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초국적 제약자본은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라!"

제15회 국제에이즈회의, 11일 태국에서 개막

7월 11일 방콕에서 제15회 국제에이즈회의가 개막되었다. 이번 회의장 안팎에는 참가비 1000달러(약 120만원)을 낸 약 1만5천여 명의 각국 정부관료, 과학자, 활동가, HIV/AIDS환자들과 회의장 밖에서 치료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요구하는 약 1천여 명의 활동가와 HIV/AIDS 환자들이 참가했다.

UN과 태국정부, 그리고 이들이 추천한 NGO가 주최한 이번 회의는 시작 전부터 말이 많았다. 참가비가 1000달러(역 120만원)이기 때문에 그동안 에이즈 치료접근권을 위해 투쟁하고 해답을 제시해 온 가난한 활동가와 환자들의 참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국의 에이즈활동가들은 각국의 활동가들과 환자를 위한 'global village'를 만들어서 그들의 요구와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치료인데 UN, WHO 등의 국제기구나 각국의 정부가 치료접근권을 위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에이즈를 퇴치한다는 명분으로 HIV/AIDS 환자들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모든 이에게 치료접근권을'이고, 세 가지 주요 이슈는 콘돔, 깨끗한 바늘, 제네릭 의약품(카피약)이다. 태국 탁신 총리는 작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 복용자로 의심이 가는 많은 이들에게 총을 들이댔다. '깨끗한 바늘로 바꿔달라'는 요구의 배경에는 탁신 총리의 반인권적 정책이 있었다. 또한 부시의 FTA가 WTO,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보다 특허권을 더욱 강화시키고 의약품접근권을 파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탁신총리는 미태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Health GAP(미국), Thai Treatment Action Group(태국), 국경 없는 의사회(태국), Health Right Action Group(우간다), Pan-African HIV/AIDS Treatment Access Movement(아프리카) 등의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가진 후, 7월 8일 탁신 총리와의 면담을 추진하였다. 예상했던 바대로 탁신 총리는 이들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태국 활동가들을 비롯하여 전세계의 활동가들이 에이즈에 대한 국제적 정책을 비판하고, 치료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요구하기 위해 시위와 행진을 조직했다.

제15회 국제에이즈회의가 개막식을 갖기 전에 약 1천여 명의 활동가와 HIV/AIDS 환자들이 시위와 행진을 하면서 부시의 거짓말, 태국 탁신 총리의 반인권적 정책, FTA, 제약자본에 대한 비판과 요구를 했다. HIV/AIDS 인권모임 나누리+에서도 7명의 활동가가 시위에 참석하였다. 우리들은 'FREE AIDS DRUG'이라고 적힌 스티커와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전세계의 활동가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우리들이 함께 외친 구호는 명료했다. 특허권 이행=죽음(patent enforcement=death), 제약회사는 특허권을 포기하라(pharma: stand down on patents), 부시의 해로운 무역협상에 대해 No라고 말하라(say no to Bush's toxic trade deals),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라(No more lies), 복제약이 생명을 구한다(Generic drug save lives)등으로 표현된 우리들의 요구는, 진정으로 모든 이에게 치료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부시에 대한 비판은 어떤 이슈보다 강도가 높았다. 부시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에 대항하기 위한 글로벌 펀드에 3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으나 200만 달러를 지원했을 뿐이다. 부시는 WTO 협상과정에서 의약품 접근권에 가장 해악을 끼쳤고, 제3세계 국가들의 저항과 환자들의 투쟁으로 난관에 부딪히자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TRIPS보다 더욱 특허권을 강화시키고 있다. 또한 수 차례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생명을 죽이고 전세계를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Treatment Action US의 활동가는 '부시는 기다리란 말을 수 차례 하면서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WTO가 난항에 부딪히자 FTA로 해결하려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곳에 모인 활동가와 환자들은 글로벌 펀드의 한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글로벌 펀드는 결코 전 세계의 환자의 치료권을 보장할 수 없고, 지속적일 수 없다. 그러나 당장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치료제를 무상으로 공급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종욱 사무총장은 2005년까지 300만 명의 환자에게 에이즈치료제를 무상으로 공급하기 위한 '3 by 5'를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WHO에서 '3 by 5'사업의 최고책임자를 불러냈다. 그는 어린이에게 치료접근권을 보장하고, 책임지고 '3 by 5'를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한국인인 그에게 한국정부가 에이즈에 관한 국제적 지원을 오로지 3억원 밖에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섭섭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FTA와 WTO가 의약품 접근권을 훼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물었다. 그는 FTA와 WTO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WHO도 UN도 WTO가 전세계를 빈곤으로 몰아가고,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

한편 초국적 제약회사는 특허권 강화를 요구하고, 오로지 그들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사용할 것을 강요하여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 1000달러를 낸 참가자들에게 가방, 점심, 셔틀버스 등을 제공하고 국제에이즈회의를 후원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우리는 UN과 WHO의 시혜적인 접근이 결코 근본적으로 환자의 치료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하리란 것을 안다. 우리는 값싼 카피약을 각국에서 스스로 공급할 수 있도록 UN과 WHO가 지원하고, 의약품 접근권을 파괴하는 FTA와 WTO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국 탁신 총리가 미태FTA 협상을 중단하지 않는 한 무상으로 에이즈치료제를 공급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안다. 우리는 초국적 제약자본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들을 어떻게 농락하는지 잘 안다. 우리는 초국적 제약자본의 값비싼 특허의약품이 전세계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지 못할 뿐 아니라 특허권을 가지고 환자의 목숨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부시에게, 초국적 제약자본에게, 신자유주의 전도사인 한국정부에게, WHO와 UN에게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라'고 외친다.

[기고] 우리는 왜 태국 에이즈회의에 갔는가?
AIDS 감염인으로 사는 것, 인권 침해 차별 낙인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AIDS인권모임 나누리+ 참가단체인 민중의료연합 권미란 활동가가 태국 현지에서 직접 작성해 보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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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S , 국제에이즈회의 , HIV , 카피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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