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경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의 국가 깃발과 평등노조 이주지부 깃발들을 들고, 머리띠를 두른 이주노동자들이 훈련원 공원에 속속 들어왔다. 평등노조의 인솔로 먼저 도착해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는 노동자다", "우리에게 비자 달라"라고 외치며 환호로 노동자들을 맞았다. 훈련원 공원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끌어안고,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밝은 얼굴이 가득 했다.

2시 40분 경부터 '불법체류 등록거부와 추방반대, 합법화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기자회견에서 한 조선족 노동자가 "우리는 한국사람 너무너무 무섭고, 너무너무 두렵다.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어렵고, 위험한 한국의 3D업종에서 땀흘려 일 한 것밖에 없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추방당해야 합니까?"라며 조선족 불법체류 비 등록 노동자의 현실을 증언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조합인 평등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26만 불법체류자가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3D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이주노동자 역사가 10년이 돼가고 있지만 한국 정부에 받은 것은 저인금, 장시간 노동, 폭력, 불평등뿐이다" 며 "정부는 2002년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의 국제행사를 빌미로 자진신고라는 또 다른 추방 정책만을 기획하고 있다"고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등록거부, 합법화 쟁취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국장은 "여러분이 생존의 길을 찾아 한국에 왔지만, 한국정부가 여러분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있어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는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인권대통령이란 김대중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있어 이에 분노합니다. 며칠 전 TV에서 여러분의 동료가 몽둥이로 맞고, 임금체불 당하는 것을 봤습니다. 정부는 이를 막지 않고 여러분을 불법 체류자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정부에 여러분을 한국노동자와 똑같은 노동자로서 똑같이 대우하라고 요구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네덜란드, 홍콩, 일본 등의 연대 메시지를 낭독했고, 연영석 문화노동자가 "우리는 다 똑같은 노동자다. 여기 계신 우리 동지들이 모두 몸으로 외치고, 행동하고, 투쟁할 때만이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얻어낼 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동가요를 불렀다. 부슬비 속에 훈련원공원은 그의 노래 속에서 모두 함께 박수치며 함께 노래에 맞춰 이 땅에 살고 있는 똑같은 노동자로서의 웃음 속에 하나가 됐다.
집회가 절정에 오를 무렵,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비자 달라!", "등록거부"를 적은 삼베 천을 뒤집어쓴 한 이주노동자가 한국 정부의 불합리한 이주노동자 정책을 비판하고 노동자로서 우뚝 서는 뜻으로 삼베옷을 찢어 내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후 각 나라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모국어 발언이 이어졌다. 베트남 한 노동자는 "자진신고 그거 안 좋습니다. 우리는 계속 주장합니다. 참 안 좋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에게 노동비자를 달라고 주장합니다."고 외쳤다. 또 파키스탄 노동자가 나와 파키스탄 노동가를 부르자 흥겨운 춤을 추기도 했다.
한 몽골 여성노동자는 "한국에 돈 벌기 위해 왔는데 인금도 너무 작고, ... 한국 정부에 여성 노동자들에게 왜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거야 말하고 싶다. 우리도 사람이야, 우리도 애들 엄마고 ,우리도 한국사람과 똑 같은 우리도 사람이야" 라며 호소했다.
이 발언을 통해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 "우리에게 비자 달라", "등록을 거부한다",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라" 등의 공동의 요구들을 서로가 확인하며 외치면서, 한국의 이주노동자 악법과 자진신고, 추방정책에 맞서 싸울 것임을 확인했다.

'불법체류 등록거부, 추방반대, 합법화 쟁취'선언-"자진 신고는 추방정책일 뿐"
현재 한국에는 26만 불법체류자가 있습니다. 불법 체류자는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3D업종에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원하는 보다 나은 삶의 터전, 일자리를 찾아 이 땅에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 역시 우리를 원했기 때문에 한국에 온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 이주노동자 역사가 10년이 되었는데도 우리가 한국 땅에서 받았던 것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욕하고, 때리고, 해마다 있었던 단속과 추방뿐이었습니다.
작년7월에는 불법체류자를 범죄자 취급하며 인권을 무시하는 단속과 추방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2002년에는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합법화하는 계획을 마련하기를 바랬습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있으니 불법체류자에 대한 합법화의 계획이 있을 꺼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또 다른 추방정책만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2일 '불법체류 종합 대책'을 밝히고, 3월 25일부터 5월 25일까지 불법체류자 자진신고기간을 정했습니다. 사장과 함께 등록을 하면 벌금도 내지 않고, 길게는 1년, 나가에 가기 위한 준비기간을 준다고 했습니다. 단 5월 25일까지 신고하지 않은 불법체류자는 강제 단속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정부가 정해 놓은 자진신고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첫째, 신고할 때 여권이 있어야 하는데 많은 불법체류자가 여권이 없는 현실에서 2개월은 여권을 다시 받기에 너무 부족한 시간입니다.
둘째, 자진신고 후에는 인권침해가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장은 이전에도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월급도 안주고 산재보험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진신고를 할 경우 나라에 가기 전까지 공장을 옮길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사장이 월급, 산재보험에 대해 미루는 일은 많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사장은 불법체류자가 공장에서 도망가면 벌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한 불법 체류자를 감시하고 통제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진신고의 목적은 불법 체류자를 자국으로 내보내는 추방에 있습니다. 우리는 자진신고의 목적을 알고 있습니다. 2002년에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이때 불법체류자가 많이 생길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빨리 우리를 나라에 보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진 신고는 추방정책일 뿐입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원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어떤 정책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말도 잘하고, 일도 능숙하게 하며, 한국문화에도 익숙하고 가족을 이룬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제 와서 '필요 없어'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도 원해서 한국에 왔지만, 한국 정부도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불법체류의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쓰다 버리는 기계도 아니고 불법, 불법 이야기하지만 어떤 사람도 불법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페이퍼만 없을 뿐입니다. 또한 한국인이 싫어하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한국경제를 도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제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를 내 쫓는 정책이 아니고 일할 수 있는 합법화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첫째, 우리는 불법체류자 자진신고를 거부합니다.
둘째, 우리는 일하고 살 권리를 위한 합법화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이윤주 지부장은 집회를 정리하며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에게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쉽지 않았다. 여러분의 오늘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자랑스럽다. 오늘처럼 열심히 '투쟁' struggle, 투쟁합시다!. 그리고 우리 동네로 가서 여기 오지 못한 친구들하고 많은 얘기 나누고 다음에 또 unit 해야 합니다. 우리들 모두 말도, 문화도 다르지만 solidarity 합시다. 4월 21일 또 rally 가질 것입니다. 4월 21일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요구를 당당히 주장하자"고 말했다.
천 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은 4시 40분경부터 훈련원공원에서부터 명동성당 앞까지 등록거부, 합법화 쟁취 등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훈련원공원부터 을지로거리를 거쳐 명동성당 앞까지 2차선 도로는 이주노동자들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악에 받힌 외침으로 가득 찼다.
행진을 마친 이주노동자들은 명동성당 앞 하나은행 앞 사거리 한복판에서 명동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정리집회를 가졌다. 정리집회에서 각 나라 리더들이 나와 요구를 각국 언어로 주장하고 정리하고 일터로 돌아갔다.

이진숙기자 kokoree@jinbo.net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