런은 한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본회의에서도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 법안의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법안을 폐기하는 데 힘쓰겠다.“ 다만 앨런은 최근 가격 폭리의 허점을 막고, 캘리포니아 현행 반독점법을 집행할 수 있는 주체를 확대하는 별도의 반독점 법안을 직접 발의했다. 애시비도 위너의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법안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시행 과정에서 혼란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스턴은 위너의 법안 표결에서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 경제자유 프로젝트의 수석 법률고문 리 헤프너(Lee Hepner)COMPETE 법안이 통과되면 중소기업에는 큰 도움이 되고, 캘리포니아의 초대형 기업들에 대한 견제 장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25년 동안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가격을 올리고 임금을 억제하며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행위로부터 주 최대 기업들을 보호해 온 법의 허점을 메우려 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부유층과 정치적 연줄을 가진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동안, COMPETE 법안은 주정부의 입법자들과 법 집행기관이 그 공백을 메우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출처Silicon Valley Is on a Lobbying Spree in California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프레디 브루스터(Freddy Brewster)와 루크 골드스타인(Luke Goldstein)은 <더 레버>의 기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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