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정세-5+왕따?]한반도 해법 민족 자주성 더 높아져야

남북 발언권 강화를 위해│공조 통한 동북아 조정자 역할로 새로운 장 열어나가자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이름 깨나 알려진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은 종종 21세기에는 한반도시대를 열자고 주창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은 21세기까지 동북아세력균형을 위해 여전히 이 땅에 주둔해야 한다고 모순된 주장을 펼쳤다.

현재 한반도의 남과 북은 19세기 조선조 말 주변강대국에 의해 난타만 당하는 나약한 존재는 더 이상 아니다. 비록 한계는 있지만 남북이 합치면 GNP수준에서 세계 10위 정도의 만만치 않은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의 군사력이나 창조력 및 지정학적 위치 등을 고려해 볼 때 동아시아의 평화조정자 또는 세력균형자의 역할을 할 물적 토대는 충분히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주변국 가운데 어느 한 편에 서면 여타의 나라들이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들을 조정하고 통합시키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제까지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한반도는 운명적으로 강대국의 표적이 된다고 한탄만 해 오면서 미국에 빌붙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예속적이고 사대주의적인 한·미공조우선론이라는 인성(引性)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자폐증 인성에서 벗어나 자긍적이고 주체적인 역사행로를 개척할 시점에 이르렀다.

최근 전개되는 동아시아의 큰 변화의 물결은 한반도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해 준다.
북한에서는 신의주 특구지정 등 급진적 개혁과 개방, 북·일 정상회담이라는 충격적인 행보, 상하이 방문과 신사고, 러시아와의 시베리아횡단철도 구체화 등 안팎으로 새로운 모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 여러 움직임은 남북한 개별적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 러시아, 중국 등과 합주곡을 울린 결과이고, 앞으로 지속적인 동아시아공조체제의 서막일 수 있다.

이에 머무르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은 ASEM 정상회의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와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햇볕정책 지지와 대북 지원을 권유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선언’을 이끌어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일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남북대화, 북일대화와 함께 미북대화를 병행, 추진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북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우리 뿐 아니라 일본의 현대 외교역사에 전례 없는 대미 자주적인 외교 행보이다. 이제 남북한의 외교도 글로벌 외교로 발돋움하는 듯하다.

지금 미국은 구체적 침략행위가 없는데도 잠재적 위협을 이유로 유엔의 동의 없이도 선제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해 “과거 10년간 세계의 가장 핵심적인 탄도미사일 납품업자이며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왔다”면서 대표적인 ‘불량국가’로 지목하는 부시독트린이라는 ‘악의 제국 선언’을 발표했다. 이는 자신이 전쟁미치광이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이라크 다음에 한반도로 전쟁의 불길을 옮겨올 태세다.

바로 이 시점에서 남북공조와 동아시아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민족생명권을 확보할 수 있는 첩경임을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우리 남과 북은 민족공동체로, 또 동아시아는 유럽연합과 같은 동아시아연합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남북 및 동아시아 평화는 물론이거니와 북한, 시베리아, 중국동북3성의 경제개발로 남한, 일본, 러시아, 중국 등에 수십년 간의 경제활성화를 가져오면서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동시에 세계경제에도 활력을 불러 올 것이다.

이러한 탈미(脫米) 동아시아연합의 길에 남과 북은 공조와 자주로 조정자와 균형자로서 그 직분을 정립함으로써 21세기 동아시아와 함께 하는 한반도시대라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 105호] 9.30 ~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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