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북한'의 파격적 개방이 있다.
주변국을 이어주는 '철도'의 정치경제학이 구체적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ㆍ일ㆍ러 정상외교는 남북 정상회담과 함께 이 지역 정세의 변화를 상징한다.
국제 정치에서 자국의 이익은 언제나 최고의 목표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규정하는 틀과 관련 2+2 또는 2+4 체제가 얘기된 것은 오랜 일이다. 최근 고이즈미의 방북과 러시아 언론의 6자회담 거론 등은 2+4 체제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 북-일 수교에 대해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국익은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평화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미국의 이같은 평화 역행적 행태에 걸맞는 표현을 찾아봤다. 5+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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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정세는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이 양적 확대는 물론 제도화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으며 신의주 행정특구 지정 등 북한의 경제정책은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 남북관계 개선에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지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일본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철의 실크로드’ 건설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미국은 급속하고 전향적인 한반도 정세 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왜 그런가?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은 현상적으로 강온 양면책을 병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악의 축’ 발언과 북한위협론을 전개하며 강경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대화 재개를 위한 실무 접촉을 지속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지난 25일 김대중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만간 대북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일주일 전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례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두 번이나 반복했다. 이와 같이 미국이 대화와 의혹의 눈길을 동시에 표명하는 것은 미국의 한반도정책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오히려 그 반대이다.
부시정부의 한반도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기조는 안보문제 중심의 접근방식이다. 특히, 대북정책은 적대적·이질적인 북-미관계의 특성에 의해 일차적으로 규정받기 때문에 그런 정책 기조가 부시정부의 특징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럼에도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은 클린턴 정부 때와 비교할 때 호혜적 상호주의라기보다는 일방적 상호주의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미국 주도의 ‘반테러전쟁’도 북-미 대화 지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남북 화해협력과 조화하지 못하고 병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시정부는 최근 일련의 한반도 정세 변화도에 대해서도 안보 중심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북-일정상회담에 직전에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미사일 확산 문제를 다루지 않은 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의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유예 지속 방침을 얻어내자 부시대통령은 19일 그의 방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신의주 경제특구정책에 관해서도 24일자 뉴욕타임즈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의 안보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북한의 국제적 위신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시정부는 활발해진 남북 교류협력과 북-일 관계개선, 그리고 북한의 경제개혁정책을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남한, 일본의 대북정책 자율성이 신장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적대적 북-미관계의 지속과 북한체제 및 지도자에 대한 부시정부의 강도 높은 불신은 북-미관계의 개선은 물론 남북, 북-일 관계 등 한반도 정세의 전향적 변화에 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일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북한은 여전히 ‘불량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국가에 대해 ‘사전행동’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반면, 부시는 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라크와 달리 북한과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소 모순돼 보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미사일방어망 계획 및 (해외) 미 군사력 혁신의 지속과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북-미 대화는 10월 중으로 개최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이 양국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지,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 향배는 미국이 북한의 ‘자주권’ 승인과 보상을 동반한 비확산 정책의 추진 여부에 달려있다.
북한은 24일 내각 기관지를 통해 북-일관계 개선을 상기하며 ‘대조선압살정책’의 중단을 전제로 미국과의 흥정 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105호] 9.30 ~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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