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정연 10년, "가슴 설레게 하는 전망 만들기가 과제"

[인터뷰] 박성인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장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한노정연)는 1995년에 설립되어 10년간 계급적 노동운동의 이론을 생산해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운동 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연구단체의 10주년이라면 꽤 거창한 행사를 기획할 만도 한데 한노정연은 매년 개최하는 심포지움 이외엔 별다른 행사를 준비하지 않았고 정작 연구소 활동가들은 “10년이 무슨 대수라고…”하는 반응들이었다.

10주년 기념 심포지움을 앞두고 그동안 한노정연이 이뤄온 성과와, 변화된 10년간의 정세 속에서 맞이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지를 정책사업위원장, 사무처장, 부소장을 역임하고 “소장의 역할은 연구소의 ‘유지’가 아니라 향후 10년을 새롭게 열어갈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박성인 소장에게 들어봤다.


한노정연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민주노총도 올해로 10주년을 맞게 되는데 한노정연 설립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무엇이었고 설립 과정은 어땠는지 설명해 달라

1995년 7월 15일에 연구소를 창립했다. 그때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그 당시 민주노조운동이 이미 민주노총 결성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결집해 들어가고 있었고 노동자대중운동의 고양에 걸맞는 전국적인 수준에서의 이론, 정책적인 지원들이 필요하다는 게 첫번째 문제의식이었다. 두 번째로는 90년대 초반의 현실사회주의 붕괴가 92년 전노협 총파업 투쟁의 실패와 맞물리면서 계급적 노동운동진영, 좌파운동진영이 해체되고 분산되고 청산되는 분위기였다. 이후 노동자대중운동의 고양에 발맞춰 다시 한번 이론적인 작업과 정책을 제출하고 변화되는 상황에 맞는 정책과 이론들을 개발하는 작업들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 당시 진보적인 교수진, 석박사급의 연구자, 노동운동 활동가 등의 3주체가 만나서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을 기치로 내걸고 연구소를 만들게 됐다.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이라는 기치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변화한 10년간의 정세 속에서 그 의미나 과제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다

여전히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의 기치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성과 계급성과 전문성을 변화된 정세에 걸맞게 어떻게 진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놓여 있다. 변화된 정세의 핵심적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아시다시피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소위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등이 전면화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과 노동운동이 직면한 상황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에 걸맞게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가 발전 과제다.

두 번째로는 노동운동 자체의 발전이다. 민주노조운동을 중심으로 해서 여러 우여곡절들을 겪었지만 지금은 그 동안 전략적 과제로 삼아왔던 노동자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가 이미 현실화되어가고 있고 새로운 의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진보정당, 산별노조라고 하는 전략적 축이 과연 지금 현시기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제국주의 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자본주의의 근저적인 모순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점과 관련해서 진보정당과 산별노조 운동을 다시 재점검하고 새로운 노동운동의 전략적 방향과 전망을 잡아내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민주노조운동 관련해서도 민주노조운동이 양적인 성장들은 이뤄지고 있는데, 최근 노동운동 위기논쟁에서 드러나듯 내부 민주주의 문제, 노동운동의 자본과 국가로부터의 자주성의 문제, 계급적 단결의 구심체로의 대표성 문제 등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노동자 대중운동이 변화된 정세 속에서의 민주성, 자주성, 계급성의 내용을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갈 것인가가 제기되고 있는 과제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10년 전에 한노정연이 만들어졌을 때는 노동자 정치운동 자체가 활발하지 않았었다. 이제 지난 10년 동안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힘, 사회당, 기타 노동 현장을 중심으로 해서 정치적으로 결집해 나가는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이 운동의 질적 발전의 계기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 그런 점에서 연구소가 그런 정치적 활동이 없는 조건에서는 이데올로기적, 정책적 역할까지 담당했었다. 지금은 그런 역할들이 정치조직을 중심으로 이뤄져 나가고 그런 상황에서의 한노정연이라는 독자적 연구소가 어떤 상들을 새롭게 가져나가야 하느냐는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

  세미나실 한쪽 벽면에 가득 꽂혀 있는 출판물들

이데올로기 대응의 역할이 정치활동 분야로 많이 넘어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좌파 이론과 다른 연구소 등 전체적으로 볼 때 좌파 이데올로기 면이 수세적이 되었다고 할까. 이론단위나 연구자들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연구소는 창립당시 현장의 신경영전략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해서 신노사관계에 대한 대응, 나아가서 신자유주의와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대응들을 중심으로 해서 지난 10년간의 역할들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한국 노동운동 내에서 신자유주의 문제를 가장 선도적으로 제기하고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어떻게 형성해 갈 거냐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에 관해서는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첫째는 내용을 얼마나 철저하게 인식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신자유주의가 노동운동 내에서 보편화되면서 어쨌든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은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일단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자유주의를 어떤 태도로 보면서 이후 전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노선적 분화도 분명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을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 그 자체를 전제로 해서 그 내부의 노동자들이 현실 가능한 요구를 쟁취해나가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려는 입장이 있고, 신자유주의 즉 자본운동 그 자체를 반대하는 운동으로의 진전을 모색하는 두 가지 흐름으로 분화되고 있다. 이 과정은 한국 노동운동의 발전,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전선 설치 과정에서 합법칙적인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정치조직에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넘긴다는 것은 ‘알아서 다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연구소가 이제는 기존의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쳐왔던 것에서부터 좌파운동의 새로운 전망들을 밝혀나갈 수 있는 것으로 자기 과제를 좀더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첫째는 그 동안 좌파 진영이 노동운동과 관련해서 가져왔던 자신의 전략과 전술들이 일정정도 있는데 기존의 전략과 전술을 신자유주의 세계화라고 하는 변화 속에서 새롭게 정립해 내는 것이 과제다. 두 번째로는 운동이 진전됨에 따라서 대안적인 정치 전망들을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앞으로 점차 중요한 이데올로기 지점이 될 것이다. 연구소에서는 특히 대안사회 전망과 관련해서 기존의 역사적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해서 현재 사회주의 이론에 대한 재검토, 뿐만 아니라 최근 동북아를 중심으로 해서 급속한 정세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속에서의 노동운동의 전략적 방향을 어떻게 찾아나갈 것이냐 등이 제기되는 이론, 정책적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은 세미나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 내용을 좀더 정리해서 '좌파 이데올로기가 너무 안나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들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색 중이다.

한노정연은 10년동안 각종 토론회나 심포지움, 세미나, 출판물 등 많은 사업을 해 왔다고 생각된다. 10년간 사업의 성과에 대해 평가해 주시고, 크게 좌파 이론이나 운동에 영향을 미쳤거나 회자되는 출판물 혹은 세미나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크게는 '현장에서 미래를'(현미)이고 지금 111호째 내고 있다. 기억하기론 80년대 이후에 월간지로서 111호가 넘는 것은 100호를 넘긴 전노운협의 '노동운동'을 제외하면 없을 정도인데, 끊기지 않고 100호 이상 명맥을 유지해온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토론회의 경우 정기토론회를 연 2회씩 10년간 개최해왔고 출판물도 30여 종의 단행본을 발간했다. 여타 노동자 현장 교육이라든지 등의 사업을 해왔는데 여러 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96,97년 총파업 당시에 ‘총파업 투쟁의 역사적 의미’라고 하는 현미 특별호다. 팜플릿으로 제작한 그 특별호는 이전에 90년대 초중반부터 현장에서 진행됐던 신경영전략을 연구소가 꾸준히 추적해 온 것과 세계자본운동의 변화되는 상황들을 집약한 것으로, 총파업 투쟁의 정점에서 투쟁의 성격을 밝혀내고 정치적 전망까지 제시했다. 그 다음해에 연구소 심포지움을 개최했는데 '경제위기, 신자유주의, 노동운동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IMF 외환위기 이후의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각 분야별로 토론해서 계급적 노동운동의 전망들을 단행본으로 정리했었다. 지금도 그때 정리된 내용 이상 진전이 안 이루어지는 것이 거꾸로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여러모로 이데올로기 싸움을 해왔다. 연구활동에서 가장 뿌듯하달까 한 것은 다른게 아니라 한노정연만의 특징이기도 한 것으로, 현장의 피튀기는 상황에 대해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잘 이해하고 또 현장 노동자들이 연구소를 그렇게 바라볼 때 현장성을 구체화시켜 나간다는 뿌듯한 감정이다. 두 번째로 연구소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 운영에 가장 어려운 점이 재정 문제다. 다른 연구소의 경우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나 다른 단체들로부터 펀드를 지원받곤 하는데 한노정연이 물론 노동조합 프로젝트는 하지만 외부로부터 일체 펀드를 받지 않고 순전히 자생적인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연구소에 속한 연구자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연구활동에 결합하고 심지어 자기 돈을 내면서까지 활동하는 것이야말로 한노정연이 정권과 자본에 맞서서, 노조운동의 개량화에 맞서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낼 수 있었던 재정적 독립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판단한다. 이런 연구원들의 헌신적이고 자발적인 결합이야말로 한노정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0년동안 서 있게 만들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니냐고 판단하고 있다.

10년동안 연구소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올해는 ‘노동사회과학연구소’(노사과연)가 새로 설립됐는데 많은 노동자들과 관심있는 활동가들은 두 연구소가 ‘분리’된 과정을 잘 모르거나 의아해하고 있다. 내막을 잘 아는 활동가들은 한노정연의 위기가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설명을 부탁한다

3월 총회에서 기존 소장이었던 채만수 소장과 그를 지지했던 동지들이 경선에서 패배하고 연구소를 탈퇴해서 독자 연구소를 만들었다. 이 문제는 물론 외형적으로 드러나기에는 작년 탄핵국면을 둘러싼 정치적 태도의 차이, 이것으로 인해 연구소가 두 개의 연구소로 분리됐다고 현상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러나 더 복잡한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2000년 초반 이후에 연구소가 이후 전망이라든지 현실로부터 요구되는 부분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정체되어 왔다. 그 당시 한편에선 여러 정치조직들이 출범했고 대중조직 내부에서도 독자적인 연구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소가 소위 교수진과 활동가들 사이 접점을 어떻게 새롭게 형성할거냐에 대해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몇 년에 걸친 정치조직과 연구소와의 관계, 주요 사안에 연구소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둘러싼 견해 차이의 문제, 운영에 대한 문제 등등이 중첩되어 나오다가 그 문제가 작년 탄핵 국면을 계기로 해서 폭발적으로 드러났고 최종적으로는 분리돼 버리는 양상에 이른 것이다.

그런 현실을 극복하려고 하는 연구소 내부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다. 수련회도 갔고 극복해보자고 내부적으로 모색했는데 결국은 탄핵 국면을 둘러싼 논쟁이 굉장히 적대적, 그러니까 동지적 관계를 전제로 한 전술적 차이라든가로 논쟁된 것이 아니라 적대적 논쟁으로 화해 버리면서 내부의 새로운 갈등들을 새로운 수준으로 진전시켜 내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경선까지 이르게 됐고 그 결과에 의해서 연구소가 분리되기까지 했는데 지금 판단은 일단 당분간 이런 문제들이 당장 해결될 거라 생각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된다. 각각의 발전방향들을 구체화시켜 나가고 그런 과정 속에서 함께 나갈 수 있는 지점도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서로 논쟁도 벌일 계기들이 있을거라 보는데 전체적으로 이 문제는 두 연구소만의 문제로 해결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계급적 좌파진영이 처해있는 현실 전체와 맞물려 있다고 판단한다. 좌파 정치운동, 계급적 노동운동, 연구소 문제 이 전체가 맞물리면서 전망들이 찾아져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이후에 연구소에 제기됐던 과제들을 한노정연이란 틀 내에서 새롭게 진전시켜 내는데는 실패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체적으론 그렇고 물론 세부적인 지점에서 누가 옳고 그르냐고 얘기할 순 있지만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2000년 이후 변화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표현의 하나이고 연구소 스스로가 노사과연 동지들이건 남아있는 동지들이건 전체 노동운동 진영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치 두 연구소만의 문제로 얘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체 현실 문제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도 그런 방향에서 풀려 나가야 한다. 당분간은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심포지움 주제가 '노동운동 위기논쟁을 넘어 계급적 노동운동의 전망'이다. 요즘 위기논쟁이라면 사실 식상하기까지 한데 그것을 '넘어'라고 제기하고 있다. 위기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도 다르고 진단과 원인도 각자가 다른데 오늘 어떤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노동운동 위기논쟁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해서 1년 가까이나 된다. ‘노동운동의 위기가 없다’는 것은 아지지만 위기논쟁이 작년에 제기되고 진행된 구도 자체를 보면 핵심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의 문제를 은폐하면서 모든게 노동운동 내부의 문제인 것처럼 방향이 설정되어 있고, 동시에 그 원인으로 첫째는 기업별노조의 문제, 둘째는 내부의 전투적 조합주의라며 노동운동의 중심성을 해체하고자 하는 공세를 하고 있다. 나아가서 위기논쟁의 결론이 현실적으로 목표하고 있는 것은 산별노조로의 전환과 사회적 대타협구도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그 동안 위기론자들이 제기한 핵심적 방향이다. 사실 민주노총이 정리해고를 수용한 시점에서부터 위기 제기는 있었다. 민주성과 자주성, 계급성에서의 심각한 정체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건데 지금의 위기논쟁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수세적이다.

신자유주의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최종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포섭돼 버리는 결과가 위기논쟁 속에 투영돼 있고 역으로 계급적 노동운동 진영이 신자유주의에 맞선 반전의 전망을 주지 못한 결과가 투영돼 있기 때문에 굉장히 수세적인 논쟁이다. 이 논쟁구도를 빨리 정리하고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항상 노동자 투쟁이든 정세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자본의 위기에 주목하고 한국사회의 총체적 위기에 주목해야 한다. 자본의 위기, 한국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어떠한 변혁적인 전망 하에서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식으로 논의가 진전돼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노동운동 진영은 자폐적인, 수세적인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것은 노무현 정권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위기논쟁에서 핵심적 지점은 최근 민주노총 제기하는 혁신 문제 등 기업별 노동조합을 어떻게 넘어설 것이냐이며 조속히 산별노조로 전환을 이뤄내자는 제기가 되고 있다. 동시에 전투적 조합주의를 극복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기업별 노조를 넘어서 산별로 가자는 논의는 필연적이고 발전적 방향이라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산별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답을 가져가야 하는데 이 논의 자체가 ‘노동조합이 어떻게 할거냐, 노동조합 조직발전을 어떻게 할 거냐’로 논의가 협소화돼서는 안된다. 위기논쟁을 굉장히 조합주의적으로 가둬버리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런 조합주의적인 틀 안에서만 산별 논의가 추동된다면, 기업별 노동조합이 보여주는 한계(노사협조주의, 비민주성)들이 여전히 그 연장선상 속에서 조직형식 전환을 통해 전망해 들어가는 것은 기업별 노조가 갖는 한계가 산별 수준에서 확대돼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핵심은 계급적 단결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의 조직 노동자들만의 단결로 산별을 추동해 가는 과정들은 금방 기업별 노조와 똑같이 한계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물론 조직 노동자가 중심에 서야 하지만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 전체 단결의 결과물로서의 산별이라는 방향 하에서 건설됐을 때만이 대중조직 운동의 진전된 모습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최근에 전투적 조합주의라는 문제제기들이 위기논쟁에서 핵심적인데 그러면서 자칫 전투적 조합주의 극복의 문제를 조합주의는 유지하고 전투성은 거세하는 방향으로 제기가 될 수 있다. 거꾸로 전투성은 유지하고 조합주의는 극복되는 방향으로 전투적 조합주의 극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전투적 조합주의 극복의 방향은 지금 시기에서 결국 계급적 전투성으로의 복원, 진전이라고 본다. 핵심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의 현실화이고 이뤄낼 수 있냐의 여부는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공세의 가장 본질이 내부 분할 지배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선 복원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라고 본다. 이번 심포지움에서 ‘계급적 노동운동의 전망’이라고 얘기하지만 총체적으로 진보정당-산별노조라는 양날개론 전반을 다 제기하고 있진 못하다. 그런 점에서 일정 한계를 갖고 있다고 본다. 최근 자본축적 구조와 노동자계급의 상태 구성 변화가 노동운동에 어떤 정치적 함의를 주고 있는지, 기존에 추진돼 왔던 산별노조 경험들을 평가하면서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 방향이 어떻게 돼야 하는가가 주되게 논의될 것이다. 그것에 이어서 좀더 구체적으로 변혁 논쟁으로 진전이 모색되어야 하는데 1차적으로는 작년 9주년 심포지움에서 다뤘었다. 순서는 거꾸로 됐지만 맞물려 있고 이번 심포지움을 작년 심포지움과 결합해서 진전된 변혁운동의 전략적 방향에 대해 진전시켜 나가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장에서 미래를' 판형의 변천. 맨 왼쪽이 창간호.

연구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교육과 세미나 등을 통해 학생들을 활동가로 재생산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많은 활동가들을 배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에서 미래를’은 발간 당시부터 대학생들의 필독서일 정도였다. 최근엔 학생 활동가들의 분위기가 그전만 못한 것 같고 ‘요즘 학생들이 공부를 안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 문제는 저도 많이 느끼고 있다. 한노정연이 최근에 변화된 정세까지 다 포괄하면서 새로운 방향과 전망을 제시해주지 못하는데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학생들이 공부를 안한다, 활동가들이 책을 안읽는다며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고민을 다 포괄해서 새로운 전망들을 세워나가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단기간 극복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할 수 있는 글이 되지 못하고 ‘또 이런 글이구나’ 이렇게 돼서는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전망들이 보여야 하는데 연구소 뿐만 아니라 좌파 진영 전체가 최근 몇 년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데 실패했고 그것이 연구소에서는 이런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연구소를 비롯해서 좌파 진영 전체가 지금 신자유주의에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넘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론적 전망 뿐 아니라 실천까지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향후 몇 년에 걸쳐 이 과정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연구소나 좌파 진영이나 신자유주의에 완전히 게토화되어 정치적으로 무력화될 것이다.

또 연구소 내에서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연구소의 조직, 운영 시스템, 사업 전반에 걸쳐서 변화를 주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진행해 오다 보니까 많은 타성이 있고 구태의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직, 운영 시스템, 사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재편 및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 하반기부터 그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연구소 내부적으로 할 것이고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지 모르겠지만. ‘아 뭔가 연구소도 변화하려고 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변화의 가능성들을 스스로 제기해내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런 운동들을 구상할 것이다. 좀더 구체적인 상은 심포지움 끝나고 곧바로 내부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노정연과 연구자들을 포함해 다른 좌파 이론가들과 학자들이 지금 시대에 해야 할 임무와 과제 등 당부하고 싶은 말을 남겨달라

지금의 정세는 96,97년 이후 자본의 위기에서 최종적으론 노동의 위기로 전가돼 버렸다. 이 반전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중요하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정세는 상대적인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우리의 약점, 우리의 모자란 것만 너무 잘 본다. 상대방에 대해선 잘 모르고 강점만 보인다. 이것을 의도적으로 반전시켜야 한다. 우리의 강점이 뭐고 상대방의 약점이 뭔지 부각시키는 것이 정세를 읽고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데 기본적인 것이다. 내부의 위기에 절대적으로 갇힐 게 아니고 자본의 위기, 총체적 위기에 대해 이데올로기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공세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미 저들은 X파일에서 드러났듯이 부르주아 진영 내부에서 해결 방안을 자기들도 못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우리는 어떤 공세도 못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제2의 사구체 논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80년대 중후반에서 변화된 정세를 제2의 사구체 논쟁으로 구체화시켜 나가고 실천적으로도 자본의 위기, 총체적 한국사회 위기에 대해 대안 사회적인 전망, 소위 사회주의 전망을 공공연히 대중들에게 제기하고 신자유주의 극복 전망이 이 길밖에 없다는 것을 제기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향후 몇 년간에 걸쳐 이루어질 가장 중요한 과제고 연구소도 이 과정에 나름대로 일익을 담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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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승종

    박 소장님도 말씀한 것처럼 신자유주의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연구소는 차근차근 많은 준비를 해왔을 것이므로, 결국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 이슬이

    참세상에서 만나니 새롭게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