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파 대중주의 승리 비결]세계화의 피해자를 공략하라

전통적 좌파 구호 들고 나온 우파 정당들

베를린/강정수 해외통신원  jskang@web.de
‘좌파 유럽’의 시대는 지나갔다. 1999년만 해도 15개 유럽연합 회원국 중 13개 국가에서 사회주의 또는 사민주의 정당이 정권에 참여했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어느새 7개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우파 대중주의 정당들이 차지했다. 이와 함께 순식간에 유럽연합은 보수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사회복지국가’라는 전통적 좌파 정당의 구호를 우파 대중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깃발에 새겨 놓고 있다.

작년 11월, 덴마크의 신생 극우정당은 득표율 3위를 기록하면서 집권 사민당을 권좌에서 물러 앉히며 연정에 참여했다. 덴마크는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는 여느 유럽연합 국가와는 달리 낮은 실업률을 자랑하고 있고, 약 5퍼센트 가량의 외국인 비율은 유럽연합 국가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 수준이다. 그

러나 놀랍게도 “너무 많은 외국인이 있다”는 선거구호가 덴마크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 여기서 보다 주목할 사실은, 사민당 이탈표의 3분의 2가 신생 극우정당에 흘러들어 갔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손꼽히는 덴마크의 유권자들에게, 극우정당이 선사한 약속은 “보다 효과적인 복지국가 실현”이었다. 이를 위해서 ‘외국인’은 사라져야 한다는 급진적인 처방을 내놓았다.

여기에 세계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혜택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그들은 스스로를 ‘프롤레타리아 정당’이라고 불리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저임금과 고된 노동으로 오늘의 덴마크를 이룬 노동자를 위하여”라는 이들의 지난 선거구호에서, 절대 저소득층을 형성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설자리가 없음은 물론이다.

2001년 선거에서 승리하며 이탈리아의 총리가 된 베를루스코니가 이끈 ‘북부동맹’은, 통계상 명확히 줄어들고 있는 범죄율에도 불구하고 “창궐하고 있는 범죄”를 선거쟁점으로 불지폈고 “이민자의 침공”에 맞서 분연히 싸울 것을 주장했다.

여기에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를 “노동의 파수꾼”이라고 표현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신자유주의’를 선보였다. 산업화된 북부지역 출신인 그가 상대적으로 가난한 농촌 지역인 남부지역에 제시한 사회복지비 지출 증대라는 달콤한 솜사탕은 남부 유권자의 표로 돌아왔다.

또한 외관상 ‘자유주의’에서 빗나가는 남부지역에 대한 대규모 국가 투자를 집권이후 단행하고 있다. 그의 우경화 정치노선은 쉽게 유럽연합 집행부와 갈등을 낳았고, 이는 ‘세계화=유럽연합’ 도식을 통해 그를 세계화의 폐해와 싸우는 ‘진정한 이탈리아인’으로도 비추고 있다.

프랑스 실업자 중 38%에 이르는 유권자들이 르펜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밝혀졌다. 또한 학력수준이 낮은 저소득계층만이 르펜의 응원군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유럽연합 경제력을 대표하는 3개국인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 중 세계화의 가장 큰 피해집단은 프랑스 ‘가족형 기업’이 꼽히고 있다. 이들 소규모 자본의 몰락과 프랑스 북부 중공업 부문에 휘몰아친 구조조정은 르펜의 든든한 지지자들을 양산했다.

이들에게 ‘유럽 연합 탈퇴’라는 르펜의 약속은, 그를 유럽연합 조약에 발이 묶여 ‘보호정책’에서 한발 빼고 있는 시라크와 죠스팽과 대비시키면서 ‘극우의 선동’ 이상의 효과를 낳았음에 분명해 보인다.

1930년대 ‘국가 사회주의’의 약칭인 ‘나치’가 독일에 등장하면서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던 사회계층이 공산당과 사민당의 유권자들이었음은 어쩌면 오늘의 역사적 교훈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비정치적’으로 여겨졌던 대학생과 인문계 고등학생들이 이번 저항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각 정당 청년조직 또는 청년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 86호] 5.6 ~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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