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성기노출'에 '삘'받은 언론, 마녀사냥 나서다

"언론들이 인디문화를 주류적 시선에서 타자화해"

난리가 났다. 이름 없는 펑크 밴드의 누드 퍼포먼스가 ‘X파일’도 잠재웠다. 지난 30일 MBC 가요순위프로그램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발생한 방송사고 파문이 일파만파다. ‘카우치’의 멤버 두 명이 벌인 누드 쇼에 모든 언론이 흥분했다. 이번에 우리 언론들이 마녀로 선정한 것은 다름 아닌 ‘인디밴드’


신났다! 언론..

이번에 마녀로 추대된 ‘인디밴드’들에게는 ‘음란’, ‘패륜’, ‘퇴폐’라는 수식어가 붙여졌다. 때로는 ‘엽기’라는 발랄한 수식어를 붙이는 언론들도 눈에 띤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지난 31일 외부 칼럼("분위기 띄우기 위해 벗었다고? 장난하나?")을 통해 “이번 사건은, 조금 심하게 말하면 대중문화라는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이 생산해 낸 쓰레기 중 하나가 겉멋 들어 객기를 부리느라 악취를 풍긴 사건에 불과하다”며 마녀에게 ‘쓰레기’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마녀가 된 ‘인디밴드’가 언론과 대중들의 비난의 화살을 맞아 사망 직전이지만, 마녀는 외롭지 않다. MBC가 마녀를 도운 공모자로 종이신문들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 MBC는 ‘전 상관없어요. 쟤들이 사전모의해서 지들끼리 저지른 뻘짓이예요’라고 발버둥 치고 있지만, X파일로 ‘삘’받은 종이신문들에겐 어림없다. 조중동은 ‘MBC, 니들 딱걸렸어’라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역시 ‘선빵’은 조선이다. 조선일보는 1일 ‘시청자 앞에서 바지내린 MBC'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지금 공영방송을 선두로 해서 모든 방송이 시청률의 포로가 돼 음란과 저속의 외길을 굴러내려가고 있다”며 “출연자가 시청자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해서도 출연자를 징계할 마땅한 조항조차 방송법에 없다는 것이 이 나라의 실정”이라며 개탄했다.

중앙일보 역시 ‘MBC의 엽기적인 성기노출 생방송’ 사설을 통해 “사실상의 공영방송이 시청률만 의식해 사회적 책무를 포기하는 이런 행태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MBC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동아일보 역시 ‘국민 모욕한 MBC 성기노출 방송’ 사설을 싣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동성애자 왜곡보도 사과 요구 묵살했던 MBC

한편, 마녀와 엮이지 않으려는 MBC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MBC는 방송사고가 나자마자 당시 옷을 벗지 않고, 노래만 하던 ‘럭스’ 리드보컬까지 포함해 관련자들을 경찰에 즉각 고발조치했다. 또 ‘음악캠프’ 중간 거듭된 사과방송은 물론이고, ‘9시 뉴스데스크에서’는 사과방송과 함께 꼭지를 구성해 다루기도 했다. 또 현재 MBC는 이번 사고가 ‘카우치’ 멤버들의 사전모의에 의해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가 이번 대형 방송 사고에 대처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자신들의 실수를 즉각적으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센스’. 무릇 공영방송이 가져야할 자세이지 싶다. 한편, 이 같은 태도는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동성애자를 왜곡·비하하고 아직까지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MBC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MBC는 지난 달 13일 자사 뉴스프로그램인 ‘뉴스투데이’를 통해 ‘이반 문화 확산’이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에 대해 동성애자인권단체들이 ‘동성애자에 대한 왜곡·허위보도’라며 항의공문을 보내고, 지난 달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 항의했지만, MBC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고 있다.

이명박 시장, “퇴폐적인 공연하는 팀의 블랙리스트 만들라”

이번 마녀와 그의 공모자 사냥에는 서울시장도 친히 나셨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1일 오전 서울시 정례 간부회의에서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 퇴폐적인 공연을 하는 팀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서울시 산하 공연에는 초청하지 않도록 하라”며 “서울시가 각 구청을 통해 그러한 공연이 불법으로 이뤄지는 곳이 어디인지 일제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며 ‘마녀사냥’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또 이날 자리에서 “국가적 관리가 제대로 안돼 이런 일이 생긴 것이고 이대로 방치하면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며 이번 사건 원인과 전망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곁들였다.

“언론이 인디문화를 주류적 시선에서 타자화하고 있어”

김완 문화연대 활동가는 각 언론들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대해 ‘오버이자 넌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 하나를 가지고, 인디밴드들의 행태를 일반화시킨다는 것이 논리적 연관성이 부족하다”며 “언론들이 인디문화를 주류적 시선에서 타자화하고 있고, 홍대를 중심으로 한 인디문화의 역량을 퇴폐, 음란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두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완 활동가는 이번 방송사고에 대해 “공중파방송이 타 매체와는 성격이 다른 점이 있고, 이번 ‘카우치’의 퍼포먼스는 그곳에서 합의되는 일종의 룰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일종의 해프닝이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사건에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몸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들어났다고 말했다. 김완 활동가는 “여성댄스가수 혹은 남성댄스가수들의 몸의 상품화는 성적호기심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몸은 묵인되지만, 이번 사건에서 비춰진 몸은 수치심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몸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담겨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