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네틱스 노동자, 노사정위 사무실서 11일간 집단 단식농성

“가자 파주로” 처절한 외침, 월드컵 광기에 묻혀 ― “투쟁수위 더욱 높여간다” 굳은 결의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노사정위 단식농성 장면.



지난 5월 21일과 29일 두 차례 제1한강교 위에서 고공농성 투쟁을 전개한 금속노조 시그네틱스지회(지회장 정혜경) 65명의 조합원들은 6월 10일 명동성당에서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시그네틱스노조의 요구사항은 △98년 워크아웃 고통분담에서 약속한 [파주이전] 수용 △파업참여 조합원(현 98명) 부당해고 철회 △구속 노동자(이석행, 임영숙, 윤민례) 석방 △노조탄압 중단, 책임있는 안을 가지고 2001년 임단협 교섭 △고소·고발, 가압류 철회 등이다.
그리고 6월 12일 58명의 조합원들은 기습적으로 노사정위에 진입, 11일간의 목숨 건 단식농성 투쟁을 전개했다.

가볼 곳은 다 가봤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노사정위 단식농성 돌입.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은 노동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행정기관, 국회를 막론하고 찾아가 영풍자본과 양수제 사장의 노조탄압 처벌과 고용승계 해결을 촉구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노사정위 단식농성을 벌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노사정위는 ‘단사의 노사문제는 노사정위 권한 밖’이라는 말만 할 뿐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폭력경찰을 불러 농성대오를 협박하고 해산할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3백일 넘게 투쟁을 전개해온 시그네틱스 조합원들답게 이들의 협박에 물러서지 않았으며 오히려 결연한 의지로 단식 농성을 전개했다. 이런 시그네틱스 조합원들의 목숨 건 투쟁에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 방문과 연대투쟁이 이어졌다.

사측, 죽어가는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요구 거부

6월 15일 영풍그룹은 노동부의 중재로 첫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측은 첫 교섭에서 ‘노동부의 간섭이 기분 나쁘다’는 태도가 역력했다. ‘법적으로는 노조 탄압에 대한 문제가 전혀 없다’는 확신으로 너무 자신만만한 영풍그룹의 거만한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교섭 일정을 조율하러 간 시그네틱스 노동자는 “일정을 조율하는데도 몇 시간씩 걸리는 등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다시 한번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마련된 교섭에서 양수제 사장은 죽어가는 시그네틱스 노동자를 외면한 채 ‘파주는 절대 안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노동부도 이런 사측의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들만의 월드컵 속의 목숨 건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투쟁

이런 현실 앞에서도 조합원들은 파주공장 이전 요구가 쟁취될 때까지 단식 농성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렇게 단식 농성이 진행되는 사이 며칠동안 아내의 안부조차 묻지 못했던 남편들은 아내의 얼굴이라도 보고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정문을 막아선 경찰들 방패는 굳건하기만 했다. 항의하는 가족들에게 방패를 휘두르고 심지어 주먹까지 휘둘렀다. 단식으로 지친 엄마의 얼굴을 보고도 손조차 잡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는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어린이집 보육 교사의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 ‘가자 파주로’를 외치며 뛰노는 우리 아이들. 밤에는 엄마를 부르다 베게 하나씩 껴안고 흐느끼다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한 조합원은 “월드컵 한국경기 때 농성장 앞으로 수많은 붉은 인파가 몰려가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론 참담해졌어요. 누구는 생존의 벼랑 끝에서 살아보겠다고 농성하고 있는데 다른 곳은 광란의 도가니라니”라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이렇게 온 나라가 열광의 도가니로 휩싸일수록 이들의 상처는 커져가고 울음은 공허하기만 하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월드컵으로만 쏠리고, 이들의 외침은 ‘광기’어린 응원가 속에 파묻혀 갔다.

강도 높은 투쟁으로 민주노조 사수하고 파주 공장으로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은 11일 간의 단식농성을 마무리했지만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무노조를 유지하기 위해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노조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파주공장에 900여명을 하청으로 고용했다. 그러나 시그네틱스노조가 처절한 투쟁을 통해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파주공장 900여명의 하청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한다면 영풍그룹의 노조탄압을 반드시 박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만들어 가기 위해 시그네틱스 조합원들은 어려운 현실이지만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시그네틱스노조의 처절한 투쟁이 끝내 승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자들의 관심과 연대투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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