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는 대책위·민노당 대구시지부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세원테크 조합원 고 이현중 씨의 죽음과 이해남 노조 지회장의 분신 사건과 관련,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은 "이번 사태가 회사 쪽의 극단적인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파괴가 원인"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 지회장이 세원정공(세원테크 본사, 대구) 사내에서 분신한 지 6일째인 28일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단장 인권위원장 이덕우 변호사)은 28일 오전 10시 이 지회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대구 동산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지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1970년대에나 있을 법한 노조파괴와 극단적인 부당노동행위 등 회사 쪽의 전근대적인 노무관리가 계속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 등의 불공정한 법집행이 노조의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고 이현중씨가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이 지회장이 고 이현중 씨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사측의 노조파괴행위가 해결될 기미가 없던 상황에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상조사단은 밝혔다.
고 이현중 씨의 부상과 사망 원인에 대해 진상조사단은 노사간의 견해 차이가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회사 쪽의 부당노동행위 및 노조파괴행위에 있다고 못박았다.
고 이현중 씨는 지난해 8월 16일 회사진입을 시도하기 위해 회사 쪽이 설치한 철문에 갈고리를 걸어 당기는 순간, 철문에 걸린 부분이 절단되면서 되돌아 온 갈고리에 맞아 두개골이 함몰되고 안면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으며, 지난 8월 26일 사망했다.
앞서 노조는 같은해 5월 22일 임금협상이 결렬돼 파업에 돌입했고, 회사 쪽은 이에 대응해 조합원들에 대해 회사출입금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나아가 회사 쪽은 조합원들의 합법적인 노조 사무실 출입마저 막기 위해 폭 8m, 높이 2m의 철문을 회사 진입로에 세웠다.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 '진입투쟁'을 벌이던 중 고 이현중 씨가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고 이현중 씨 죽음, 사측 노동탄압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불러
진상조사단은 당시 경찰이 '무언가에 의해 갈고리가 절단된 것'을 인정한 점등을 들어 회사 쪽이 용접기를 사용해 (조합원들이 끌어당기던) 갈고리를 절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밟혔다. 그러나 회사 쪽은 당기는 힘에 의해 떨어져 나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 이현중 씨의 죽음과 관련해 회사 쪽은 지난 7월 상악동(부비강의 일부) 암이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암의 의한 사망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은 고 이현중 씨가 치료를 받았던 경북대학교 담당의사의 소견서을 인용해 사망 전 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있었다고 전했다. 담당의사는 "암이 갑자기 급서하는 질병 아니며, (사측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마비나 심근경색이 온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진상조사단은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 이현중 씨가 1차 수술 후 수차례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쪽은 제때에 치료를 해주지 않았으며, 2차 수술 후에도 고통이 계속되자 그 이후에는 치료비 지급을 중단했다.
노조는 고 이현중 씨의 사망 원인이 과도한 노동탄압에 있고 치료에 성실하지 못한 데 대해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며, 지난달 1일부터 세원정공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6차례에 걸쳐 교섭이 진행됐으나 결렬됐다. 노조가 회사 쪽에 요구한 내용은 △유족에게 위로금이 아닌 보상금 지급 △사내에서의 노제 △바리케이트(철문) 철거 등이었다.
진상조사단은 이와 함께 세원테크는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노동자에 대한 구타와 욕설 등 전근대적인 노사관행이 지배적이었다고 밝혔다.
세원, 전근대적인 노사관행 지배‥노동자 구타와 욕설은 일상
세원테크 노동자들은 휴일도 쉬지 않고 잔업특근을 해 하루 12시간 노동을 하더라도 실수령액은 80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욕설과 구타는 일상적이었으며, 고 이현중 씨의 경우 예비군 훈련으로 저녁근무를 못했다는 이유로 담당 반장으로부터 속칭 '이단옆차기'를 당하고, 장부로 머리를 수차례 구타당했다고 한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세원테크는 산업재해가 '굉장히' 빈번했으며, 노동자들은 공상처리가 되면 월급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인대가 끊어지는 경우에도 붕대를 감고 일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회사 쪽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산업안전장치의 전원을 내려, 수리하는 과정에서 계속 작동하는 용접용 로봇에 부딪혀 노동자들이 기절하는 사고가 빈발했다.
지난 2001년 10월 노조가 결성되자 회사 쪽은 이해남 지회장을 사장실로 불러 밤새 붙잡고 사직서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 대구시지부 한 관계자가 세원테크 진입로에 설치된 철문 사진을 들고 있다. 회사 쪽은 조합원들의 노조 사무실 출입을 봉쇄하기 위해 폭 8m, 높이 2m의 철문을 세웠다.
노조파괴 체계적으로 진행
회사 쪽은 또 외부에서 노무담당 부장을 고용하고 20여명의 외부인을 직원으로 불러들여 조합원들에게 '발목을 끊어버리겠다', '목을 잘라버리겠다'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같은해 12월 노조가 쟁의행위에 들어가자 150여명의 외부인들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끌어냈다.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 노조파괴행위는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세원테크는 생산이 아닌 노무관리를 목적으로 지난해 속칭 '컨설팅업체'라고 불리는 노조파괴전문업체에서 대표이사(장 모씨), 관리이사(정 모씨), 생산이사(김 모씨) 등 3명의 이사를 영입했다.
이들 중 생산이사 김 모씨가 자필로 작성한 문서에는 '노노의 대립관계로 전환'이라는 제목 하에 '목적'을 "노와 노의 갈등으로 노사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여론을 노(비조합원, 파업불참자)가 반대하므로 회사는 개입할 수 없다는 방위수단을 활용한다."라고 기재돼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수습사원·실습생·비노조원을 조직해 파업참가자와의 싸움으로 몰아가도록 하며", "노노간의 몸싸움이 폭력사태로 발전하는 경우 현 집행부의 책임을 법적으로 대응하고, 소극적인 참가자에 대해서는 조업참여를 유도해 집행부와 분리하고", "비폭력적으로 전개되는 경우 3차에 걸친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3차 후에는 손해배상청구, 징계해고할 것을 통보하여 집행부의 소극관망자를 분리하는 식"으로 돼있다.
손배가압류 노조 압박 수단으로 활용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으로, 회사 쪽은 파업으로 인한 실질적인 손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정당한 절차를 거친 노조의 파업에 대해 무더기 고소고발과 임금에 대해 9억 8천만원, 재산에 대해 19억원의 손배가압류가 집행됐다.
당시 이 지회장의 경우 아들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주위에서 이 지회장의 통장으로 수술비를 넣어줬다. 그러나 이 지회장은 이러한 도움마저 가압류로 인해 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이 지회장은 다급한 상황에서 이 회사 대표이사에게 가압류를 하루만이라도 풀어줄 것을 눈물을 흘리며 요구했지만, 회사는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노조에서 입수한 회사 쪽의 조합원 성향분석 자료에 의하면, 노조에 적극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강성인 사람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호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발표에서 사법당국의 불공정한 법집행을 지적했다. 회사 쪽이 노조의 활동을 불가능하게 할만한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벌금형 정도로 경미하게 처리돼 왔다. 반면 노조 간부는 구속되는 등 법집행의 형평성이 현저하게 왜곡돼 있는 것이다.
사법당국 불공정한 법집행 사태 악화시켜
이 지회장의 경우 노조를 설립한 지 2년도 채 안돼 파업과 관련해 2번이나 구속을 당해야만 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노조를 만든 이후 간부들 전체가 집행유예·구속·수배·손배가압류를 당하지 않은 간부가 없으며, 구속 중에 있는 조합원을 해고시키고 또 해고시킨 뒤에 다시 구속시키는 정말로 기가 막힌 일들이 세원테크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적혀있다.
진상조사단은 세원테크 사태는 회사 쪽의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법당국이 충분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세원테크를 관할하는 천안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에 의하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제재가 약하기 때문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더라도 사측에서 이를 시정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세원테크 또한 그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또 회사 쪽이 법원에 신청한 출입금지가처분에 대해, (법원이) 변론 없이 가처분을 받아들이는 등 재판절차 상 공정성을 상실하고, 가처분 내용 또한 지나치게 광범위해 노조의 일상적인 활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진상조사단은 중앙당 인권위원회와 연대사업위원회, 대구시지부와 충남도지부, 충남 아산지구당 관계자들로 구성돼, 25-26일 이틀간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단은 이후 대책으로 △고 이현중 씨 사건과 관련, 수사기관 등의 행태에 대한 보강조사 △부당노동행위 고발 및 처벌 강화 △특별근로감독 실시 △법무·노동부 장관 면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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