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비명소리… 망설임과 미련을 지웠다!

☞지난 14일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교사들이 부상을 입었다[photo- coptleft 교육희망]

‘비단폭 찢는 듯한 긴 비명소리’

지난 14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합법 집회를 갖고 21m 간격으로 ‘7차 교과선택제 유보' ‘조합활동 보장' 등 구호 적힌 종이 선전지를 들고 길을 걸어가던 전교조 서울지부 조합원들을 방패로 내리찍는 백주대낮 공권력의 횡포가 벌어졌다.

‘비단폭 찢는 듯한 긴 비명소리'에 “가슴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분노보다 진한 슬픔이, 절망보다 진한 투지가 그나마 무의식에 잔존해 있던 모든 망설임과 미련을 말끔히 지워버렸다."며 눈물을 머금는 한 선봉대원.

윤여강(서울 용북중) 교사가 내리꽂는 방패에 입술이 찢겨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고, 김학한 , 안상기, 조오영, 임덕연 교사 등 많은 교사들이 쓰고 있던 안경이 부서지거나 손가락이 패이는 등 중·경상을 입었다.

한편 서울 경찰청은 게시판에 부상당한 교사들이 ‘방패에 부딪쳐 튀어나온 제 가방에 안경이 맞았다' ‘교사들에 밀려 방패에 부딪쳤다'고 주장하고 “불법·폭력행위자는 반드시 스스로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수준 높은 시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버릇 잘 들이라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혼자 걸어 가겠다는데 왜 내 자유로운 통행을 가로막는 거야!"며 몸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경기·강원·대전·인천지부 선봉대원들을 첩첩으로 에워싸며 종로경찰서 소속 전경들이 전송하는 내용은 “버릇 잘 들이라구!"였다. 선봉투쟁 첫날, 교사들의 합법 집회와 공교육정상화 요구가 서울경찰청에는 길들여야 할 '버릇'이었던 셈.

‘2060’
8시간 동안 벌인 ‘폭력규탄, 종로서장 사과 요구' 투쟁, 일몰 후 6시간 동안 세종문화회관 바람 찬 거리의 한 풍경.
“두 분 (여관으로) 들어가이소"
“아직 (몸) 괜찮다. 결과보고 판단한대. 너희들이 다 (경찰서로) 들어가면 면회투쟁 다녀야 하는데, 그게 더 힘들다.(웃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에 철심을 넣었다는 최연호 교사(대구 지산중, 영어, 57세)와 83년 ‘국가원수모독죄'로 구속돼 16년만에 교단으로 돌아온 김대열 교사(대구 입석중, 도덕, 48세)를 걱정하는 후배교사의 대화.

최연호 교사는 대구지부 지도자문위원으로 30여년 동안 평교사로, 20여년을 교육운동에 헌신해온 머리카락 하얀, 대구지부의 ‘젊은 청춘'이다.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바꿔야 할 것은 바꿔야 한다"는 최 교사는 “올바름은 나이와 관계없다"며 젊은 교사들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젊은 교사부터 60대 원로교사까지, 선봉투쟁의 장에서 ‘동지'로 감격스럽게 만났다.

지팡이 놓은 ‘민중의 지팡이’
“대통령 버르장머리 바꾸겠다고 청와대까지 간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 세종문화회관 인근의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상인 10여명이 ‘장사를 못하게 한다'며 항의를 와 실랑이를 벌이다 몸싸움까지 번지자 경찰에 상황을 전하자, 경찰측에서 한 말. 작년 전교조 선봉투쟁에 대한 앙금이 드러난 것은 물론 거리의 몸싸움을 수수방관하며 직무를 유기한 경찰은 잠시 ‘지팡이'를 놓은 ‘민중의 지팡이'였다.
밤늦게까지 벌어진 뜻밖의 집회에 인근 식당 주인들은 고생한다며, 따뜻한 물, 토스트를 가지고와 선봉대원들을 훈훈하게 녹여주기도 했다.

“경찰도 노조 만들어 보이소”
선봉대원들과 경찰과의 승강이가 벌어지고 격분한 일부 선봉대원들은 산발적으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인 릴레이 시위를 신고를 해야하는 변형된 시위로 간주한 경찰은 끈질기게 선봉대원들의 앞길을 막았다. 나중엔 서로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이 때 한 선봉대원이 “아직 노조도 못 만드는 경찰이..."라며 약간의 감정섞인 말이 나왔다. 경찰 측은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라"며 응수했다. 나중에 ‘노조'발언을 했던 선봉대원은 한 경찰관을 붙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5년, 10년 잡고 찬찬히 준비해 보이소. 충분히 노조 가능합니더" 단지 감정을 섞어 내뱉은 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장이 선봉투쟁! 학교공동체 건설하자
인권학원 소속 한광고등학교 교장 직무대리로 근무하고 있는 서울지부 유승준 교사도 선봉대원들을 찾았다. 비록 다른 선봉대원들처럼 몸자보와 머리띠를 착용하지는 않은 양복차림에 점잖은 목소리였지만 “몇달 째 교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말투와 복장이 조금 달라졌지만 마음만을 결코 변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문을 연 유승준 교사의 말을 선봉대원들은 숨을 죽이고 경청했다. 유승준 교사는 “교장이나 평교사나 결국 모두 같은 교사"라며 “정부가 틈만 나면 강조하는 학교공동체는 교장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교육주체로서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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