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주5일제, 임금 줄고 일은 더 힘들고

노동시간 OECD중 최고 길어 … 1년 2000시간으로 줄이자 연월차휴가 축소, 생휴·주휴 무급화 … 시간단축 의미 무색

주5일 근무제, 엄밀하게 말해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은 연간 2,447시간으로 세계 최장시간인 노동시간을 연간 2,000시간 이내로 줄여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국제노동기구 75개 나라 가운데는 일곱번째로 많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는 단연 1위를 자랑한다.그런데 2년 전 노동시간 단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 재계는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에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일할 분위기를 저해해서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둥, 임금삭감이 따르지 않으면 노동비용 상승으로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반대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2년차 이상 한국 노동자들의 정상 노동시간은 1년에 1,976시간 이하다. 따라서 이 시간보다 더 일하는 500시간은 초과 노동과 휴일·휴가 노동으로 이뤄져 있다. 노동부는 초과 노동이 1년에 307시간이라고 밝혔으며, 휴일·휴가 노동도 200시간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한다.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토요 근무 208시간이 줄어들어 일단 1년 노동시간은 2,200시간대로 떨어진다. 그러나 노동계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휴일·휴가를 늘려 2,000시간대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가 법정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가장 관심을 두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그런데 휴가를 더 줄이자니 이게 무슨 소린가. 그것도 돈 안주는 휴가로 하자니 노동계는 ‘기막힐 노릇’. 공익위원안대로 연월차 휴가를 축소하고 생리휴가와 주휴를 무급화하게 되면, 노동시간이 줄지 않는 것은 물론, 임금 역시 대폭 깎이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노총 연구 결과, 주5일제를 도입해도 연월차 휴가를 15∼22일로 줄이고 생리휴가를 없애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실노동시간은 거의 줄지 않는다. 현재 단체협약 등으로 토요격주휴무제 즉 주42시간을 실시하는 근속년수 1~10년 남성 노동자는 1년에 불과 0~48시간 밖에 노동시간이 줄지 않고, 유급 생리휴가가 없어지는 여성 노동자는 오히려 1년에 48~96시간이 늘어난다. 그나마 이 같은 결과는 전 산업 동시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8~9년에 걸친 단계별 도입때는 주5일 근무제가 돼도 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거의 없어진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물론 임금삭감 효과도 만만치 않아 생계비가 부족한 노동자들은 더 긴 시간 노동으로 내몰릴 지경이다. 민주노총 연구 결과, 10년 근속 노동자 기준으로 정규직 남성 임금의 3.4%, 여성 임금의 6.5%가 삭감된다. 시급이나 일급을 받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주휴무급화로 인해서만 무려 20.3%의 임금이 삭감되어 훨씬 심각한 결과를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 공익안대로 1년 단위로 확대되면 1년 중 아무때나 일을 몰아서 할 수 있다는 얘기. 민주노총 연구 결과, 이렇게 되면 남성노동자의 경우 월 7만 5,932원의 임금이, 여성노동자의 경우 5만 67원의 임금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노동자의 건강까지 심각하게 훼손할 수준이다.
민주노총 박강우 정책국장은 “계절적으로 업무량이 달라지는 사업장, 특히 하청업체의 경우 연장근로수당 없는 초과근로가 광범하게 자행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이래저래 임금은 한 달에 몇 십만 원이 깎이고, 노동시간은 줄지 않으면서 노동강도는 강해져 몸은 골병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박강우 정책국장은 “원칙은 예전에 천명됐다. 이것은 연간 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줄이되, 임금과 노동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뒤, “이 원칙이 무너진다면 노동시간 단축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금삭감과 노동조건 악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아니라 꼭 필요한 한 마리의 토끼를 제대로 잡는 방법일 뿐이다.

이현주 / lhj@sp.or.kr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특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변형해 쓰는 일종의 노동시간 유연화로, 현재 2주 또는 1개월 단위로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특정일, 특정주에 하루 8시간, 1주 44시간을 초과하더라도 해당 기간의 ‘평균’ 노동시간이 주 44시간을 넘지 않으면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총은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탄력제를 1년으로 확대해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간이 확대될수록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세지면서, 연장근로수당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이번 공익안은 1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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