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차주인, 못 해먹겠다

여의도 집회장에서 만난 레미콘기사 최씨의 소망




일년전 배웠던 파업가 율동, 해보니 또 되네

6월 16일 일요일 한낮, 가만히 서 있기에도 숨이 막히는 더운 날씨에 여의도 국민은행 앞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 노동자로 일을 하면서도 '억지 사장님' 대접을 받아야 하는 레미콘 운송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등 특수고용노동자들. 이들이 노동에 지친 몸을 마다 않고 그나마 쉴 수 있는 일요일에 여의도엔 온 이유는 '특수고용노동자 기본권 쟁취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최학순(44)씨. 그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았다. 집회 대열 가운데쯤에 앉아 깃발을 꼿꼿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경기도의 한 레미콘회사에서 레미콘 운송기사로 일하고 있다. IMF 때보다 경기가 조금 나아지고 지난해 총파업의 성과로 회사로부터 기름값을 보조받기로 해서 그나마 요즘은 월수입이 평균 100~150만원이 된다. 그러나 두 아이들이 있는 4인 가족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최씨는 "동절기인 12월에서 이듬해 3월과 장마철인 6~8월은 수입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반짝 공사철에 휴일도, 밤낮도 없이 일해봤자 애들 학비대기도 빠듯하다"고 말한다.

그런 최씨는 '우리같은 사람들을 빨리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고 외친다. "우리는 도급고용 한 회사가 정해주는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지정해 주는 곳에만 간다구요. 다른 회사에서 일하면서 부수입을 얻을 길도 없단 말이거든요. 그런데 우리한테 차량 관리비며 보험료까지 부담시키는 건 부당하잖아요. 우리 요구는 퇴직금이나 시간외 수당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고나고 이럴 때 보상받을 수 있도록 4대 보험 적용해 주고 아무 때나 해고당하지 않도록 노동조합 인정해 달라는 것 밖에는 없다구요."

"퇴직금이나 시간외수당 달라는 것도 아니고..."

작년 4월부터 다섯 달이 넘게 당산철교 밑에서 천막을 치고 파업을 하던 전국건설운송노조(위원장 장문기)의 요구사항도 최씨의 바람과 다르지 않다. △일요일 휴무실시 △도급계약 폐지 △단체협약 쟁취 △부당해고 철회 △근로기준법 준수 등.

최씨 같은 레미콘운송기사들은 애초에는 대부분 건설회사의 정규직이었다. 그런데 87년경부터 회사는 차량을 레미콘 운송기사들에게 강제로 불하하기 시작했고 월수입이 700만원은 된다고 선전해댔다. 그러나 최씨들은 차량유지비며 보험료를 제하고 나면 월수입 100만원도 안 되는 '사장님'이다. 그리도 당연하고 소박한 권리를 이름뿐인 '사장님'이 되는 바람에 빼앗겨 버렸다. 그런 레미콘 기사들은 지난 2000년 9월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이 같은 요구를 해 왔다.

그러나 레미콘 회사들은 절대 노조를 인정해 줄 의사가 없었고 당연히 단체교섭에 응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레미콘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던 노동위원회에서도 지난해 11월 "레미콘 지입차주를 개인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따라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열린 법원 판결에서도 '노조불인정'으로 이어졌으며 500여건에 이르는 부당노동행위 등과 관련된 소송은 모두 무혐의 처리가 됐다.

급기야 지난 달 23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건설운송노조 성진레미콘 분회가 낸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노조법상의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노동쟁의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쟁의조정 신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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