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하이닉스 문제 해결에 전력 방침

대전충북지부 총파업, 24일 하이닉스 본사 앞 상경투쟁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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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쟁 중인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금속노동자 결의대회가 25일 대치동 하이닉스 본사 앞에서 열렸다. 800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참가한 이날 결의대회에는 파업에 돌입한 대전충북지부를 비롯, 코오롱노조, 군산KM&I노조, 기륭전자분회 등 투쟁사업장 노동자들도 참석했다.

이날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서는 대한이연지회, 캄코지회, 유성기업지회, 하이닉스사내하청지회 등이 전면파업, VDO한라지회, 엔텍지회, 한라공조사내하청지회, 영성하이텍지회 등이 간부파업을 벌여 총 963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특히 투쟁중인 오리온전기지회는 100여 대의 승용차를 동원해, 상경 도중 차량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는 대공장노조가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민주노조운동을 포기시킬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1년 넘게 처절하기 그지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는 하이닉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이 민주노조 운동의 살 길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참석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도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지 1년이 지나도록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는 하이닉스 사측은 국가 행정기관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성토하고, 노동부에 대해서도 "판정을 내린 것만으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라, 개선의 기미가 없는 사업장을 폐쇄하는 등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조속히 해결했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3일째 상경투쟁 중인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의 박순호 수석부지회장도 "긴 시간 동안 자본과 공권력의 탄압,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공장에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투쟁해 왔다"면서 "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와 충북도노사정협의회의 권고를 노조는 다 받아들였지만 사측은 미동도 하지 않아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상경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박순호 수석부지회장은 "우리는 사측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을 뿐, 힘이 부족해서 참아온 것이 아니"라면서 "더이상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결의대회 말미에 연단에 오른 이경한 하이닉스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의 절절한 호소에 많은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하이닉스와 매그나칩반도체의 사장인 우의제, 허염 사장의 이름을 외치며 대화를 촉구했고, 결의대회를 마친 후에는 건물을 향해 계란을 던져 항의를 표시했다. 금속노조는 김창한 위원장이 2월 1일부터 단식에 돌입하는 등 하이닉스매그나칩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동지들의 관심에서 멀어질까봐 두렵습니다"

노동자로써 노동자답게 살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는데, 노동자답게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습니다. 그만 투쟁을 포기하라고, 자본과 공권력이 온갖 폭력과 탄압을 하고 있지만 굴하지 않고 1년이 넘게 투쟁해 왔고 지금도 굳건히 투쟁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의 투쟁 과정에서 구속된 동지도 있고, 부상을 입은 동지들도 있고, 지금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지가 있습니다.

집에서 쫓겨나 온갖 살림살이 도구를 길바닥에 내놓아야 하는 동지도 있었습니다. 한 동지는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영양실조로 쓰러졌습니다. 저는 그 동지의 집에 방문해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살면서, 아내 없이 세 자녀를 키웠지만 제대로 먹이지 못해 세 아이 모두가 또래 애들보다 작고 삐쩍 마른 모습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아버지의 투쟁에 자녀들이 그렇게...

돌아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우리 조합원들은 목숨을 담보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있습니다. 어느날 학교에서 급식비가 너무 많이 밀렸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놀라서 학교에 달려가, 사정을 이야기하며 호소했습니다. 저에게 직접 통지서를 주시고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알리지 말아달라고. 급식비를 못낸다고 우리 아이들이 혹시 힘들어하지 않을까, 비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이해심 많았던 제 아내, 오랫동안 무일푼에 10원도 못 가져다주고 빚만 늘어가는 삶에 찌들려, 고통이 심해서 못살겠다고 어느날 술을 먹고 8층 집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을때, 저는 아내를 붙잡고 울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가족들의 목숨을 뒤로 하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전부 유서를 쓰고, 죽자는 마음으로. 죽기를 각오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오늘도 내일도 투쟁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무서운 것은 자본이나 공권력이 아닙니다. 동지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동지들, 저희들이 앞장서겠습니다. 많은 지지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저희에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조합원 이경한
1월 24일, <하이닉스매그나칩 직접교섭 쟁취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