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주민등록증 발급 시 지문날인 합헌”

송인준 재판관 외 3명, “행정 편의성을 국민의 기본권보다 앞세운 발상”

그간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온 지문날인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려 인권단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주민등록증 발급시 개인의 열 손가락 지문을 찍도록 한 주민등록법시행령 제 33조 제 2항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날인되어 있는 지문정보를 수사기관이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지난 1999년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씨 등에 의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이후 6년 만에 나온 것이다. 지문날인 반대운동을 벌여온 오창익 씨 등은 1999년 9월 “강제적인 지문날인 제도와 지문정보를 전산화해 보관하고, 범죄수사에 이용하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로 인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어 지난 해 3월에는 이 모 씨 등이 지문날인제도에 대한 별도의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부, “지문날인제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하나 ‘침해’하지는 않아”

재판부는 이번 결정에서 지문날인제도에 의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을 부분적으로 인정했지만, “침해는 아니”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문날인제도에 의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은 과잉금지의 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여진다”며 “지문날인제도가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공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지문을 날인하도록 하고 있는 시행령 조항 △경찰청장이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행위 △경찰청장이 보관하고 있는 지문정보를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 등이 모두 법률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정보주체의 불이익 크지 않다”

한편, 이번 결정에는 지문날인제도를 바라보는 헌법재판소 측의 근본적인 시각이 담겨있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을 통해 현재의 지문날인제도에 대해 “다른 여러 신원확인수단 중에서 정확성, 간편성, 효율성 등의 종합적인 측면에서 현재까지 지문정보와 비견할만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신원확인수단으로서의 지문날인제도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지문정보는 중립성, 객관성, 이용주체제한성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정보주체가 현실적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은 그다지 심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각종 신원확인의 목적을 위해 이용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공익이 그로 인한 정보주체의 불이익에 비하여 더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인권단체들로부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지문날인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분단국가로서 아직도 체제대립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그러한 사정에 있지 아니한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국가안보차원에서 국민의 정확한 신원확인의 필요성이 크다”고 적시했다.

송인준 재판관 외 3명, “행정의 편의성을 국민의 기본권보다 앞세운 발상”

한편,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합헌 의견을 표명한 6명 이외에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재판관은 ‘합헌 결정’에 대해 입장을 달리했다. 이들은 지문정보를 수집, 보관하는 행위와 전산화해 범죄수사에 활용하는 행위 모두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밝힌 뒤 “주민등록법의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하나가 아니라 열손가락의 지문 모두를 수집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또 이들은 “수사상의 목적을 위한 경우라도 범죄의 전력 없는 모든 일반 국민의 열손가락 지문 일체를 보관·전산화하고 있다가 이를 범위, 대상, 기한 등 어떠한 제한도 없이 일반적인 범죄수사목적 등에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침해라고 할 수 없다”며 현 지문날인제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이들은 지문정보가 신원확인에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신원확인의 정확성 내지 완벽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제한적인 지문정보의 수집, 보관, 전산화, 이용행위라도 타당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는 행정의 편의성을 국민의 기본권보다 앞세운 발상”이라며 합헌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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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 지문날인 , 주민등록번호 , 개인정보자기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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