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요원을 시켜 차베스를 제거하라”

미 극우 목사 로버트슨, TV 통해 차베스 암살 공개 선동

"차베스 암살이 전쟁보다 싸게 먹힌다“

  '아메리카 크리스챤 동맹' 설립자 팻 로버트슨 목사 [출처: AP통신]
2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근본주의적 기독교 단체 ‘아메리카 크리스챤 동맹’(The Christian Coalition of America)의 중심인물이며 부시행정부와 깊은 커넥션을 지니고 있는 극우파 목사 팻 로버트슨이 미국 정부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암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지난 22일 팻 로버트슨 목사는 ABC, 각 종교 케이블 방송등을 통해 방영되는 ‘700클럽’(The 700 Club)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차베스 대통령)는 미국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곧바로 그를 제거하면 된다”며 “그 것이 전쟁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주장했다.

암살 선동 발언에 앞서 로버트슨은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경제를 망가뜨렸고 베네수엘라를 공산주의와 극단적 이슬람 사상을 라틴 아메리카 전역으로 전파하기 위한 기지로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그는 “그렇다고 해서(암살을 한다고 해서)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이 멈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자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다. 더욱이 남미는 미국 영향권 안에 있는 지역 아닌가"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그를 제거할 능력이 있으며, 이제 그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해 또다시 2000억 달러를 들여 전쟁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비밀요원을 시켜 차베스를 제거하는 편이 훨씬 쉽다"고 미국 정부의 직접 개입을 주문했다.

차베스, “관심 없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말하고 싶다”

  쿠바에서 회동한 차베스와 카스트로 [출처: AP통신]

지난 주 쿠바를 방문했던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다음 방문지인 자메이카로 향하기 위해 아바나 공항에 머무르던 중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나는 로버트슨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사람 말에 관심이 없다. 나는 생명에 관해, 또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관해 말하고 싶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쿠바 국영 통신 프렌자 라티나는 전했다. 또한 차베스와 동행한 카스트로는 로버트슨의 발언에 대해 “이런 엄청난 죄악은 신만이 징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앞선 21일, 차베스와 카스트로는 쿠바 서부 `피나르 델 리오'에서 6시간여 동안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미국은 ‘세계의 가장 큰 파괴자'이고 미 제국주의에 의해 전세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로버트슨의 ‘암살 선동’에 대해 베네수엘라 당국자들은 미국정부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 역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차베스 암살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조직한 준군사조직이 플로리다에서 훈련받고 있는 사진을 증거물로 제시한 적이 있는 호세 빈센테 랑엘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그동안 베네수엘라 정부가 차베스 대통령의 안전을 걱정했던 이유를 이번 발언이 증명한다“며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에 반대한다고 공표한 부시 대통령이 종교인을 자처하는 로버트슨의 발언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지켜 보겠다“고 꼬집었다.

로버트슨 발언에 봇물처럼 쏟아지는 비판

  베르나르도 알바레즈 워싱턴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 [출처: Vheadline.com]
롭 슈넥 전미성직자회의 의장, 전미복음주의협회 리차드 씨직 목사, 그레이런 스캇 헤글러 목사, 제시 젝슨 목사등 미국의 주요 성직자들도 로버트슨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스캇 헤글러 목사는 로버트슨은 기독교인도 아닐뿐더러 그와 그의 동조자들은 종교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들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흑인 지도자이기도 한 제시 잭슨 목사는 인류의 안정을 위협하는 로버트슨의 발언을 즉각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에 요구했다.

이 밖에 ABC가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로버트슨의 방송을 송출하는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고 있으며 뉴욕주 민주당 하원의원 호세 세라노는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국민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로버트슨의 발언은 ‘한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미국정부 당국이 차베스의 경제적, 사회적 정책을 지지하지 않고 차베스는 워싱턴 당국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역시 “외국요인 암살은 위법이며 국방부는 그런 종류의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국무부도 ”부적절한 반응“이라는 대변인 논평을 제출했지만 ”민간인은 온갖 종류의 발언을 할 수 있다"고 덧붙여 로버트슨의 발언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워싱턴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 베르나르도 알바레즈는 "로버트슨은 부시대통령의 강력한 동맹세력 중 하나“기 때문에 ”백악관은 이번 발언에 대해 가장 강력한 비판을 해야 할 것"이라며 UN이 차베스에 대해 팻 로버트슨이 행한 것과 같은 국가 테러 선동에 대한 국제법 규정과 결의안들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슨의 암살 선동이 차베스에게는 오히려 신변 보장으로 작동할 듯

한편 팻 로버트슨 목사의 미국내 영향력을 차치하고서라도 베네수엘라 당국이 미국으로부터 느끼는 위협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CIA등을 동원한 반미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위협 사례도 사례지만 차베스 집권 이후 미국의 위협은 실질적으로 작동해왔다.

지난 2002년 미국은 반 차베스 쿠테타를 지원했으니 실패한 바 있고 지난 2004년 10월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베네수엘라 반정부 인사 올랜도 우르다테나가 미국 TV에 출연해 차베스 암살을 주장하며 “라이플 소총 한 정과 조준경만 있으면 일은 간단하게 끝난다”며 공개적으로 암살을 선동한 바 있다.

또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주 파라과이와 페루를 방문해 톨레도 페루 대통령등과 접촉을 가지며 베네수엘라를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파라과이, 페루 정부 요인들에게 서반구의 안보를 위협하는 `반(反) 사회적 불안정 요소'의 싹을 자르도록 협력해 줄 것을 촉구하며 미국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페루 역시 다른 국가들(베네수엘라)에 의해 불안정하게 될 수 있는 요소가 잠재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판국에 공개적 암살 선동이 겹쳐 당장 다음 달 UN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할 예정인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서는 직접적 신변 위협을 느낄 법도 하지만 로버트슨의 이런 발언이 오히려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버트슨의 발언이 국제적 뉴스로 전해진 이후 대표적 보수파 방송인 Fox뉴스는 “나는 직접적으로 차베스를 죽이라고 말한바 없다”는 그의 변명을 전했지만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성향에 관계없이 로버트슨을 비판했다. 특히 25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로버트슨의 선물’이라는 기사를 통해 로버트슨의 이번 발언으로 부시 행정부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다음 달 UN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차베스의 경호에 만전을 기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팻 로버트슨과 ‘아메리카 크리스챤 동맹’

‘사회적 보수주의’ 주도한 부시 재선 일등공신

  '아메리카크리스챤동맹'의 배너 [출처: 아메리카 크리스챤동맹 홈페이지]

팻 로버트슨 목사는 제리 포엘등과 더불어 대표적 근본주의 TV설교가로 꼽힌다. 그는 1988년 공화댕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아버지 부시에게 패배하고 1989년에는 ‘아메리카 크리스챤 동맹’(The Christian Coalition of America)을 결성했다. 이후 ‘아메리카 크리스챤 동맹’은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주요 득표기반으로 작동하며 정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단체는 2002년 대선에서는 ‘사회적 보수주의’운동을 주도하며 ‘낙태금지’ ‘총기소유 옹호’등을 주요 의제로 삼아 조지 부시의 재선에 혁혁한 공훈을 세웠다.

200만 회원을 자랑하는 ‘아메리카 크리스챤 동맹’은 2003년 3월에는 이라크 침공 지지성명을 제출하기도 했다. ‘아메리카 크리스챤 동맹’은 이 성명에서 “ 우리들은 미국 국민에게 부시 대통령에게 찬동하고 이 대테러 전쟁과 지상의 모든 지역에 민주주의와 서구의 가치관을 도입하게 하는 시도에 찬동 하라고 강하게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우리는 대통령을 지지하고 사담 후세인 이 빨리 패배하고 사망 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해병으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바 있는 팻 로버트슨은 최근 “우리(미국)이 한국을 건설했다”며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미 내셔널 프레스클럽 초청 오찬 연설에 나선 로버트슨은 “(탈북의) 홍수가 시작되면 북한 정권은 붕괴할 것” 이라며 “따라서 해법은 한국에 압력을 가하고 중국을 압박해” 탈북자들이 대거 발생하도록 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며 “내가 1952년 해병으로 참전했을 때 한국은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는데, 미국이 없었다면 지금같은 경제 강국이 되지 못했을 것”이고 “전쟁 뒤 우리가 한국을 건설”했기 때문에 “리는 한국에 대해 ‘북한에 대한 원조와 편의, 핵개발 비용 등의 제공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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