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산업③] 불은 언젠가 반드시 되살아나리라

[문화사회 편집자 주] 2002년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는 '대중문화예술산업 종사자들의 생활권 확보를 위한 정책 포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문화사회'에서는 영화, 애니메이션, 언더그라운드 음악, 방송 등에 종사하고 있는 기층인력들의 생활환경에 대한 현황과 문제제기, 그리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한 연재를 기획하였습니다.

① 영화 스탭
② 애니메이터
③ 언더그라운드 음악 종사자
④ 방송 관련 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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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언젠가 반드시 되살아나리라

지난, 이라고 표현하기로 한다. 지난, 약 한달쯤의 시간이 지난, 지나버린 지금, 과거의 토론회를 떠올리며 현실을 응시하는 글을 쓰는 일이 왜 이리도 쓸쓸한 것인가? 지난 10월 24일 목요일 연세대의 종합관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종사자들의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주제를 놓고 포럼이 열렸다. 큰 강의실에 모여 앉은 사람은 서른명 남짓, 히터조차 들어오지 않은 그곳은 얼마나 추웠던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은 토론자들과 청중들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살리기 위한 나름의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늘어놓았지만 왠지 그 모든 말들은 웅얼대는 수신음처럼 머언 외계의 말들처럼 느껴졌다. 정리되지 않은 사전 조율 때문이었는지 각기 다른 영역과 입장의 언더그라운드판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들을 이야기하기에도 급급했다. 그리하여 어떤 이는 이런 토론회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짜증을 내기도 했으나 또 어떤 언더그라운드 음악 그룹 리더는 자신의 음반이 며칠만에 2만장이 나갔다며 자신은 이 토론회의 페이를 받으러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중구난방과 중언부언, 그날의 복잡함과 어수선함. 사실 그것이 언더그라운드 음악종사자들의 생짜 현실이었으리라. 한때 홍대 앞을 중심으로 주목받던 인디는 이제 확실히 한물 가버리고 오직 오버에서 떠버린 몇몇 팀들만 남아 있는 상황. 그러나, 오버의 가요순위프로그램과 연예오락프로그램은 너무나도 굳건히 사수되고 있는 현실에서 무엇을 더 빼고 말할 수 있을는지. 아마 지금도 인디라고 불리는 지하세계의 종사자들은 늦은 아침잠에서 일어나 꾸역꾸역 점심을 먹고 곱은 손으로 기타줄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또 그러다 어느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짧은 공연을 하거나 지하의 좁은 연습실에서 합주를 하고 쓴 소주와 함께 잠이 드리라.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말들은 무력하다. 패러다임과 권력을 바꾸는 일은 지난하고 지난하여 어쩌면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그냥 평생 천형처럼 가난과 칙칙함을 알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하는 생각도 떨쳐버리기가 힘들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방송국의 엿같은 음악프로그램들에 불을 싸질러버리고 싶다. 그리고 방송국의 예능담당 PD들과 그 잘난 문화부의 대중음악관련 담당자들의 귀싸대기를 잡고 도대체 무얼하고 있냐고 뺨을 한 대씩 올려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할 것인가? 적자생존, 약육강식. 인기가 없는 것들은 다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아니 상품이 될 수 없는 것들은 다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가? 이 아수라같은 자본주의 음악시장에서 다시 공정성과 다양성을 말하는 것 자체가 회의적인 일이지만 우리는 죽는 날까지 기타를 놓을 수 없듯이 문화라는 것이 바로 다양성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금언 역시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음악적 약자로서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보호해 달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음악인은 음악으로 말하는 것. 그 음악인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작품의 질로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는 것이다. 하루종일 음악을 하는 사람과 개인기 연습이나 하는 사람 중에 후자가 더 잘나가는 사회를 언제까지 밀고 갈 것인가? 세상에 쉽게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지만 언더그라운드 음악종사자들의 진로가 죽거나 아니면 때려치우거나 이 둘 중의 하나인 현실은 이제는 깨어져야 한다. 롤링스톤즈처럼 3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대중음악팀이 하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의 분노는 영원히 정당한 것. 그나마 이번 대선에는 존경하는 대중음악인으로 하나같이 서태지를 꼽는 훌륭한 문화적 식견을 가진 대통령 후보님들이 많이들 나오셨으니 무슨 기대를 품어봐도 될까? 그들이 무슨 말을 하건 말건 우리의 기타줄은 오늘도 잉잉거리고 드럼은 둥둥둥 제 몸을 울려대니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있다. 불은 언제간 반드시 되살아나리라.

서정민갑(한국민족음악인협회 조직홍보팀장, bandobyul@koreamus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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