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은 전제군주, ‘소리바다’를 ‘피바다’로 만들텐가?

찰의 ‘소리바다’ 기소, 쟁점 바로잡기

“소리바다 이슈를 계기로 저작권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특히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문제가…”

지난 8월 12일 검찰은 ‘소리바다’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다. 즉, 검찰은 소리바다를 통한 이용자들의 MP3 파일 공유는 저작권법 위반이며, 이를 매개한 소리바다는 저작권 위반에 대한 기여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이루어지겠지만, 이번 검찰의 기소 결정은 분명 섣부른 감이 있다. 왜냐하면, 소리바다에 관련된 판결은 비단 소리바다라는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인터넷에서의 디지털 저작물 일반의 이용에 관련된 룰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현재 소리바다 이슈를 계기로 저작권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특히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문제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직 사회적으로 일정한 합의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적 창작물은 창작자의 소유물?

우선 저작권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음반사 측은 모든 형태(음반의 형태든, 디지털의 형태든)의 창작물에 대한 복제, 배포의 권리가 창작자에게 귀속된다고 생각한다. 즉, 일종의 유체물에 대한 소유권과 비슷한 개념으로 지적창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사고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나 영화, 음악 등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비디오, 지하철 등에 광고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러한 광고들도 일반인들에게 ‘지적창작물은 창작자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무척 잘못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창작물에 대해서 창작자에 대한 인격적 측면―즉 누가 그것을 창작했는가에 대한 명시 혹은 동일성 유지 등―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작자에게 일정기간(저작권법상 창작자 사후 50년) 동안 복제 및 배포 등에 대한 독점권을 주는 것은 정책적인 문제이다. 즉, 창작자에게 창작의 동기부여를 위해 ‘일정기간 동안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며, 그 후에는 사회의 공공자산으로 환원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는 저작권법 내에 저작재산권을 제한(우리나라 저작권법 제6절)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서도 알 수 있다.

이를 해외에서는 공정이용(fair use)이라고 하는데, 교육, 보도, 비평 등 공익적 목적이나 사적이용의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다. 즉, 저작권법은 저작자만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조), 이를 위해 창작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와 원활한 배포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작권법이 역사적으로 생성, 변화해왔듯이, 우리는 현재 변화된 상황에서 어떠한 정책이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어떻게 저작권법에 반영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다면서?

특히, 디지털화와 인터넷의 확산은 기존 인쇄물 중심의 저작권법에 근본적인 딜레마를 제기하고 있는데, 소리바다 이슈가 제기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중요한 쟁점의 하나는 소리바다를 통한 MP3 파일 교환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가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용자들이 훔친 것은 없다. 그들은 단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음악 파일을 복사했을 뿐이다. 또한, 소리바다 이용자들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 비영리적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음반사측은 소리바다를 통한 파일 공유는 ‘불특정다수’에 대한 배포이며, 개인과 개인의 파일 교환이 뭉쳐서 집단적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일명 ‘물방울 효과’) 하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애매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결국 사적이용이라는 공정이용 영역을 부정하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PC와 MP3 플레이어를 갖고 있는 경우, MP3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2개의 정품 MP3를 팔기를 원할 것이며, 그들의 입장에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또한, 이용자들이 MP3 파일을 교환하는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명 사적이고 비영리적인 행위인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지나치게 저작권자만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복제의 개념’ 자체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즉, 지적창작물이 책이나 음반같은 유체물에 고착되어 배포되는 경우, 지적창작물에 대한 접근과 복제는 별개의 행위였으며, 복제를 규제하는 것(그래서 Copyright)이 상대적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불법복제를 하려는 의도와 무관하게 내용물에의 접근을 위해 복제는 필수적으로 수반되며, 또한 개인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웹페이지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서버로부터 데이터 파일을 복제, 전송해오는 것이다)

따라서, 복제에 대한 통제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행위에 대한 통제까지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자칫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금은 소리바다만이 문제가 되고, 소리바다의 폐쇄만을 원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개인간의 파일 교환을 불법적이라고 규정하는 이상, 소리바다만이 아니라, 메신저, e-mail 등 다양한 개인간의 소통을 저작권 위반의 가능성이라는 명목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에 대해서 정당성을 부여해줄 위험이 있는 것이다.
문화의 향유와 창작이라는 측면에서도 저작권은 과거보다 훨씬 억압적으로 다가온다. 예컨데, 디지털 도서관은 우리나라같이 도서관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공공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하고도 저작권에 발목잡혀, 도서관에 직접 가서 열람해야 하는 웃기는 상황이 되었다.

문화영역 전체로 확대해야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발전은 음악 창작자들이 ‘직접’,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이를 저작권이라는 시스템으로 제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또한, 정보, 문화 영역에 있어서 최대의 소비자는 바로 창작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저작권 강화가 창작자 보호’라는 등식은 단지 특정 순간만을 포착한 단견이며, 궁극적으로 창작자 자신에게 ‘환경적 제약’으로 돌아온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소수의 스타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문화의 발전은 분명 예술창작물의 양적 확대도, 다수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의 생산도, 스타 만들기도 아닐 것이다. ‘문화산업의 발전’이 문화의 발전이라는 논리는 분명 자본의 논리이지, 문화 자체의 가치를 중심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작권 시스템은 ‘시장을 통한 창작자에 대한 보상’(물론 그나마 제대로 보상이 되고있지 않지만)이라는 한계 내에 있다. 따라서, 여기서 저작권 중심의 논의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음반(문화) 시장에서의 모순이 저작권만의 문제는 아니며, 그 대안도 저작권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해서만은 안될 것이다. 즉, 우리의 고민은 음반(문화) 영역 전체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예컨데, 현재 창작자는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음반사들의 역할은 재고될 필요가 없는가, 저작권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그리고 창작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공공정책으로는 어떤 대안이 있는가 등.

소리바다 이슈를 계기로, 저작권 측면에서의 고민과, 개별문화영역에서의 고민이 소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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