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노동자 민중 진영의 대선전략과 후보전술

'진보진영 대통합'의 환상을 깨라!

김원호(노동자의 힘 조직국장)

올해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6.13 지방 선거가 끝난 후 모든 정치세력들은 본격적으로 대선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정당(세력)들은 대선후보를 확정하거나 새로운 주자들을 내세우면서 치열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노동자 민중진영도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진보정당 후보, 노동자 민중후보 전술에 따라 정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은 과거의 보수세력간의 권력배분과 기득권 쟁탈이라는 기본 성격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상태로는 그렇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상반기 발전노조 파업투쟁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는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대중들의 분노와 저항은 민주노총이 4,2 총파업을 철회함으로써 '노동자 정치'로 수렴되지 못하고 말았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부정부패로 줄줄이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대중들의 분노와 행동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한나라당과 이회창의 지지율 상승으로 빨려들어 가고, 월드컵 열풍(?) 속에서, 대중이 투쟁을 통해 만든 정치력은 사그라들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동자 민중진영은 또 다시 '대선' 국면을 맞고 있다. 당연히 노동자 민중진영의 대선 투쟁 기조는 노동자계급을 대중적 정치투쟁, 노동자계급 정치의 주체로 올곧게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 핵심은 대중투쟁과 선거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에 걸려 있다. 몇%의 지지를 더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분노와 저항을 조직하는 선거투쟁이어야 한다. 의회주의, 조합주의로 노동자 정치가 대체되거나 제도 정치권 진입으로 제한되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선 투쟁 기조를 실현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대선전략과 후보전술은 어떠해야 하는가?

87년 이후 노동자 대중투쟁의 정치적 성과와 의미를 대폭 확장시켜내야 한다.

87년 이후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민주노조운동을 중심으로 대중파업을 통해 자신의 생존권과 민주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왔다. 전국적 파업투쟁은 대중적 정치전선을 형성하였고 파업에서 가두정치로 발전하였다. 노동자 대중투쟁의 성장은 96-97년 정치총파업으로 발전하였다. 노동자계급이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 정치적인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자 정치'의 주체로 자신을 세워온 것이다.
하지만 96-97년 정치총파업까지 성장한 노동자 대중투쟁의 성과가 '노동자 정치'로 수렴되지 못하였다. 민주노총의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은 97년 대선에서 국민승리 21의 '국민후보론'을 통해 의회주의, 조합주의 정치로 왜곡되었다. 그 결과 정치의 주체여야 할 노동자 민중이 오히려 정치로부터 소외되고 '표밭' 이상의 지위를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계급은 자신들을 노동자 정치의 주체로 세워내기 위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대중투쟁을 조직하면서 처절하고 치열한 투쟁을 통해 직접적인 대적전선을 또 다시 형성해 나갔다. 상반기 공공3사 동맹파업과 발전노동자들의 38일간의 대중적 산개파업투쟁은 노동자계급이 자신을 정치의 주체로 세워나가는 과정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자 민중진영의 대선 전략과 후보 전술은 87년 이후 노동자 대중투쟁의 정치적 성과와 의미를 올바로 계승하고 복원하는 차원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노동자 대중투쟁을 제도정치, 선거 공간으로 제한하거나 대체해서는 안된다.
이번 하반기에는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투쟁, 불안정노동 철폐투쟁, 현장탄압분쇄투쟁, 생존권 사수투쟁 등 상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노동자 대중투쟁이 확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이러한 투쟁들의 총화로서 모아내 전 사회적 투쟁으로 확대시킴으로써 대선 국면을 노동자 민중 직접정치의 국면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2003년이 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계급적 범진보진영 대통합론은 과거의 오류를 반복시킬 뿐이다.

무계급적이고 무원칙한 범진보진영 대통합론으로 노동자 민중진영의 후보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중의 정치적 성장을 막고 노동자계급을 타락시키는 지름길이다. 2002년 계급투쟁의 정세를 바탕으로 대선 투쟁에 대한 기조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자본과 정권이 어떻게 노동자계급을 공격하고 있는지,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가 제출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전 영역,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투쟁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전략적, 전술적 목표에 대한 각 정치세력의 입장이 제출되고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이 논쟁의 주체, 정치활동의 주체가 되도록 조직해야 한다. 현장의 다양한 투쟁을 조합주의적 경제투쟁으로 가둬놓고 선거에서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정치투쟁인 것인 양 왜곡시켜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2002년 대선 투쟁 기조를 먼저 논의해 들어가는 것을 중심에 두지 않고 곧바로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을 중심으로 제기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치방침은 무계급적인 범진보진영 대통합론이자 노동자 민중진영의 실질적인 단결을 가로막고 있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는 현실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주요 단체지도부 간담회 결과가 그것이다. 그것은 노동자 민중진영의 단결이 아닌 소부르주아 세력과의 연합에 불과하다.

노동자 민중진영의 후보 논의는 노동자 대중에게 열려져야 한다.

우리는 노동자 민중진영의 대선전략과 후보전술은 87년 이후 노동자 대중투쟁의 정치적 성과를 계승하고 무계급적인 범진보진영 대통합론을 극복해야 함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우리의 원칙에 동의한다면 노동자 민중진영의 후보 논의는 열려져 있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대선 투쟁 기조가 동의된다면 노동자 민중진영의 후보는 단일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각 정치세력 자신의 실력과 노선으로 대중에게 검증 받아야지, 자기 조직 중심의 패권적, 종파적 행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바탕으로 밀어붙이거나, 사회주의를 표방한다고 해서 특정 조직의 전유물로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 사회 변혁에 대한 정치적, 대중투쟁적 입장을 제출하고 노동자 대중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 하거나 후보 자체의 문제로 제한시켜서는 안된다. 지금 얘기되고 있는 '예비 경선'은 결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노동자 대중이 정치의 주체로 서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6.13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은 약 10%의 지지를 획득했다. 하지만 10% 지지가 노동자 대중이 정치의 주체가 된 것으로 등치될 수 없다. 노동자 대중이 정치적 주체로 서는 과정은 자본과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를 투쟁으로 조직하는 것에 기초해야 한다. 또한 한국 사회의 제도, 정책, 보수정치의 통치 기조 등이 노동자의 경제적, 정치적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급적 눈으로 바라보고 투쟁하는 것을 통해 정치적 주체로 나설 수 있다. 노동자계급이 정치적 주체로 서가는 역사적 발전 과정에 선거투쟁은 복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