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Before & After-한나라당 노풍이 불기 전후]눈치보면서 일단 지방선거 넘기고

고민하는 한나라당 금뺏지들, '신민주연합' 외피 쓰고 진짜 관심은 2004년 당선

오진아 dodani@kdlpnews.org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정계개편 논의가 진전되면서 한나라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노 후보측과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김원웅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소속 의원들 중 일부가 노 후보의 정계개편에 합류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 이와는 별개로 노 후보가 YS를 만나 박종웅 의원 등을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YS의 ‘결단’에 따라 민주계 출신 의원들이 YS와 같이 움직이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캠프 쪽에서도 이런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노 후보의 남영진 언론특보는 “YS와 노 후보가 손을 잡게 되면 한나라당내 민주계가 동요할 것이고, 꼬마민주당 통추 시절 멤버들 일부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원웅 의원 외에 박종웅, 김덕룡, 강삼재 등 민주계 의원들과 김부겸, 서상섭, 김홍신 등 개혁파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좀 다르다. ‘노풍’이 역으로 한나라당 내부 결집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의 압승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선 결과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미래연대쪽 관계자는 “이번 경선과정을 보면 (노풍이 불기) 이전에 비해 조직 동원력이 눈에 띄게 강해진 걸 확인할 수 있다”면서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과 이회창 후보의 압승은 당내에 흐르고 있는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파 의원들이 노 후보의 신민주대연합론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풍이 이회창 대세론을 노무현 대세론으로 바꿔놓긴 했지만 여전히 당선가능성에 있어서는 이회창 대세론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서 노풍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러한 판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6.13지방선거 전까지는 움직이는 사람이 없을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원웅, 박종웅 의원과 이미 이회창과 사이가 벌어질대로 벌어진 김덕룡 의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당장 노 후보쪽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은 별로 없다.

김원웅, 김덕룡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개인적 수준의 탈당이지 개혁세력을 대표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함께 따라나설 의원들도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이야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노풍의 건재함이 확인되고 특히 부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이 거취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고위원 경선 결과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연대를 대표해 김부겸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선권에서는 멀리 있는 상황이고, 현재 예측대로 민정계 출신 인사들이 최고위원에 대거 포진하게 될 경우 당내 개혁세력들이 ‘수구정당으로의 회귀’라며 탈당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이들의 선택기준이 ‘금뺏지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편이 유리한가’에 있다는 점에서 민주세력의 결집이라는 정계개편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 86호] 5.6 ~ 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