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인권 편집자주] 오는 31일 짧은 시간동안 단 하나의 사건에 대해 집중적인 스폿 라이트를 받게되는 지구촌 축제 월드컵이 열린다.
그러나 월드컵은 이미 축구 이상의 상징화된 폭력으로 민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됐다. '과연 이런 상징적인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평화와인권」은 월드컵으로 수난당하는 인권을 조명해보고자 ②월드컵과 자유권 ③월드컵과 사회권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기획글을 내보낸다.
모든 정권이 그래왔듯 늘 악법을 개악할 때마다 국제대회나 노동자의 합법적 파업을 본보기로 삼아왔다. 이번에는 월드컵이다.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핑계
정부는 지난해 2월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의 복직투쟁 과정에 경찰력을 동원해 무고한 노동자들을 살인적으로 폭행해놓고 노동자들의 불법·과격 시위를 엄단하겠다며 고무총탄을 사용케 한다거나 화염병 전담반을 편성해 집회·시위에 대한 과격한 발상을 현실화했다.
최근 몇 년간 집회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은 지난해 집회 피해자들의 민형사소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집회 주최자에게 책임을 물도록 했다. 최근 정부는 어린이 보호를 명분으로 집회현장에 어린이동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엄포했으며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고무총탄 사용도 월드컵과 테러를 빙자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정원의 테러방지법안 입법 청원 배경 중 하나도 월드컵이다. 그러나 이미 97년에 '2002 월드컵 지원법'이 만들어졌고 이 법에 의해 국정원이 주도하는 '안전대책기구'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 심지어 국방부에서도 월드컵 시기 전방위적인 테러 대비테세 확립을 이유로 군사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군 월드컵 대테러훈련을 벌이는 등 월드컵을 앞두고 온 나라가 초긴장 상태다.
지난 2월 노동법 개악저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지역 거점농성 당시 경찰은 "월드컵을 앞두고 농성장은 외관상 보기 안좋다", "월드컵을 앞두고 불법시위를 철저히 차단하라고 중앙에서 지침이 내려왔다"는 빌미로 집회를 준비하려던 노동자 10여명을 폭행하고 막무가내로 연행했다. 과연 월드컵 축구대회를 내세워 인간의 기본권적 가치를 무시할 만큼 이 정부는 법과 인간의 가치를 넘어서는 통치권력인가?
피흐르는 손으로 노사평화를 선언하라니!
지난 1월 노동부는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사간 평화선언을 체결하자고 나섰다. 그러나 동아자동차운전학원 한길호 원장처럼 1년 넘게 노동조합 인정하라는 투쟁에 단 한번도 교섭에 나서지 않는 사업주는 처벌하지 않은 채 어떻게 노사간 평화를 선언할 수 있는가?
3년간 버티기 작전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쫓겨나 아직까지 군산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데도 노동부와 병원의 이사장은 모른척 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 다 접어두고 월드컵 잘 치르자는 평화선언을 하라니! 노동시간 단축한다면서 영세·중소 사업장 노동자, 용역회사,고령·여성노동자를 더욱 착취하는 노동력을 주5일근무제를 통과시키려는 정부에게, 구속·공기업 대량해고로 답하는 정부가 이같은 노동탄압에 단지 월드컵을 내세운다면 세계인의 축제는 세계 민중에 대한 학살이 아니겠는가?
민주노총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손에 피를 묻히고서 어떻게 전 세계인 앞에서 한국의 노동자들은 아무 고통도 없이 잘 산다고 선언하란 말인가?" 이렇게 여론 호도를 통해 해마다 5월과 6월에 걸쳐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벌여오던 노동조합들은 월드컵 기간 피흘리면서도 아무일 없는 듯, 생존권과 단결권이 통째로 빼앗길 위험에도 '국가적 이익'을 위해 쟁의를 자제해야 하며 이들의 절박한 투쟁은 월드컵의 발목을 잡는 역적이 된다.
경기장 하나에 개발 환상을 실어
지난 2월 행정자치부는 '월드컵의 국민적 붐 조성과 지역경제 활력화 계기'를 위한다며 민관 합동 발표회를 가졌다. 요지는 월드컵 특수를 통해 경제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월드컵 개최 도시 등 각 시·도에서 제출한 경제효과극대화방안은 관광상품 판매와 투자설명회 개최뿐이다.
지방자치제도는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분권화해 정책의 주체가 지역사회로 전환되고 있지만 지방권력의 강화가 한편으로 지역개발로 인한 문제점을 강화하기도 한다. 지방정부가 입안·추진하고 지방의 상공업자나 개발업자, 정치인과 같은 유력자들이 추진체를 구성하고 지역언론이 강력히 뒷받침한다는 지적은 새만금사업과 같은 개발사업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경기장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지역주민의 몫이 되지만 그동안 지역개발과정에서 지역개발이 지역주민의 고용창출과 소득증대에 기여했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았다. 단지 외부의 돈이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 정도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두고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중앙행정부처와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의 예산을 월드컵 준비에 퍼붓고 있다. 정치적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으려 한다.
자기팀이 선전하도록 응원하는 행위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KTF가 마치 붉은 악마의 일원인 듯한 광고는 국가와 기업이 월드컵 몰이를 통해 무엇을 얻는지 잘 보여준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공공성 하락과 민영화가 질주하는 동안 우리에게는 월드컵이라는 집단 증후군이 덧입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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