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해고자, 서울 흥국생명 앞 노숙투쟁
1차 상경투쟁 마무리 ― “복직 수용 않으면 또 간다”
상경투쟁 2일차. 서울 장충동 본사를 방문해 이호진 사장 면담을 요구하는 태광 해고자들을 용역경비와 본사 사무직 직원들이 봉쇄하고 있다.
지난 13일 울산을 출발한 태광산업·대한화섬 정리해고 저지 투쟁위원회(태광 정투위, 의장 김형옥) 소속 해고자 상경투쟁단 30여명이 일주일간의 투쟁을 마치고 18일 밤늦게 울산으로 돌아왔다.
상경투쟁은 미리 잡혀 있던 큰 구도를 따르면서도 구체적인 전술에서는 상당한 변화를 가지며 전개되었다.
화섬연맹, 적극 연대 조직 약속
상경투쟁 첫날, 구미지역 화섬업체 코오롱과 한국합섬 노조를 먼저 방문하고 저녁 늦게 서울에 도착한 상경단은 민주화학섬유연맹 사무실로 이동해 연맹 간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해고자들은 태광 정리해고 사태에 대해 연맹이 그동안 소홀했던 점을 질타했고, 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조합원 자격 문제에 대해 규약정비를 통해 시급히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연맹은 적극적인 연대투쟁 조직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조합원 자격에 있어서도 여전히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규약 정비에 대해서도 조만간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이호진 사장, 면담 요구 거부
연맹 사무실에서 상경투쟁 첫날밤을 보낸 해고자들은 이튿날(14일) 오전 5시에 모두 일어나 곧바로 장충동에 위치한 태광산업(사장 이호진) 본사로 향했다.
본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경. 해고자들을 맞이한 것은 울산공장에 있던 용역경비들. 해고자들이 상경투쟁에 나서자 태광자본이 다급히 이들을 서울로 데리고 온 것이다.
용역경비들은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본사 정문 앞에 앉아 있던 해고자들에게 계속 퇴거를 요구하더니 급기야 떼로 달려들어 폭행을 가하며 주차장 입구 바깥으로 밀어냈다. 이 때는 본사에 근무하는 사무직 직원들까지 동원됐다.
바깥으로 밀려난 해고자들은 수차례 진입을 시도했으나 숫적인 열세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해고자들은 오전 내내 용역경비 및 사무직 직원들과 대치하다 오후에는 본사 근처에 있는 이호진 사장집으로 이동해 다시 면담을 요구했다.
사장집은 증·개축을 위한 공사 중이었는데, 해고자들은 “노동자 잘라내더니 그 돈으로 집 늘리는 모양”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상경투쟁 2일차 밤에는 영등포에 있는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 의장 이철의) 사무실에서 폐업과 정리해고에 맞서 1년 가까이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일진 아산지회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잠을 청했다.
시그네틱스 집회에 연대
상경투쟁 3일차(15일)는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태광그룹 핵심계열사) 빌딩 앞에서 시작했다.
27층짜리 이 거대빌딩에는 대략 50여개 업체와 함께 칠레 대사관까지 입주해 있어 태광자본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놓고 폭력을 행사하다간 대외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다니는 시민이 많은 곳이란 점을 의식한 탓인지 양복을 빼입고 나온 용역경비들은 계단에 앉아 피켓시위를 진행 중이던 해고자들에게 계속 시비를 걸며 투쟁을 방해해 여러 차례 몸싸움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엔 과천 정부종합청사(노동부), 한나라당, 민주당, 국회 등을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또 오후 2시에는 파주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300여일째 파업 중인 한국시그네틱스노조 5월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해 태광 정리해고 사태를 알리고 서로간의 연대를 다짐했다.
흥국생명 집중 타격 ― “투쟁은 더욱 커지고 강해질 것”
상경단은 3일차가 되던 날까지 애초 3·4·5일차 일정으로 잡혀있던 주요 당사와 국회, 노동부 항의방문 등을 모두 진행했다.
이것은 2·3일차 투쟁을 거치면서 흥국생명 빌딩 앞 노상농성에 대해 태광자본이 대단히 곤혹스러워 한다는 것이 감지됨으로써 이 투쟁을 보다 집중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흥국생명 빌딩 앞은 지나다니는 시민이 많은 것은 물론 빌딩을 출입하는 입주업체 관련자 및 방문자와 외국인들이 노상농성을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어 태광자본은 심한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상경투쟁 4일차(16일)부터 마지막날까지 상경단은 줄곧 흥국생명 앞에서 노상농성을 전개했다.
16일엔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면서 해고자들은 흥국생명 빌딩 앞에 피켓을 벌여 놓고 일부는 노상농성을, 일부는 홍보물을 배포했다. 예상보다 쌀쌀한 날씨에 하루 종일 몸을 떨어야 했으나 그만큼 투쟁의 효과는 커졌다. 이날 몸이 달은 용역경비들의 노골적인 방해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한 명의 해고자가 병원으로 실려하기도 했다.
17일에는 태광자본의 사주를 받은 경찰이 노상농성 중인 해고자들을 전경버스에 태워 강제연행하려 했으나 워낙 명분이 없는 탓에 이내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상경투쟁에서 해고자들은 태광자본과 복직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상은커녕 면담조차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태광자본에게 묵직한 경고 메세지를 전달한 것은 물론 해고자들의 복직투쟁에 대한 결의가 단단해지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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