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지킨 성소수자 대선 정책 요구...민주당·국힘·개혁신당은 '묵묵부답'

긴 겨울 무지갯빛으로 광장을 밝힌 성소수자 평등 시민들이 각 정당 대선 후보들에게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약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은 아직 분명한 답을 내어놓고 있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사무실을 찾은 무지개행동 활동가들. 참세상

전국 49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참여하는 무지개행동이 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에 성소수자 정책요구안을 전달하고 대선 공약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무지개행동은 지난달 23일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며 제21대 대선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에는 해당 요구안을 대선에 후보를 내는 각 정당에 전달하고 정책 질의 및 정책 협약을 제안한 바 있다. 이달 7일에도 다시 한번 요구안을 발송하고 각 정당에 9일까지 답신을 요구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에서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날 9일 오전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답신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무지개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캠프 사무실과 개혁신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피케팅을 진행하고, 직접 요구안을 전달하려 각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사무실에서는 "지금은 받을 수가 없다"면서 요구안이 담긴 서한 수령을 거부했다. 개혁신당 당사에서도 요구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서한을 받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정책 요구안을 수령하기 어렵다면서, 민주당 중앙당사에 전달하라고 활동가들을 돌려보냈다. 중앙당사에서는 자신을 "민원 담당자"라 밝힌 이가 나와서 요구안을 수령했다.

한편, 이들 3개 정당과는 다르게,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는 무지개행동이 진행하는 '무지개 수호대'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21대 대선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도 무지개행동의 성소수자 정책요구안 발표 직후 SNS로 동의 의사를 밝히고, 지난 2일에는 정책협약을 맺었다.

무지개행동은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 측과도 정책 협약도 일정 등을 두고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제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로". 참세상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요구안 전달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선은, 12.3 내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였고, 윤석열이 없는, 윤석열 이후의 세상을 바라보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졌다"며 "그렇기에 21대 대선은 광장의 빛의 혁명을 완수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짚었다. 박한희 대표는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온라인 공론장 '천만의 연결'에 시민들이 제시한 사회대개혁의 방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위가 차별 금지와 인권 보장이었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평등 사회 구현, 성소수자 권리 보장, 여성 권리 강화 모두가 광장 시민들의 요구"라고 환기하고 이러한 광장의 요구를 담은 성소수자 정책 과제들을 대선 공약으로 선언하고 선거 이후 이를 책임 있게 실현해 나갈 것을 각 정당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소연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활동가는 "지난 4개월 동안 우리는 내란 수괴를 파면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광장에 함께 모였다"며 "우리가 외친 민주주의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빈민 등 모든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를 온전히 포괄하는 민주주의"였고, "우리는 민주주의가 진정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아야 하며, 차별과 혐오가 아닌 평등과 존엄 위에 서야 한다는 것을 뼛속 깊이 배웠다"고 강조했다. 

조소연 활동가는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민주주의의 회복과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대선 후보들은 성소수자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성소수자의 삶이 정치적 계산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되고, 성소수자의 인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표 계산의 도구도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우리는 권리 위에, 존엄 위에 민주주의 위에 서고 싶다. 모두가 차별 없이 혐오 없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이제는 성소수자를 지키는 민주주의로 나아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무지개행동이 발표한 '제21대 대선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은 21개 의제로 구성되어 있다. 의제별 세부 내용은 웹페이지(https://rainbowaction.kr/policy)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제21대 대선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 21개 의제 

1. 성소수자 국정과제 마련

2. 차별금지법 제정

3. 혼인평등(민법 개정을 통한 동성혼 법제화) 실현 

4. 트랜스젠더의 성별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성별인정법 제정

5.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6. 성소수자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포용적인 초중등교육 학교 환경 구축

7.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 지원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 

8. 대학 내 성소수자 인권침해 예방 및 구제 방안 마련 

9. 성소수자 노동자의 평등한 권리 보장

10. 성소수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보건의료정책 마련 

11. 트랜스젠더의 성확정 관련 의료적 조치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보장

12. 트랜스젠더를 예외적 존재로 만드는 질병분류기준 및 이분법적 주민등록번호 개정

13. 성소수자를 형사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폐지

14. 성소수자가 평등하게 복무할 수 있는 군 환경 보장 

15. 성소수자 수용자 인권보장을 위한 법령 및 지침 마련 

16. 성소수자 난민에 대한 인권보호정책 마련

17. HIV 감염인을 범죄화하는 전파매개행위죄 폐지 

18. HIV 감염인 차별없는 의료·돌봄·지원 대책 마련 

19.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검열·심의 방지 및 차별없는 지식·정보접근권 보장

20. 성소수자의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21. 다양한 성별을 포용하는 행정 마련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사무실. 참세상 
개혁신당 여의동 당사. 참세상
요구안을 수령하는 민주당의 자칭 '민원 담당자'.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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