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일정 닷새 째를 맞은 16일, 아펙합동각료회의는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특별성명 문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특별성명은 1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의에 보고돼 최종 채택될 예정이다.

합동각료회의는 특히 DDA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농업분야에서 선진국의 수출보조금을 조기에 철폐하는데 전격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각료회의 공동의장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벡스코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는 12월 WTO 홍콩각료회의에서 좌초 위기에 있는 DDA 협상이 농업 등 주요 분야에서 '과감하고 균형된 결과물'을 내놓을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특히 선진국 수출 보조금을 2010년까지 철폐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하고 "지난 6월 제주에서 열린 아펙통상장관회의에서 채택한 관세감축 방식인 '스위스 공식'과 같은 과감한 감축 조정계수를 적용한다는 데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공식'이란 각국 간 평균 관세율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관세가 높을수록 더 많이 낮추는 관세인하 방식으로, 감축 조정계수를 '과감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아펙 정상회의가 18-19일 최종 검토를 거쳐 이 성명을 채택하게 되면 수출 보조금 정책을 취하고 있는 유럽연합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달 앞둔 홍콩 각료회의에서 농업부문 협상의 주도 세력인 유럽연합과 인도, 브라질 등의 저항이 예상돼 특별성명의 실질적인 효과는 미지수이다.

이와 함께 합동각료회의는 자유무역과 투자 촉진, 조류독감, 테러 대응을 위해 공동의 조치를 강구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보고르 목표와 관련해서는 △DDA 협상 진전을 위한 APEC의 노력 배가 △DDA 협상 종료시 보고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추가 자유화 조치를 검토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의 자유화조치를 담은 '개별 행동계획'의 이행을 강화하는 방향이 다루어졌다. '무역 원활화 및 기업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2010년까지 거래 비용 추가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안전한 교역을 위한 민관 협력 강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 등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독감 문제는 백신 개발과 정보 공유 및 공동 감시체계를 수립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조류독감의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는 베트남이 2006년 아펙 각료회의를 주최하겠다는 제안을 추인하고, 2006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릴 신종 전염병 질환에 대한 아펙포럼에 회원국들이 적극 참여하기로 하였다.

테러 대응과 관련, 아펙 회원국들은 견착식 지대공미사일(MANPADS)의 민간 항공기 위협 완화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테러용의자 관리와 여행 관련 서류 등 정보를 공유하고, 2008년까지 생체인식 여권을 제작, 배포하거나 여권을 기계로 판독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경 검문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한편 16일 부산대에서 열리고 있는 부산국제민중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쟈크 차이 촘통티 남반구포커스(Focus on the Global South) 제네바 파견연구원은 "농산물 부문은 유럽연합, 특히 프랑스가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2004년 7월 이후 DDA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고 말하고 "최근 추이로 볼 때 점점 많은 나라들이 홍콩 DDA 협상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촘통티 파견연구원은 "홍콩각료회의에서 중대한 협상이 체결될 것 같진 않지만 2006년까지 DDA 협상을 끝내자는 약속 수준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부산아펙 정상회의가 특별성명을 채택한다 하더라도 DDA 협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보다 2006년 이후 협상을 위한 정치적 공세의 성격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