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된 한 노동자가 오른쪽 팔꿈치가 아프다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 노동자는 자동차부품 조립회사에 7년째 다니고 있었고, 주로 오른팔을 이용해 하루 10시간씩 볼트를 조이는 일을 하였다. 3년전부터 통증이 나타났으나 처음에는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통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회사 근처의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물론 직장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일반 노동자에게는 몹시 어려운 일이어서 증상이 심할 경우에만 병원치료를 하였고, 조금 나아지면 파스 따위를 붙여 통증을 줄여나갔고, 그러다가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자 혹시 직업병이 아닌가하여 필자를 찾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진단 결과 이 노동자는 단순반복작업 때문에 생겨난 심한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었으며, 오른팔을 펴지 못하는 심한 장해를 가지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 노동자는 병원에 너무 늦게 찾아왔기 때문에 수술이나 물리치료 등을 통해 이상을 바로잡고,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몇 개월을 요양한 뒤 좀더 편한 부서로 전환해 작업복귀를 하는 조치가 있었을 뿐이다. 아마도 이 노동자에게는 자주 재발되는 팔꿈치의 통증과 팔을 펴지 못하는 장애가 평생 계속 될 것이다.
이 사례는 직업성 근골격계질환과 관련된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만약 이 노동자가 자기가 수행하는 작업이 팔꿈치에 무리를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리고 자기가 아픈 것이 나중에는 팔을 못쓰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처럼 묵묵하게 일만 하였을까?
만약에 이 노동자가 자기가 아픈 것을 일찍 회사에 보고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았더라면 이 노동자는 팔을 못쓰게 되는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되었을까?
마지막으로 이 노동자가 자신의 작업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것이 해결되었다면 이 노동자는 어떻게 됐을까?
이 모든 물음은 사실 노동자의 권리다. 노동자는 자신이 어떤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이 때문에 일어나는 건강상의 문제를 상담하고,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또한 노동자는 직업 때문에 발생한 질병을 치료받고 보상받을 권리가 있으며,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해 개입할 권리가 있다. 이 모든 것은 법에도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는 곧 사업주의 의무이기도 하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어떤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알려줄 의무가 있으며, 이 때문에 발생하는 건강상의 문제를 알려줄 의무가 있다. 또한 사업주는 노동자가 직업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고 보상해줄 의무가 있으며,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한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선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의 해결은 노동자의 권리, 사업주의 의무가 명확히 실현되면 해결이 가능하다. 노동자 권리가 실현되면 현대정공, 대우조선의 문제가 다른 사업장에서는 나타나지 않게 되며, 노동자의 참여를 당연히 보장하는 외국의 예처럼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은 획기적으로 줄게 될 것이다.
임상혁/ 원진녹색병원 근골격계질환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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