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창]한국통신 민영화와 정부의 거짓말

김태현/편집위원ㆍ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포스코에 이은 또 하나의 거대 공기업인 KT(옛 한국통신)의 완전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남은 정부지분 28.4%를 17∼18일 주식청약을 거쳐 5월 23일 완전 매각할 것을 6일 전격적으로 공고했다.

이번 매각방침은 동일인 지분한도를 5%로 제한하겠다는 지난 4월의 장관 발언을 1백80도로 뒤집어 15%로 늘리고 3% 이상을 확보한 전략적 투자자 중 상위 2∼3개사에 대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해주는 등 실질적으로 재벌에게 넘기는 방안을 허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노조뿐만 아니라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특정 재벌에 넘기려는 시도라며 반대했다.

정부는 사기업화(민영화)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나 이는 허구이다. OECD 가맹 29개국 중에서 98년 현재 공공통신사업체를 완전 사기업화한 국가는 9개국에 불과하고 9개국은 완전 국유화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12개국은 부분 사기업화를 추진하였으며 10개국은 정부지분이 50%를 넘는다. 일본 NTT가 사기업화되었다고 하나 아직 정부지분은 65%가 넘고 독일,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통신은 충분히 사기업화되었으며 현재 남은 지분 28.4%는 통신의 공공성을 유지할 유일한 지렛대이다.

둘째로 사기업화는 경쟁시장을 창출하기보다는 기간산업의 소수 민간 독점으로 귀결될 뿐이다. 세계적으로 사기업화를 통해 경쟁시장을 창출한다고 하였으나 그 결과는 소수 초국적 통신사업체의 독과점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이동통신, PCS, 유선전화 등에서 경쟁시장을 창출한다고 정부가 요란을 떨었으나 그 결과는 SK, LG, KT의 3강 구도의 소수 독점으로 전환했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통신산업은 GNP의 14.4%를 차지하고 종사자만도 69만명에 이르는 핵심전략산업이다. 그중 한국통신은 자산만도 30조에 이르는 재계서열 6위의 대형공기업이며 국내 유일의 종합통신사업자로서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자이다. 한통이 가진 네트워크는 국민의 혈세라고 할 전화가입비로 이루어졌다.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통신이 가지는 자연독점성과 공공성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나 완전 사기업화로 넘기기에는 너무나 위험부담이 크며 KT마저 특정재벌에게 넘어갈 경우 기간네트워크가 완전 민간독점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삼성의 자산규모가 70조원임을 감안하면 삼성이 KT를 인수하면 자산규모는 1백조, 우리나라 시가총액의 22% 수준을 차지하게 되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삼성공화국으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다.

정부는 사외이사제를 늘리고 사장추천위제도를 유지하며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여 소수주주권을 강화함으로써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LG에게로 넘어간 데이콤의 경우처럼 완전 사기업화된 이후의 공기업은 사기업으로서 대주주의 경영권 장악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지금 당장에야 경영권 장악의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의혹이 대상이 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내 사업도 바쁜데 남의 사업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고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16일자 신문들에 따르면 삼성은 6%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밝혀졌으며 LG, SK, 대림, 효성 등도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 파업의 후유증인지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일치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항의보다는 공모가가 얼만지, 얼마나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국제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한국정부의 초청에 의해 월드컵 개막식에 참가하는데 한국정부와 발전소와 가스매각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권말기에 아들비리문제로 권력누수현상까지 보이고 있건만 이 정부는 오로지 재벌과 해외 초국적 자본을 위한 알짜배기 공기업 매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공공성의 유지와 확대를 위한 대안적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 88호] 5.20 ~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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