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문화] 화려한 월드컵, 그 절망의 아웃사이더

-서영수(부산민예총 사무국장)

월드컵이 중반을 넘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을 축으로 한 동북아시아에 전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승부의 이변을 만들어내고 있다. 월드컵을 전세계인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사전 준비된 여러 가지 이벤트가 각 도시에서 펼쳐지고 경기장에 초대되거나 티켓을 구입해 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라도 안방에서의 TV시청이나 거리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예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8강 진출이라는 경악과 충격을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아무튼 월드컵을 통한 경제발전, 국익증대, 국민통합 등 수 많은 월드컵 특수를 선전하며 매일매일 언론과 방송에서 떠들어대도 필자는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단지 나는 한국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구촌의 한 사람으로서 재미있는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즐거움을 누릴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이니까 분명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것이 한국의 엄청난 경제와 문화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제시하는 많은 통계와 기대효과를 믿을 수도 없거니와 설사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일부 재벌기업들의 이야기지 우리 같은 서민들의 생활고가 나아진다고는 절대 믿지 않는다. 마치 월드컵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해결사인양 선전되고 광적인 이 열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 같은 분위기가 씁쓸하기 그지없고 '전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될 때까지'라는 광고카피 앞에서는 섬뜩한 전율을 느낀다. 제발 부탁이니 필자처럼 월드컵의 광풍에 쉽게 동화되지 않는 이 땅의 아웃사이더들에게도 편안하게 월드컵을 관전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돈 잔치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FIFA의 하청주문으로 하루 몇 백원의 일당으로 피버노바 축구공을 손으로 꿰매는 동남아시아 어린이 노동자들, 월드컵을 위해 고용된 임시계약직 노동자들, 외국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월드컵 기간동안 하루벌이를 포기해야만 하는 거리 노점상들,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폭력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이란 죄명을 덮어쓰고 한강대교 위에서 22시간 농성을 하고 연행되는 여성노동자의 결연한 얼굴에서 나는 전세계인의 화합과 평화의 제전이라는 월드컵의 그늘과 절망을 본다. 다수의 즐거움을 위해 소수의 생존의 권리를 제한해야만 하는 이 땅의 서글픈 인권실태와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인권대통령이 집권하는 이 아이러니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한 편의 비극적인 드라마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의 민주화를 한 단계 전진시킨 6월 항쟁의 의의도, 6.13 민선 3기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지역의 일꾼들을 뽑는 지자체 선거도 월드컵 열기에 가려 제대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보수·부패 정치인들이 월드컵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틈타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손쉽게 당선된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이 또한 월드컵의 그늘로 한국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절망의 시작이자 삶의 아웃사이더로의 전락에 다름 아니다. 정녕 평등과 인권이 실현되는 전 세계인의 평화와 화합의 축제로서의 화려한 월드컵의 부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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