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농민 사기극 - 중국과의 마늘협상

조 경 호 / 전농 전북도연맹 사무처장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0년 7월에 있었던 중국과의 마늘협상에서 정부는 이면합의로 2003년부터 중국산 마늘에 적용하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사실이 한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이 말은 2003년부터 중국산 마늘에 대해서 전면 수입을 자유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사실을 2년이 넘도록 숨겨왔으며 이 번에 밝혀지지 않았다면 수입이 자유화되는 2003년까지 우리 농민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엄청난 충격과 혼란을 맞이했을 것이다.

도대체 정부가 50만 마늘농가의 생존이 달린 중대한 사안을 이렇게 비밀리에 음모적으로 처리할 할 수 있는 것인가? 무능을 넘어 국민을 속이는 비도덕적 정부에 대해 분노를 넘어 심한 허탈감 마저 느낀다. 이것이 우리의 손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어준 '국민의 정부'란 말인가?

농민 우롱한 정부, 등돌린 민심

"국가적 이익", "소탐대실" 운운하던 정부(보다 정확하게는 외교통상부)는 결국 재벌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50만 마늘농가를 퇴출시키는 "작전"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만 것이다.

그 결과 우리 마늘 농가들은 생업을 포기해야할 상황에 직면하게 됐으며, 이 영향은 농업의 특성상 마늘농가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 농업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값어치에 대한 수치적 비교를 떠나 이 정권이 갖고 있는 농업에 대한 인식에 대해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무식해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나라 국민의 가장 기초적인 음식물(주곡과 기초 양념류)의 가치를 수출로 버는 돈과 수치적으로 단순비교 할 수 있단 말인가?

핸드폰을 파는 기업에게는 수익의 문제이지만 마늘 농가에게는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현재와 같이 농업 전체가 위기상황에 처해있는 현실에서는 마늘농가가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기도 어렵거니와 이 파급이 다른 작목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까지 번져 연쇄적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농민 버리고 기업이윤 선택 강요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나라일수록 자국의 기초농산물에 대한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미국은 WTO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주요 곡물에 대하여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지지해주는 가격지지정책을 부활시키는 정책을 도입하고 이를 위해 800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새로 책정했다.

유럽은 농업에 대하여 "다원적 기능"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수지타산에 상관없이 농민들이 이농하지 않고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온갖 직접지불제도를 만들어 시행한다.

이같은 사레는 이들이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비교우위론"이나 무역수지를 맞추려는 수치의 비교를 몰라서일까?

마늘과 핸드폰의 단순한 손익의 개념이 아니라 이로부터 파생되는 비용의 발생을 애써 계산에서 제외하려는 의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도 농민을 속여가면서까지......

이번 사건은 명백히 농민에 대한 사기극이다. 그리고 이 나라 정부는 재벌과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농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말로만 농업을 지키고 농민을 위한 정책을 보장 할 뿐 농업과 나라의 장래를 위한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정신차려야 한다. 우리의 농업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끝까지 농업을 외면한다면 이후에 다가올 이 나라의 고통을 누가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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