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독자정당 창당]대선 이전 한시적 창당...민주노동당과 연대 가능성

배경과 전망

윤재설 dllp21@kdlpnews.org
한박정미 woodfish@kdlpnews.org
한국노총(위원장 이남순)이 대선전 독자정당 창당을 추진키로 하고 구체적인 행보에 들어가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노총이 최근 공개한 독자정당 창당 검토안에 따르면 노총은 오는 9월 창당준비위를 결성하고 10월말~11월초에 독자정당을 결성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5월말 열린 13차 중앙정치위원회 결의로 구성된 대선기획팀(팀장 박동 정치국장)에서 마련한 창당 검토안을 지난 8일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재확인했다.

한국노총이 추진하는 독자정당은 ‘개혁적 국민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며 발전경로로 △독자정당 유지 △제도정당 내 개혁세력과 연대 △민주노동당과 연대 등 세 가지로 잡고 있다. 하지만 독자정당 유지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있으며 정당등록에 필요한 최소요건인 23개 지구당을 노총의 지역본부 조직을 통해 10월중 창당하고 10월말~11월초에 중앙당을 창당하면서 “정치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결국 한국노총 독자정당은 올 연말 대선이 치러지기 이전에 보수정당 내 개혁세력과 통합되든지 민주노동당과 통합되든지 둘 중의 하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수정당 내 개혁세력은 노무현 민주당 후보진영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이 범진보단일후보 경선을 추진하고 민주당에서는 신당 창당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수면위로 올라온 한국노총의 창당 움직임은 대선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한국노총이 대선 방침을 세운 것은 이번이 두번째. 그동안 몇몇 지도부의 개인적인 정치입문 외에 뚜렷한 정치적 활동이 없었던 노총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야당인 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와 정책연합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정책연합은 2년만인 1999년말 한국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파기됐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이 정책연합이 아닌 독자정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것은 우선 정책연합 실패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기준 금융노조 정치위원장은 “한번 실패한 정책연합을 다시 써먹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같은 방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는 보수정당 불신 분위기는 더이상 지도부가 정책연합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8월 실시한 조합원의식조사에 따르면 2002년 대선 대응방안에 대해 집권여당과 연합(4.4%), 야당과의 연합(8.5%) 등 기존 보수정당과 연합해야 한다는 비율은 소수에 불과한 반면 노동, 시민단체 독자정당 건설(41.8%), 한국노총 독자정당 건설(10.4%) 등 독자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의 1인1표제 위헌판결에 주목하기 시작한 한국노총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8.1%의 지지를 얻은 데 대해 크게 자극을 받은 것도 독자정당 창당 주장이 힘을 얻는 데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노총 지도부가 보여왔던 모습에 대한 불신이 노총 안팎에 남아있는 상태여서 독자정당 창당이 지도부의 정치적 진출을 위한 ‘뜀틀’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산하조직의 한 관계자는 “창당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창당 이후 행로에 대해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동의하는 노총 내 개혁적인 세력은 창당을 통해 민주노동당과 함께 힘을 합쳐 노동계 단일정당을 만들려는 반면, 지도부와 일부 보수적 세력의 경우는 창당을 통해 한국노총의 ‘몸값’을 높인 다음 보수정치권으로 진출하려는 속셈이라는 얘기다.

내부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오승균 전남본부 사무처장은 “정당 없이 정책연합이나 연대만 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라며 “이제 노총도 독자정당을 창당해야 노총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하고 피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환영”이라며 반긴 신진규 울산본부 의장은 “현재로서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의 색깔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한국노총의 색깔을 반영하는 정당을 창당하고 이후 보수색깔의 노총정당과 진보색깔의 민주노동당이 연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에 대해 적극적인 지역본부 사이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존재하는 가운데 노동자 세력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정당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응표 광주지부 사무처장은 “양대 노총의 통합이 선행된 뒤 민주노동당으로든 새 당으로든 노동계 통합 정당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존 정당들과 관계 맺고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노총 관계자들의 참여 여부에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은 “독자정당은 반드시 노동자계급 독자정당이어야 한다”고 못박고 “이후 당연한 수순으로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위원장은 “기존 보수정당들 내에 개혁세력들과의 연합을 통한 독자정당의 운영은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9월 중순에 열리는 중앙정치위원회와 9월말에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가 창당까지 앞으로 남은 두 가지 관문인데 노총의 조직적 특성상 창당작업도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한국노총 내부의 ‘동상이몽’이 어떻게 정리될 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 99호] 8.12 ~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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