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을 통해서 본 극우파의 바람과 좌파의 새로운 희망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민족전선의 르팽이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프랑스 대선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좌파들까지 포함한 제도권 정당들의 한계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선을 통해서 본 극우파의 바람과 좌파의 새로운 희망

정병기(노동자의 힘 회원)

지난 21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프랑스인의 수치'이자 '세계인의 경악'으로
기록되었다. 사회당의 조스팽 후보가 3위에 머문 반면, 시락 현 태통령이 1위
를 고수한 가운데 극우 민족전선의 르팽이 17%를 획득해 2위를 차지하고 결선
투표에 진출한 것이다. 물론 결선투표에서는 르팽이 패배할 것이 확실시되지
만, 6월의 의회선거와 관련해 민족전선의 진출은 프랑스 민주주의를 위협하기
에 충분하다.
이번 선거로 지난 해 이탈리아에서 중도-좌파 정권이 패배한 후 유럽의 좌파진
영은 또 한번 패배의 쓴 잔을 마신 셈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우경화
바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정확히 말해 이 현상은 우경화 바람
이 아니라 극우파 바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 대선에서 보다시피 공산
당(로베르 위, 3.4%로 11위)을 비롯한 제도권 좌파의 몰락뿐 아니라 보수파의
시락조차 예전의 득표율을 유지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시락의 인기도 하락
은 그의 개인적 스캔들에 연유하는 바가 적지 않지만, 문제의 원인은 보다 다
른 데 있다. 프랑스 사회당의 실패도 일반적으로 영국 노동당과는 달리 중도로
의 진입에 성공하지 못한 사회경제정책의 실패와 범죄율 증가에 기인한다고 하
지만, 이 또한 보다 큰 테두리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다.
우선 1980년대 이후 유럽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정치혐오증과 정당혐오증이
국민정당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1960년대 말 이후 반권위주의라
는 새로운 사고가 성장하였음에도 국민정당들은 표가 되는 한 모든 계층과 입
장을 대변하려는 중도통합정당화하면서 실질적으로 어떠한 특수이해도 대변하
지 못해 왔다. 그 결과는 유권자그룹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간층의 대변에
매몰된 나머지 사회저변층을 소외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정당혐오증
을 더욱 부추겨 정당외적 조직인 사회운동조직을 신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
며, 정치권 내부에서도 신생정당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반면 기성정당에 대
한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
두 번째는 특히 사회당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안 없는 신자유주의 추구이다.
1990년대 중후반의 중도-좌파정권의 등장은 1980년대 초반 이후 신보수주의의
정책적 실패에 따른 반사적 이익의 결과였다. 그러나 중도-좌파정권도 새로운
좌파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답습한데 그쳐 새로운 사회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다. 제도권 내의 양대 진영인 신보수주의와 사민
주의의 이러한 정책적 실패는 특히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제3의 대안을 추구하
게 만든 것이다. 그 중 좌파적 성향의 유권자들은 노동자 투쟁당의 라기에와
같은 비제도적 좌파를 선택한 반면 우파적 성향의 유권자들은 극우파인 민족전
선을 선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화에 대한 반발을 들 수 있다. 현실사회주의가 사라진 지구상
의 정치경제는 국제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초국적 자본의 전횡으로
치달았고 국제정치적으로미국의 전일적 지배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적 미국식 세계화는 두 축의 반세계화 경향을 낳았는데 그 우측에 위치한 것
이 극우민족주의 경향이다. 프랑스 민족전선을 포함한 유럽 극우파들의 공통
된 주장의 하나는 '반미'인데, 실제 이들은 세계화를 '미국화' 또는 '달러
화'로 규정하며 자국의 국수주의자들을 동원하고 있다. 9.11테러이후 미국의
군사적 팽창정책은 역설적으로 극우파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
다. 극우파들의 주장은 또한 실업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기와 맞물려 국수주의
적 평등 주장과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인이면' 또는 '게르만인이
면' 누구나 '우월한' 평등권을 누리게 하겠다는 논리로 이들은 외국인이주자들
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것이다.
프랑스 대선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좌파들까지 포함한 제도권 정당
들의 한계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
다. 반세계화 경향이 극우파들의 준동을 초래하는 것도 현실이지만, 그 다른
한 축은 새로운 좌파들이 추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각종 세계화 국
제회의에 대한 시민사회운동의 강력한 저항과 프랑스 노동자투쟁당의 선전에
서 보는 것처럼 극우파의 바람으로 현상한 현 시기는 다른 한 편으로 비제도
적 좌파의 희망이기도 하다.




프랑스 대선의 또 다른 측면: 비제도적 좌파의 약진

원영수(노동자의 힘 회원)

이번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복수좌파의 몰락과 국민전선 르팽의 본선진출
외에 주목되는 결과는 극좌파의 선전이다. 프랑스의 3대 트로츠키주의 조직인
노동자투쟁(LO), 혁명적 공산주의자동맹(LCR)과 노동자당(PO) 모두가 후보를
냈고, 아를렛 라기예가 5.72%,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4.25%, 다니엘 글뤽스타인
이 0.67%의 표를 획득했다. 이외에도 몇 명의 좌파후보가 있지만, 10% 이상의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예견되었던 프랑스 공산당(PCF)의 로베르 위
는 3.37%의 득표로 16명의 후보가운데 11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선거는 제도좌파를 제외한 비제도좌파 내부의 세력재편의 가능성이 확인
된 자리였다. 극좌파로 표현되는 비제도적 좌파내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했던
프랑스 공산당은 지지기반의 레지스탕스 세대의 노령화와 더불어 쇠락의 길을
걷고 있고, 반면 오랜 동안 주변화되었던 트로츠키주의 그룹들이 실업자운동
과 반세계화운동의 고양 등 프랑스 사회운동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
과, 지난 199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LO-LCR 선거연합을 통해 5명의 극좌 유럽
의회 의원을 배출한 성과에 이어, 다음 총선에서는 극좌파 의원의 제도의회 진
입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노동자투쟁의 아를렛 라기예는 여러차례 대선에 출마하여 대중적 지명도를 갖
춘 인물이지만, LCR의 브장스노 후보는 무명의 젊은 노동자 후보로서 상당한
선전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말 LCR은 LO에 공동후보전술을 제안하였지
만, LO에 의해 거부당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대선 1차 투표는 모든 정치세력
이 독자후보를 내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사민주의세력의 우경화와 더불어 생긴 정치적 공백을 비제도적 좌파가 장악하
는 것이 향후 국제정치정세에 있어 주요한 흐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시점
에서, 프랑스의 대선 1차 투표는 비제도적 좌파의 자기혁신과 조직적 재편에
따른 진정한 노동자계급운동의 복원 및 정치세력화의 과제와 가능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계기였다. 더욱이, 르팽의 본선진출로 촉발된 전유럽적 반파시즘 투
쟁은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저항하는 전세계적 노동자-민중운동
을 가일층 확산-강화하는 긍정적 계기로 작용하는 부수적 정치효과를 거둔 것
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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