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라크 공격해서는 안된다"

전쟁 나면 한국군 파병 요청 가능성

최재훈/한국외대 아랍어과 강사(중동정치)
일찍이 중동지역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명의 발상지로서 고대문명의 중심지였다. 고대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페르시아 문명, 그리스-로마문명, 중세의 비잔틴문명, 그리고 7세기 이후 이슬람 문명의 중심지로서 세계 패권을 둘러싼 전략적 요충지였다.

또한 오늘날에도 에너지공급원과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중요성,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3대종교의 발상지라는 중요성으로 문화교류와 국제정치분야에 있어서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이다.

국제정치의 주도권이 유럽과 북미로 넘어간 현대의 중동은 시련의 역사를 겪게 된다. 냉전체제 하에서 이념의 각축장이 되기도 하였고, 냉전체제가 종식된 직후, 걸프전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국제질서 체제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 중동지역의 이슬람문명은 특유의 응집력과 단결력으로 국제질서를 주도하려는 국가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질 수 있으며, 소련의 해체 이후 새로운 카운터파트로 부상하고 있다.

2001년 9.11 사건으로 세계는 경악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심장부에서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사라졌다.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했다. 세계 최강대국은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 조직을 배후로 지목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약소국에 대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집권 초 9.11 테러사건을 맞은 조지 W 부시는 선거결과의 후유증을 뒤로한 채 급히 전용기에 올라 텅 빈 미국상공을 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는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포했고 지난 1월 29일엔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의 국가들로 거명, 관련국 및 주변국의 격렬한 반발을 산 바 있다.

미국은 이른바 “불량국가”에서 생산된 대량살상무기가 테러집단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삼고 가장 위험한 국가로 이라크를 지목했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확대돼서는 곤란하다.

대규모 공격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무력사용의 도덕적 명분은 약해지고, 그 명분을 통해 동원될 미국의 연합전선은 분열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정전론(正戰論)의 맥락에서 군사적 목표를 어떻게 정확하게 공격하고 민간인 살상을 최소화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미국의 과제인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전쟁이 사담 후세인 제거와 정권교체만을 목표로 하는 전면전이 될지, 아니면 대량살상무기 제조시설로 의심되는 곳들을 선택하여 파괴하는 ‘스마트폭격’ 작전이 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9월초, 미국과 영국 군용기 약 1백대가 이라크 주요 방공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실시한 사실과 일련의 군사작전들은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대규모 군사작전과 이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의 발생은 이슬람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 테러전쟁이 전체 이슬람권에 대한 공격으로 확대될 경우, 테러와 대 테러전쟁이라는 악순환은 끊이지 않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91년 걸프전의 상황과는 다르다.

아랍국가들은 물론, 과거 연합군으로 참전하였던 유럽국가들도 미국의 새로운 개전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외교적 연합(diplomatic coalition)이다. 동맹국들의 의견을 무시한 독단적인 행동은 곤란하다.

이라크가 핵 개발 의혹시설로 지목된 알-트웨이다 연구단지를 언론에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 유엔총회에서 이라크가 조건없이 생화학무기와 핵 연구 시설을 폐쇄하도록 유엔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유엔이 나서지 않을 경우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피력했다.

미국은 대규모군사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우방국들에게 상호방위조약 등을 내세워 참전을 요구해 왔다. 향후 한국군의 참전문제가 거론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한 국내외의 논란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104호] 9.16 ~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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