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대응 투쟁은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노동자들의 주요 건강 문제는 위험작업에 따른 사고성 재해와 위험물질에 폭로되어 발생하는 직업성 질환이었다. 예를 들어 추락이나 감전에 따른 사망사고나 이황화탄소 혹은 석면 노출에 따른 직업성 질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노동유연화의 확대와 지속적인 구조조정은 노동자 건강의 심각한 문제를 변경시키고 있다. 누적외상성 질환이라고 일컬어지는 근골격계 질환이나 과로사의 원인이 되는 뇌심혈관계 질환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들 신종 직업성 질환들은 인력의 감축과 생산량 증가에 따르는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육체적 하중의 증대, 잔업과 철야 확대와 휴식시간의 감소 등에 따른 노동시간의 증가, 작업체계의 변동과 작업공정의 변동을 통한 작업밀도의 증가에 따라 노동자들의 심신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긴장을 받는 반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물리적 정신적 여유를 갖지 못하면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질환은 제조업이나 금속 사업장에서만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공공 서비스 제공 사업장이나 교통 운수, 일반 사무 행정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의 노동자들에게 유행처럼 발생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고용불안에 따른 심리적 위축과 노동조합의 감시와 지원의 부재를 이유로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약 250명의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들 중 80여명의 집단 요양투쟁을 시작하였고 그 대부분이 직업병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3월초 조선분과 사업장은 물론 전체 금속사업장 나아가 전체 노동운동진영에게 대정부 공동투쟁을 제안하고 전국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의 급증을 예방하고 과로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개별 요양을 넘어서서 집단적 작업환경인 노동??강화를 저지하고 최적의 안전한 노동조건을 쟁취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이런 면에서 이번에 준비되고 있는 투쟁은 기존 직업성 질환 대책 활동과는 그 취지와 성격이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 실태 조사와 현장 준비 정도

2000년부터 시작된 제조업 사업장의 근골격계 질환 실태 조사사업은 2001년, 2002년을 거치면서 대다수 금속사업장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들 조사사업은 현대자동차 정공본부에서 51명이 근골격계 질환 이환자로 판명되면서 노동현장을 비롯한 전체 사회적인 쟁점으로 부각된 이후 금속산업연맹 주도로 시작되었다.

최초로 시작된 현대 정공 본부의 근골격계 조사사업은 노동과정의 인간공학적 접근에 기초하여 육체적 하중과 물리적 긴장의 주요 요인이 되는 생산과정과 작업 자세, 작업 형태 등을 분석하였으며, 이로부터 개별 노동자의 요양 인정과 작업 자세 및 작업 공정을 개선하고자 하였는데 이러한 성과에 기초하여 금속연맹은 산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증상을 설문을 통해 조사하였다. 그런데 정작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노동강도 강화 요인에 대해서 충분하게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었다. 더구나 애초 금속산업연맹은 근골격계 증상의 유병율 조사를 기초로 해당 자본가 집단과 정부, 노동계가 참여하는 '근골격계 예방을 위한 노사정 위원회' 구성 및 '근골격계 예방 사업의 제도화'를 사업의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근골격계 발생 문제를 특정 직업병에 대한 제도개선 수준의 문제로 협소하게 인식하여 노동강도의 강화에 대항하는 현장 투쟁의 조직화라는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지도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제기한 집단 상경투쟁은 특히 인력의 감축, 생산량 변경, 비정규직 및 하청 도입, 노동시간 변동 등 노동강도 강화 요인들이 바로 근골격계 질환 발생의 핵심적 원인이라는 점을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개별적 작업자세'를 개선하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집단적 작업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최적의 노동조건을 확보하자는 중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포괄적인 집단적 작업환경의 악화로 인한 노동강도의 강화를 저지하자는 관점에서만 근골격계 질환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과 현장에서는 개별 노동자의 작업 자세와 작업공정을 중심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인간공학적 접근방식을 중시하고 사업주와 노동조합간의 예방대책 프로그램을 제도화는 데 집중함으로써,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현장 동력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접근 방식과 노동강도 강화 저지투쟁의 목표

첫째, 근골격계 질환이라는 단일 신종 직업병이 유행한다는 차원의 접근이 가장 위험하다. 근골격계 질환, 과로사 급증, 지난 해 울산에서 급증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사고 등은 그 기전이 동일하며 특히 고용 불안정과 구조조정으로 일관한 지난 수년간 김대중 정부의 노동정책의 치명적인 결과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근골격계 질환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작업자세나 작업공정과 같은 개별 노동자의 작업 관련성이 그 본질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인력 감축, 생산량 증대, 노동강도 및 시간의 증대라는 집단적 작업환경의 변화가 본질적인 문제이며 이렇기 때문에 인간공학적 접근은 그 개별 노동자의 작업자세를 변경할 수는 있어도 근골격계 질환과 과로사의 유행(!)을 막을 수는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근골격계 질환 대응 투쟁은 근본적으로 강화된 노동강도를 완화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을 쟁취하는 투쟁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확대하고자 하며 이에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작업중지권과 같은 현장 투쟁을 활성화하는 것 뿐 아니라 작업환경(결정)권을 쟁취하는 것으로 그 목표를 확대해야 한다. 작업환경(결정)권은 특정 위험작업이나 위험물질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중지권과는 달리 포괄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이며 노동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인력, 작업량, 노동시간, 노동밀도, 작업공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결정권을 의미한다. 즉 인력변동이나 작업량 변동, 노동시간 변동, 노동밀도 변동, 작업공정 변동을 "건강 위해 요소"로 규정하고 현장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의 대상으로 설정하여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대한 결정권을 확보하는 투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4월 초 금속노동자 중심으로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규탄 등을 기조로 서울역, 규제개혁위원회, 전경련, 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시행하고 처절한 노동현장의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작업복 시위가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이 앞서 지적한 포괄적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현장 투쟁의 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인데, 그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현재 4월 상경 투쟁 후 작업장에서 진행할 투쟁과 공동 단협 투쟁 방안, 그리고 이를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투쟁 기획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못하고 둘째, 이번 투쟁에 주력으로 참여하는 대공장 산안부서의 태도 역시 일회적인 상경 투쟁 혹은 연례적인 상경투쟁의 의미를 넘어서는 시야로 문제를 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을 넘어서기 위한 종합적인 투쟁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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