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아있는 조합원은 56명. 단식에 함께 할 수 없었던 임산부, 한밤중에 실려 나갔던 조합원, 기타 조건이 좋지 않았던 노동자들은 어린이집에서 점거 투쟁하는 동지들의 아이들을 돌보며 혹은 건물 밖을 지키며 함께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노사정위 건물 앞은 전경들로 입구가 막혀있고, 그들의 허락을 통해야지만 건물에 들어설 수 있다.
지난 16일 영풍그룹은 노동부의 중재로 첫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측은 첫 교섭에서 '노동부의 간섭이 기분 나쁘다'는 태도가 역력했다. '법적으로는 노조 탄압에 대한 문제가 전혀 없다는 확신'으로 너무 자신만만한 영풍그룹의 거만한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교섭 일정을 조율하러 간 시그 노동자는 "일정을 조율하는데도 몇 시간씩 걸리는 등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다시 한번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단식 투쟁이 장기화 됨에 따라 남편과 언쟁하는 하는 조합원도, 아이들과 절절한 전화 통화 후 눈물을 훔치는 조합원도 있다. 노사정위 농성장에 들어오지 못한 3살 꼬마가 결국 건물 밖에서 '엄마'를 부르며 울고 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그 노동자들은 '1년을 넘게 독하게 싸웠는데, 아무것도 없이는 나갈 수 없다'며 끝까지 가보자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은 한통계약직 동지들이 많이 생각난다"는 총무부장 남성숙씨. "정말 열심히 싸운 동지들이고, 투쟁하는 동지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며 "해산 결정이 정말 안타깝고, 남의 이야기가 같지 않다"고 말을 이었다. "우선은 노조를 지켜야 해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래도 노조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오직 파주 하나만 보고 왔는데, 이 시점에서는 구속동지, 해고자, 회사측의 무변화등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밝혔다. "원하는 것 에 부족할 지라도 조직이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승리한 싸움이다. 민주노조의 깃발은 계속 사수해야 한다"라며 "뿔뿔히 흩어지는 비극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이 단식중인 조합원 회의에서 제기되었고, 다들 많이 우셨다고 한다.
자식들에게는 당당한 어머니로, 스스로에게는 강인한 노동자로 단식투쟁을 사수하고 있는 시그네틱스 노동자들. 공기마저 무거운 6층 노사정위 앞. 힘겨운 걸음을 옮기면서도 웃음을 건네는 조합원들의 모습과 힘겨운 단식상황에서 서로를 믿고 다독이는 시그 노동자들의 모습 속에서 진정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아름다움을 본다.

금속노동자 연대투쟁. 시그 반드시 승리로 만듭시다!
단식 9일차에 이르고 있는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싣는, 금속노조 서울지부의 연대집회가 18일 4시 30분부터 노사정위가 있는 하나은행 건물 앞에서 진행되었다.
이날의 집회는 400여의 학생들과 금속노동자들이 함께 자리를 하며, 시그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 엄호하고 현재 진행중인 단위 사업장들의 투쟁에 연대할 것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결의 대회에서 금속노조 김창환 만도지부장은 "지금,
우리는 오직 일하겠다는 요청을 간부 구속, 탄압으로 일관하는 영풍자본을 향한 비수의 칼이 되어야 한다"며 "금속 노동자가 떨쳐 일어났을 때 기필코 승리한다"며 연대사를 하였다. 민중가수 최도은씨는 이날로 예정된 한-이탈리아전을 앞두고 여의도를 서성이던 많은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과 전 사회적인 월드컵 분위기에 쐐기를 박는 발언으로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최도은씨는 "진정 투쟁하는 노동자가 되자"며 "천지, 태광, 대우,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시그동지들에 대한 연대투쟁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힘찬 연대투쟁을 호소하였다.
또한 점거농성에는 결합하지 못했으나,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시그 노동자의 편지글을 낭독하던 이규희씨는 "엄마와 아이들이 만나는 날이 언제일지... 혼자만의 부귀와 가진자의 권력이 노동자, 아이들 모두를 죽이고 있다"며 낭독 중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희경 시그네틱스 지회장은 "피땀으로 만들어 놓은 공장으로 반드시 갈
것이며, 죽으면 죽었지 여기서 한발도 나갈수 없다"며 "전조합원 무기한 단식농성의 계속될 것"임을 밝혔다. 정지회장은 또 "노동조합을 포기하고 무릎을 꿇으라니, 결코 그럴 수 없다"며 "금속노동자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파주공장에 노조를 세울 것"이라는 결의발언을 하며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시그네틱스의 절절한 투쟁은 다른 투쟁 사업장간의 연대투쟁의 들불이 되고 있다. 20일(목) 3시에는 전국민중연대가 장기투쟁사업장과 시그네틱스의 조속한 해결 위해 노사정위 앞에서 집회를 예정하였고, 매일 12시, 6시 연대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라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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