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판정 불온통신 망령 국회가 부활시키나

불온통신을 불법통신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존속 주요골자

*지난해 사회단체들의 투쟁은 매우거셌고 그 투쟁의 성과로 전기통신사업법은 위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다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무시한 법안이 통과될 위기에 있다

인터넷의 자유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들과 뜻있는 사람들이 3년간 싸워서 위헌판정을 얻어낸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규제조항이 되살아날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월 17일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 불온통신의 규제조항에 대해 "참여적이고 표현촉진적인 매체인 인터넷의 특성에 걸 맞는 내용규제 모델이 모색되어야 하고, 규제의 기준인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은 명확하지 않고 과잉규제의 위험, 포괄위임의 위험이 크고, 특히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주체로서 '정보통신부 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 명령권'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이렇게 헌법재판소가 내용규제의 기준과 내용규제의 주체 모두에 위헌결정을 내린 가운데 정보통신부에서는 내용규제의 기준에 대한 결정만 반영하고 내용규제의 주체인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권에 대한 결정은 반영하지 않은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의 규제조항은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인터넷의 불법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골자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이자 매체의 특성에 적합하지 않으며,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컸다.

지난 8월 정보통신부 주최 공청회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정보통신부의 개정안이 졸속입법되면서 여러 가지 법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국회 사무처 법제실에서 조차도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터넷 규제 권한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서 조차도, "규제대상의 요건과 규제절차의 적법성이 일부 보완되었으나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 제시되었듯이 사법기관이 아닌 정보통신부장관이라는 행정권에 의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규제가 이루어지는 규제제도 자체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 있음"이라고 경고하였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와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사회단체 등 네티즌의 여론을 받아 신중한 인터넷 내용규제 모델을 만들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불온통신을 불법통신으로, 문제가 많았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존속시키는 법안을 만들어 졸속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정보통신부의 개정안은 의원들의 무관심속에 11월 1일 법률안 및 청원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여 이제 법사위 심사와 11월 5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인터넷국가검열반대공대위 등 사회단체들은 불법통신을 행정부에서 규제하는 위헌적인 법안이 통과된다면 또다시 위헌소송에 휘말릴 것을 경고했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정책국장은 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사업법 53조 개정안은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권한을 존속시키기에 급급한 것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장여경국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위헌의 소지가 명백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를 통과시킨 것은,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 의무를 방기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정보통신부 장관이 직접 나서 국회의원들에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강변하는 와중에 일부 의원들은 법률 검토보다는 정치권 줄서기에 바쁜 모습을 보여 우리를 실망시켰다"며, "무엇보다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 규제 권한이 위헌이라면 그것은 어거지로 존속되는 것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문제만을 내세워 문제가 많은 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키려는 정보통신부,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실리에만 몰두해 위헌적인 법안을 무관심속에 의결하려는 국회는 표현의 자유를 바라는 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은희 기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이은우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1.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53조는 삭제되어야 합니다.

1) 개정안 제53조 제1항의 위헌성
①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되며,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는 필요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합니다.
② 그런데, 개정안 제53조 제1항에 열거된 것들은 표현의 자유의 제한원칙인 명확성의 원칙, 최소침해의 원칙,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성의 원칙에 반합니다.

2) 개정안 제53조 제2항의 위헌성
① 온라인매체는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고, 표현촉진적인 매체입니다. 따라서 온라인매체에 대한 규제는 기존의 다른 매체에 대한 규제에 비하여 가장 완화된 것이어야 합니다.
② 그런데, 개정안 제53조 제2항의 전기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는 실질적으로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③ 사법부가 아닌 행정기관은 전기통신의 내용에 대하여 규제권을 행사할 필요도 없으며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④ 행정기관인 정보통신부장관이 가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인 온라인매체에 대하여 실질적인 검열에 해당하는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보다 엄격한 규제가 허용되는 기존의 출판업자에 대해서도 아주 제한적으로 사후규제만을 허용하고 있는 현형법제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임이 분명합니다.
⑤ 전세계적으로도 온라인매체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의 내용규제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3) 결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개정안의 핵심은 정보통신부장관이 온라인매체를 포함한 전기통신 전반에 걸쳐서 표현의 자유를 통제할 권한을 갖겠다는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표현의 자유는 말 그대로 형해화 될 것입니다.

2.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도 삭제되어야 하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민간기구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요구권도 사전검열체계로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며,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지정·고시제도는 민간자율적인 제도로 바뀌어야 실효성이 있으며,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는 통신비밀보호법으로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개정안에서 이용자의 아이디를 통신자료로 포함시키는 것은 통신비밀의 본질적 침해에 해당하므로 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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