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노동자들, 박용성 구속수사 촉구

"노조탄압에 사용된 비자금 진상 낱낱이 밝혀야"


X파일과 비자금 등 재벌그룹의 연이은 비리사건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이 박용성 회장의 구속과 두산그룹 비리 엄중 수사를 직접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금속연맹은 19일 오후 3시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박용성 회장을 구속하여 두산 비리를 엄중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19일 하루 전면 파업을 선언한 두산중공업지회 조합원을 비롯,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지회, 대우종합기계사무직지회 등 3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사회자로 나선 최용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알토란 같은 한국중공업을 누가 잡아먹었나"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정상화시킨 대우종합기계를 누가 잡아먹었나" "배달호 열사를 누가 죽였나"라고 외치자 참가자들은 거듭 "박용성!"을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8월 16일부터 대검찰청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지회 강웅표 해복투 의장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은 "전국민적으로 'X파일을 엄정 수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검찰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두산그룹에 대해서는 "의혹투성이인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인수 문제부터 낱낱이 파헤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강대균 두산중공업지회 지회장은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하고 나서 박용성 회장이 보인 작태는 두산중공업의 복사판"이라며 공기업 특유의 길들여진 비효율적 기업문화, 두뇌경영과 글로벌경영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노사관계의 악화 등을 예로 들었다. 집단교섭의 약속을 결국 깨버리고 현장을 황폐화하게 만든 2002년부터, 배달호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간 2003년의 상황까지 두산중공업에서 벌어진 일들을 설명한 강대균 지회장은 "두산이 인수한 후로 해마다 임단협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4월에 시작한 교섭이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비판했다.

창립이래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두산중공업은 임원들에게 스톡옵션 등으로 198%의 임금 인상을 안겨 주었지만 노동자들에게는 3%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교섭에서는 '해고자 복직시킬 생각 없다' '중앙교섭에 참여할 의사 없다'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대균 지회장은 "박용성이 노사관계에서 겉으로는 법와 원칙을 내세우고 뒤로는 비자금을 조성해 노조탄압에 사용한데 대해 두산중공업 조합원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면서 "두산그룹 비리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후 4시 20분경 집회를 마친 후에는 이종선 대우종합기계지회 지회장과 박종욱 두산중공업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두산그룹 비리의 엄정수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대검찰청 민원실에 접수했다. 하루 상경투쟁에 나선 두산중공업 지회는 동대문 두산타워 등 3군데 번화가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재계서열 10위를 자랑하던 두산그룹이 '형제의 난'으로 칭해지는 내부 분쟁으로 인해 비자금, 분식회계, 외화밀반출 등의 의혹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수사 요청 목소리가 각계에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재벌그룹 비리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조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인터뷰]강대균 두산중공업지회 지회장

두산그룹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한후 현장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일단 '법과 원칙'을 들이대 노사관계가 경직되었고 노동자들도 관리자와 회사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었다. 폭력사태를 유발하거나 치밀한 올가미를 짜서 불법을 유도하고 노조의 지침에 따른 조합원에게 징계, 해고를 일삼아 현장이 황폐해졌다. 임단협 기간도 3-4개월은 보통이다.

현재 교섭에서 주요한 요구사항은 무엇이며 진행 경과는 어떤가
가장 큰 현안은 1천700억 비자금에 대한 진상규명과 해고자 복직 문제다. 어렵게 산별노조 대표교섭까지는 합의하여 28차까지 교섭했지만 교섭 차수만 늘려갈 뿐 사측이 수용할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별노조의 실체는 인정하지만 요구안은 수용 못하겠다는 것이다.

비리사건 관련하여 두산그룹 소속의 다른 노동자들과의 연대 계획은
두산그룹이 지분 매각 완료 단계에 있는 사업장도 몇 개 있긴 하지만 현재는 두산 계열사의 노조는 4개뿐이고 한국노총 소속을 제외하면 대우종합기계와 두산중공업 뿐이다. 지금으로선 두 지회가 엄중수사 촉구에 나서고 있고 주력 대오는 두산중공업지회다.

재벌그룹 비리라는 점에서 X파일 관련 삼성재벌에 대한 대응을 연관시킬 수 있을지
X파일과 삼성 문제가 워낙 크다보니 서열 10위인 두산그룹의 비리사건에 언론 등에서 무게중심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것 같다. 삼성에 대해서는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공대위를 꾸려서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단 금속연맹 중심으로 결합하고 있다. 앞으로 고민을 더 할 것이고 총체적인 '재벌'문제로 접근하는 관심도가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투쟁에 임하는 자세와 소감을 밝힌다면
최근 국민적 정서는 대기업노조에 대한 불만이 많고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노조의 투쟁도 중소영세사업장노조의 투쟁과 다를 것이 없고 절박한 이유로 인해 현장을 박차고 나와 투쟁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투쟁은 잘못된 재벌문제를 지적하고 바로잡자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두산그룹의 비리와 부당노동행위가 한점의 의혹 없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