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핑계로 노동법 개악안 쏟아내는 노사정위원회
▲ (왼쪽) 민주노총이 17일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앞에서 노사정 야합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오른쪽) 23일 공공연대 기자회견장에서 전해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배일도 위원장에게 기자회견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98년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도입, 2000년 복수노조 허용 5년 유예 등 그야말로 노동자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축소시키려는 정권과 자본의 의도에 거수기 역할을 해왔던 노사정위원회가 또다시 노동법 개악에 앞잡이가 되었다.
‘주5일근무’ 외피 씌워 온갖 노동법 개악안 포함시킨 노사정위원회 ‘합의대안’
발전소 매각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무위로 돌아가고 지도부 총사퇴에 이은 혼란 등 민주노총이 전열정비도 채 하지 못하고 있던 4월 10일경,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하여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사정위원회에서 △휴일휴가 축소 △탄력근로제 확대 △생리휴가·주휴 무급화 △2010년까지 무려 9년에 걸친 단계별 도입 등의 내용이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합의대안’으로 알려진 이 안은 경총 측의 요구가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진 채로 노사정위원회와 정부가 내놓은 것으로, 지난해 말에 나온 노사정위원회 공익안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월차휴가를 없애고 근속연수에 따라 15일에서 22일까지 연차휴가 부여’ ‘기존 1개월이던 탄력적 근로시간을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확대’하는 이 방안은 이름만 ‘합의대안’일 뿐 사실상 정부와 재계의 안에 불과한 것을, 한국노총 측에 받아들이라고 요구해 4월 말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전략이었다.
주휴를 무급화할 경우 제조업 노동자들은 임금이 대폭 삭감되게 된다. 제조업의 임금형태는 월급제가 대부분인 비제조업과 달리 시급 내지 일급인 경우가 전체의 65%를 넘는다. 따라서 주휴가 무급 처리되면 시급일 경우 8시간 분, 일급일 경우 하루 분 임금을 고스란히 날리는 것.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제조업 노동자의 경우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법정노동시간만 줄어들 뿐 실제로는 임금보전을 위한 초과근로 증가로 실노동시간이 오히려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전체 노동자 85% 차지하는 중소영세 비정규직 사업장 배제
특히 노사정위원회와 정부가 내놓은 주5일 근무제 단계별 실시일정을 보면 기가 막힌다. (아래 표 참고)
아래 표를 보면 전체 노동자의 85.5%를 차지하는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2007년까지 앞으로 최소한 5년 동안은 주5일 근무제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45.5%에 달하는 1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2010년이나 되어야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게 된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동조합조차 없는 곳이 대다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실익은 없는 가운데 연월차 축소와 탄력근로제 확대로 노동시간은 증가하고 임금수준은 저하되는 심각한 사태가 전개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 취업해 있다는 점에서 여성 노동자들 전반의 노동조건 또한 심각하게 열악해질 것이다.
노사정 위원회가 제시한 주5일 근무제 단계별 실시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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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2002년 7월) 1,000인 이상 사업장 863,296명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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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2004년 7월) 300인 ~ 999인 사업장 1,002,138명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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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2007년 1월) 10인 ~ 299인 사업장 5,179,450명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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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2010년 1월) 10인 미만 사업장 5,875,403명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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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장 규모별 노동자 수와 비율은 2000년 10월 통계청 자료에 근거함
민주노총 산별·지역대표자 노사정위 농성, 전해투 비정규직 한국노총 농성
한국노총 측까지 ‘합의대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노사정위원회 논의 자체가 워낙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어서 언제라도 합의안을 도출하여 국회에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하자, 민주노총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대표자 20여명이 지난 17일부터 주5일 근무제 노사정 합의대안 가운데 노동법 개악안 삭제를 요구하며 노사정위원회 사무실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지난 20일에는 전국해고노동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전해투)를 비롯한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전국시설관리노조, 서울지역의류제조업노동조합 등 비정규직 중소영세 사업장을 대표하는 단체 9명의 간부가 한국노총 위원장실을 점거해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와 노사정 야합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노총 측 간부들은 ‘근로조건 후퇴하는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는 농성단을 상근자 수십명을 동원해 바깥으로 쫓아내는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노사정 위원회와 정부에 손 들어준 공공부문 노사협조주의 집행부
한편 공공부문노동조합연대 준비위(공공연대) 소속 전국지방공기업노조협의회 배일도 위원장(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도시철도연맹, 정부투자기관노조연맹, 공공서비스연맹 등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조기에 노사정 합의를 도출해 줄 것을 촉구했다.
공공연대 측은 기자회견문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사회구현, 일자리 나누기,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할 국가적 국민적 과제”라며 “노사정은 먼저 이러한 목표를 구현하는 방향에서 대원칙에 합의하고 세부 사항은 노사간, 노정간 별도 실무교섭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가 합세하여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세부사항을 별도 실무교섭으로 풀라는 말은 결국 노사정위원회가 내놓은 노동법 개악안을 받아들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서울지하철노조 배일도 집행부는 2001년 임단협에서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받아들이고 12일의 유급휴일을 폐지해 연월차 휴가 축소를 받아들이는 등,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 정부와 재계가 만든 ‘합의대안’의 내용을 이미 임단협을 통해 수용해버린 상태다.
여기에 행자부가 요구하는 479명 감원과 가족 승차권 폐지, 전임자 축소, 업무 다각화 및 용역·하청 확대 방안에 대해 배일도 집행부는 “주5일 근무제와 병행하여 검토한다”고 합의해, 주5일 근무제 도입과 동시에 서울지하철에 들이닥칠 엄청난 규모의 구조조정을 용인하기도 했다.
서울지하철 사례는 정권과 자본이 주5일 근무제 협상에서 노리는 것이 바로 강력한 구조조정에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배일도 집행부는 자본의 하수인이 되어 정부의 ‘주5일 근무제’ 밀어붙이기 돌격대 역할을 하고 있음도 보여준다.
“때는 지금이다!” 노동법 개악음모 밀어붙이는 정권과 자본
언론은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25일 새벽까지 벌인 협상에서 주휴 무급화 등의 핵심쟁점에 합의하지 못해 최종 결렬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종 결렬’이란 말은 5월 2일로 끝나는 임시국회에서 노동법 개악안을 통과시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모든 논의가 종결된 것이 아니다.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들은 극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 주5일 근무제 적용시점을 4년 정도 앞당기는 방안을 포함해 △주휴 유급제 현행 유지 △탄력근로제 3∼4개월 단위로 확대 △연차휴가일수 15∼25일 등을 담은 ‘조정안’을 내놓았으나, 이는 노동법 개악안의 큰 틀을 유지하되 개악의 정도를 조금 줄여주는 내용에 불과하다.
‘조정안’은 한국노총으로부터 거부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총을 비롯한 자본가 단체도 반대했다. 자본가들은 애초의 ‘합의대안’대로 개악시키면 되지 왜 내용을 수정하느냐는 투다. 지금 반대해 놓아야 최소한 이 정도의 노동법 개악이 이루어질 것이란 속셈이 있음은 물론이다.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들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이 힘들어졌지만 5월 4일을 최종시한으로 하여 한국노총 측에 ‘조정안’ 수용을 설득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이 받아들이면 재계도 받아들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면 임시국회는 곧바로 다시 소집되어 노동법 개악안을 통과시키려 할 것이다. 아무리 각종 게이트와 대통령 아들 비리연루 등 정쟁만 일삼는 그들이지만, 자본가들이 원하는 법률 개정에서만큼은 특유의 단결력을 과시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보수 정치인들 아닌가.
비록 민주노총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 유회 등 어려운 조건이 겹쳐있지만 정권과 자본의 노동법 개악음모는 결코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