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이지 한나절이라도 쉬었으면 좋겠다."
지난 29일 오전 11시 서울역 광장은 숙연함과 고요함이 조용히 감돌고 있었다. 서울역광장에는 간간히 열차의 도착과 출발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계속 되고 있었다. 커다란 걸개 프랑카드가 걸려 있는 곳으로 깃발과 영정을 든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여 들었다.철로위에서 미쳐 열차를 피하지 못해서, 혹은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인해 과로사로 쓰러진 동료들의 한을 달래기 위해 밤새 고된 노동을 마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간밤에 내린 비로 젖은 땅이 미쳐 마르기도 전의 서울역 광장으로 각 지역에서 올라온 것이다. 철도 노동자들의 손에는 영정이 들려 있었다. 같은 작업장에서 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이름이 적힌 영정이었다.
위령제는 먼저 영정과 관이 입장하면서 시작 되었다. 그리고 내외빈들의 분향과 조합원 묵념이 있었다. 조합원들의 묵념이 끝나자 죽어간 노동자들의 혼을 달래는 진혼굿이 시작되었다. 위령제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하얀 장갑은 손에든 영정을 더욱 굳게 잡으며 먼저 간 동지들의 몫까지 싸우겠다는 다짐을 하는 듯 더욱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죽어간 노동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소리에 광장안을 지나는 사람들 조차도 조용해 졌다.

곧이어 김재길 철도 노조 위원장의 추도사가 있었다. 김위원장은 추도사를 지난 새벽 한 보선원이 철도 홈페이지에 올려 놓을 글을 읽는 것으로 부터 시작 하였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현실!! 알려야 합니다.
옆의 동료가 열차에 쓸려 죽어갔을때 우리는 동료의 살점을 주워담으며 피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 동료의 살점 위에서 다시금 삽과 해머를 잡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했습니다. 모든것이 개인의 팔자고 운명이라고...
이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시속 100km가 넘는 열차에 치어 죽을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멀쩡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적인 보선현장의 현실....
휴식, 휴양 언제 들어본 이야기인지 모릅니다.
어제도 야간 차단 작업을 했습니다.
새벽 1시부터 새벽 4시 30분...
혹시나 늦을세라 집에서 땀에절은 옷만 갈아입고 다시 선로반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빠루를 잡고 수명이 다한 50m 레일을 넘기고 신레일을 다시 깔았습니다.
어느덧 동이 터옵니다.
정신이 몽롱합니다. 근접한 열차의 기적소리도 모기 방귀소리만하게 들립니다.
한시간이라도 단잠을 잤으면 좋겠습니다.
옆의 동료가 연일 계속되는 야간작업에 몸살이 났습니다.
제발이지 한나절이라도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사무소를 비롯한 분소장은 이야기 합니다.
시간외 수당을 받는데 무슨 휴식이냐?고...
우리는 더이상 사람이 아닙니다. 기계입니다. 아니 기계도 이렇게 굴려먹는다면 성치 못할것입니다. 주 40시간 노동을 쟁취하자고 합니다.
그러나 철도보선의 현실 아닌 철도노동자의 현실은
월 초과근무 172시간이라는 그물에 가두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물위로 열차는 쉼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
김 위원장이 그 글을 읽어 내리자 다시 장내는 모두가 공감 한다는 듯이 숙연해 졌다. 이어 김위원장은 "철도 역사상 1250명의 순직자와 올해 들어 벌써 11명의 순직자가 생겼다"며 "지금 철도 노동자들의 요구는 단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산업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인력을 충원 하라는 것이며 이렇게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아무도 책임자가 없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라며 철도청과 정부를 규탄 하였다. 또한 "만약 철도 노동자들의 한 맻힌 목소리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한다면 한으로 대답해 줄 것이며 어려운 투쟁을 하고 있는 여러 단위들과 연대하며 인력감축을 막아내고 민영화를 박살내겠다"라며 추도사를 마쳤다.

이어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투쟁하는 민중가수 최도은 씨의 노래가 있었다. 최도은씨가 부른 노래는 진혼곡 이었다. 진혼곡의 음이 서울역 광장에 울려 퍼지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위령제를 하고 있는 곳으로 모여 들었다. 진혼곡이 끝나고 순직자 동료의 추도사와 당면투쟁 경과 보고 및 향후 투쟁 결의 발언이 있었다.
철도노조 산업안전국장은 투쟁 결의 발언은 위령제에 참가한 철도 노동자들의 분노의 함성을 자아 낼 만큼 그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짚어 냈고 이제는 거리로 나가 싸워야 함을 명확히 지적하였다. "지난 6월 20일 여상도 동지의 죽음을 장마비 속의 땅에 묻고 그 눈물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부산 보선의 김삼수 동지가 새마을 호 열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이어 7월7일에는 김대영 동지가 과로사로 쓰러 졌습니다. 그때 쓰러지고 그 분의 심장은 다시는 뛰지 않았습니다. 철도청과 정부는 본인과실로 몰아 붙이고 있습니다. 김대영 동지가 돌아가시자 '평소 비만이라서 죽은것' 이라고 그들은 주장합니다.
2150명이 하나같이 자신의 과실이었고 자신의 잘못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요즘 돌아가신 보선 노동자들은 20년이 넘는 고참 노동자 들입니다. 그분들은 열차가 오는 시간과 어떻게 열차를 피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도 잘알고 계신 베테랑 노동자입니다. 그런 그분들이 열차에 치일수 밖에 없었던 것은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으로 인해 모자란 잠과 지친몸으로 인해 미처 대응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몽롱해져 기차를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여러분 더 이상 우리 철도 노동자들의 죽음을 팔자 소관으로 돌리지 맙시다. 나 역시 죽어갈 것이라고 체념하지 맙시다. 산업안전 대책을 세우기 위해 거리에 나서서 힘차게 싸워 나갑시다. " 철도 노동자들은 산업안전국장의 투쟁결의 발언에 박수와 분노의 함성을 질렀다.
서울역 광장에서 위령제가 끝나고 난후 참가자들은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프랑카드와 공대위 대표들을 앞세우고 방송차량이 그 뒤를 따라 갔다. 방송차에서는 계속해서 죽어간 노동자들의 한을 달래는 노래가 들려오고 영정과 깃발이 뒤따랐다. 그들이 명동으로 출발하고 조금 후에 비가 내리기 시작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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