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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이 뜨거워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맑은 마음 지니며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있는 것을 마구 죽이고 그것을 온갖 논리로 정당화시키는 세상에 맑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한다. 세상을 살리기 위해 내 자신의 순수를 찾기 위해 걸어 가야 한다. 지율 스님, 김재복 수사님, 박기범 님이 걷는 길을 따라 가야 한다. 우리 한사람한사람이 자기가 살고 있는 바로 그 곳에서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정말 얼마나 나를 죽여야 내가 보일까. 어떻게 하면 내 속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더러운 탐욕을 끄집어 내어 죽일 수 있을까. 그래서 이라크 아이들을 살리고 천성산 고속철도 공사로 죽어가는 이름없는 수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을까. 나는 책방에 있으며 지율 스님, 김재복 수사님, 박기범 님을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면서도 가슴 한 켠이 따뜻해져옴을 느낀다. 이 분들은 모두 자기 목숨 귀하면 남의 목숨 귀하다는 간단한 사실을 알고 온몸 온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만큼 세상은 조금씩 밝아진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서 할 일이 많다. 아무리 세상의 어둠을 걷기 위해 밥을 굶어도 자기 목숨 버리며 할 수는 없다. 지율 스님, 밥 굶기를 그만하세요. 제발이요. 살아서 싸워요. 살아서. 스님 생각하면 제 속이 시꺼멓게 타 들어가요. 스님 제발 살아서 함께 싸워 좋은 세상을 맞이 해요.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배가 너무 고팠다. 나도 오늘은 한 끼를 굶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낮밥을 굶으니 배 속에서 밥 달라고 요동을 친다. 이 지구상에는 5살 전후의 아이들이 굶주림과 어른들이 벌인 전쟁, 질병으로 하루에 3만명 이상이 죽는다. 그리고 그 중에 5천명은 단지 물을 못먹어 죽는다. 누가 이 세상을 아름답다고 했는가. 돈 있고 배부른 자들에게는 이 세상이 그런대로 살만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단지 물이 없어, 물을 떠오기 위해 30km를 걸어서 오는 수단의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 곳이 바로 생지옥이다. 지율 스님은 이것을 알고 있다. 경제개발이라는 이름이 가난한 나라의 수많은 목숨을 죽인다는 것을. 스님은 단지 천성산의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밥을 굶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갖고 있는 물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죽이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살려야 할 것을 살리려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김재복 수사님, 박기범 님도 한마음이다. 세상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죽이는 것이다. 배고픔의 고통을 참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살아서 같이 싸워야 한다. 스님, 지율 스님 죽으면 안돼요. 제발 이제 한박자 쉬고 다시 싸울 수 있도록 밥굶기를 멈추세요. 제발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스님의 목숨이 한 줄기 바람으로 바뀔까봐 조마조마 해요. 살아서 싸워요. 스님. 2004년 8월 20일 살아있는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날 낮,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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